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에 남긴 일상
일상思 24.1.12 (금)
어쩌다 각방.
아내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각방은 안돼 주의다.
도대체 왜 결혼을 했는데! 결혼을 한 이규 딱 하나가 밤에 헤어지기 싫어서인데 왜 한집에 살며 헤어져야 하냐고!
이 주장을 반박할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해서, "어떠한 경우에도 잠은 한방에 잔다."가 우리 부부의 혼인조약 1조 1항이 됐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이 규정은 어김없이 지켜졌다.
최근 며칠, 아내가 독감확진을 받아 스스로 자체격리를 선언했다.
아내는 안방, 나는 거실에서 각방을 쓰게 됐는데, 어젯밤에는 영 적응이 안 돼서 밤새 잠을 못 자고 뒤척였다.
밤새 뒤척이고 맞이한 아침, 회사의 하루 일과가 너무 힘들었다. 거의 넋이 나간 표정으로 좀비 같이 있는 나를 보고, 후배 동료가 한마디 거든다. "선배님 많이 힘들어 보이네요"
사정 이야기를 하고,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하니,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직 방을 같이 쓰세요?"
엉? 이건 뭐지. 부부는 원래 한방 쓰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자기네는 아이 키우면서부터 아이랑 엄마가 같이 생활하고, 자신은 따로 잔다고 한다.
남의 가정사에 관여하는 건 예의도 아니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아주 잘 알지만, 후배와 충분한 친분관계가 있다는 생각에, 조용히 내 의견을 꺼냈다.
부부가 각방 쓰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아 보여.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다시 한방생활 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텐데.
내 생각에는 부부가 한방 생활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어.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극복할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야
사람이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위기를 만날 수밖에 없어(누구도 완전한 평화로 평생을 살지는 못하니까).
그런데 한 공간에서 잠자리를 함께하는 생활을 한다면, 서로의 위기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고 생각해.
이유 없이 밤에 뒤척이거나, 우울한 감정에 빠져 있거나, 유난히 예민해져서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본다면, "아뭔가 문제가 있구나!" 하고 감지할 수 리 있지.
조금이라도 빨리 이상징조를 찾는다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사전에 조치를 할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이런 것들을 놓치게 되고, 작은 생채기가 생겨 깊은 상처로 확산되고 나서야 서로의 문제를 알게 되겠지.
이상 징조가 있다면, 상처가 커지기 전에 빨리 대응하는 게 중요해, 그래서 부부는 가능한 각방생활을 빨리 청산하는 걸 권해.
그나저나 아내가 빨리 독감에서 벗어나야 합방을 할 텐데
유난히 피곤한 하루가 이렇게 지났다.
빨리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