나는 지금까지 투자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다.
증권사 계좌를 열어서 주식을 단 한 주도 사본 적이 없다.
ETF상품에 가입하거나, 비상장주식을 거래해 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가? 그것도 아니다. 운 좋게 아파트 한 채 산 것 말고는 다른 거래 경험도 없다.
유동자산을 넣고 그것이 만들어 내는 기대수익을 예상하면서 일정 시간 이후에 회수를 해본 경험이 없다.
어떻게 보면 나 같은 사람이 투자에 가장 보수적인 사람일 수 있다.
보수적이라는 단어 조차 조금 아깝다.
투자에 문외한이고 무식한 사람이라고 해야 맞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창업을 결심한 이후 끊임없이 투자를 유치했다.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2016년 5월 일단 책을 보면서 시작했다.
무엇으로 창업을 할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1년 7개월간 집중적으로 책을 읽고, 고민을 해서 전혀 다른 보험사업을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2017년 11월이었다.
전세계에 무료로 보험을 제공하는, 전세계 저소득층 40억명의 모두가 보험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순환구조를 완성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진국 국가에서 부담없이 가입하는 보험상품을 만들고, 거기서 남은 수입의 일부를 저소득국가에 무료보험으로 제공할 수 있는 보험회사가 필요했다.
원대한 꿈을 그렸다.
꿈은 클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오늘 만든 이 꿈은 내 평생의 업이 되고, 매일 매일 이 꿈을 이루다가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제 2017년 11월부터 실제 창업을 결심하고 삼성화재를 나온 2019년 7월까지 스텔스 창업을 했다.
스텔스 창업은 말 그대로 은밀하게, 스텔스 비행기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사업을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 작업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했던 과정이 조악하고 완전 초기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나름 그때는 진지했다.
약1년 8개월동안 사무실도 구하고, 8명이 모여서 창업을 준비했다. 사업을 경영하는 실제 창업가 선배형 한 분을 제외하고, 전부 스텔스 창업을 준비하는 직장인이었다.
나는 이때부터 투자유치를 한 셈이다.
그 중 사업가인 형에게는 내 비전을 보여줬다. 전세계적인 무료보험의 비전, 그리고 도와달라고 했다.
그 외 7명에게는 내가 이런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시간을 투자해 달라고 했다.
열심히 세일즈를 한 것 같다.
다들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어느정도 구체화를 해서 2019년 7월에 ‘마이크로프로텍트’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지금까지 운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투자금을 받았다.
VC계열의 투자금 약 80억원,
정부지원자금 쪽으로 약 20억원
그리고 글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 이상의 큰 금액을 지속적으로 투자받았다.
앞에서 고백했듯이 나는 단 한번도 투자를 해 본적이 없는 나였다.
그런데, 정작 내가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열혈로 뛰었다.
창업가인 나로서는 내가 주식 100%를 들고 시작한다. 이 주식을 계속 가치를 높여가면서 파는 것이다. 회사 가치를 높이고 이 주식 한 주의 가치가 높아지면 그 주식을 주는 대가로 투자금을 유치한다.
나는 언급했듯이 내가 하는 모든 사업에 투자한 사람들의 시간도 투자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들 인생의 가장 큰 가치인 시간을 기꺼이 내가 일군 사업을 위해서 투자한 것이다.
응당 그에 해당하는 급여를 제공한 것이라고 생각도 할 수 있지만, 결국 많은 선택지 중에서 나와 우리회사를 선택한 것이고 시간투자를 결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껏 약 10년간 내가 사업을 준비하면서부터, 오늘의 지금까지 나와 우리회사에 투자한 모든 사람들은 왜 투자했을까?
권상민에게 투자하는 것이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을까?
고백하고 고해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건데, 투자자와 사기꾼은 정말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돈과 시간을 투자를 받을 때의 내가 그 이후에 홱 돌아서면 그게 바로 사기꾼이다.
내가 투자를 잘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신뢰감과 창의성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단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었다.
학부를 고려대에서 마치고, 영국 에딘버러 대학에서 보험계리학으로 석사도 했다.
미국보험계리사 ASA자격도 획득했다.
국내에서는 삼성화재, 한화생명, 삼일회계법인에서 커리어도 쌓았다.
이 정도 보험업으로 한 길 커리어를 쌓은 창업자가 보험 씬에서 뭔가 새로운 일을 하겠다고 하니 믿어주신것이 가장 컸다.
초기에는 보험회사를 세우겠다고 했다. 그것도 평범한 보험회사가 아니라 전세계 저소득층을 위해서 무료보험을 제공하는 회사를 만든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보험계리사 출신인 내가 프라이싱하고 수익성을 계산한 대로라면 손해보지 않는 회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신선하고 창의적인 제안이 잘 받아들여진 것 같았다.
이런 신뢰감과 창의성에 기반해서, 마지막으로 내 열정이 더해지니 투자가 잘 유치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업은 끊임없이 변한다.
초기에는 저런 전세계 저소득층 무료보험에 대한 비전으로 시작했지만, 후에는 실질 모델을 계속 보여줬다. 나도 현실에 타협한 것이었다. 다행이 그 모습을 지속적으로 인정받아서 추가 투자유치까지 이뤄진 것이었다.
나는 투자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투자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리인, 대리자를 찾는 것이다.
나의 유동자산을 키워줄 객체인 것이다.
그들이 아무 대가도 없이 미쳤다고 돈을 넣겠는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이익에 대한 기대감과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시간을 투자한 사람도 이 곳에 시간을 투자했을 때, 다른 곳보다 더 상대적으로 큰 보상으로 돌아올 것 즉, 연봉인상과 같은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투자한 것이다.
반대로 투자를 받는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사기꾼과 투자유치자가 한 끗 차이라고 말했다.
사기꾼이 되고 말 것인지, 끝까지 책임을 져서 투자유치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인지 결국 투자를 유치한 마음가짐에 달렸다.
나 자신, 나의 제품, 나의 서비스, 내 회사를 세일즈 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던가
나는 사업을 하면서 후회하는 부분보다는 항상 감사하게 잘 해왔고, 결과가 좋았고, 나를 성장시켜줬다고 늘 생각한다.
그런데, 단 한가지 후회를 하는 부분이 있으니 지난 10년간 나는 너무 많은 투자를 받은 것이라는 점이다.
돈으로도, 시간으로도, 정성으로도 나를 위해서 너무 많은 사람이 애를 써줬다.
앞으로의 10년은 이 마음의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두 번이나 망할 뻔한 위기도 겪고 많은 투자자들에게 금전적으로, 시간적으로 손실도 많이 끼쳤다.
그렇기에 내가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사람은 은혜를 갚아야 한다.
꼭 그렇게 하자.
투자를 한다는 것은 정말 고도의 종합적인 판단을 요한다.
투자를 할 때, 또는 투자를 받을 때 오늘 내가 말한 사례도 참고를 꼭 하도록 하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