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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진 Jun 16. 2016

'거래' 버튼을 누르면 일어나는 일

시장 미시 구조와 초단타매매

미국이나 한국 모두 퀀트 트레이딩과 알고 트레이딩을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좁게 이야기하면 둘은 다르게 발전 해온 분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알고 트레이딩과 주식 시장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부분은 아마추어 퀀트님의 블로그(http://blog.naver.com/chunjein)와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고등어 한 마리 주세요.

네, 3000원입니다.


우리는 물건을 살 때 가격을 꼼꼼히 따지고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어떤 물건의 가격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떨어지기도 하고 상승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환경부에서 미세먼지의 주범을 고등어로 모는 바람에 고등어 가격이 많이 떨어지기도 하였다.


출처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611420



주식이나 부동산, 채권 등 증권 또한 여러 가지 요인으로 가격이 변화한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가격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투자를 해서 이익을 얻으려 한다. 이렇게 움직이는 가격은 누가 정하는 걸까? 누군가가 오늘은 10% 떨어졌다 5% 상승했다 정하는 걸까?


최근 옥수수 가격의 움직임. 비싸지고 있다




증권 시장


편의상 우리는 '오늘의 금값은 48,353원/g이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거래되는 시장을 뜯어보면 어떤 상품의 가격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사고 싶은 가격과 수량과 팔고 싶은 가격과 수량을 써놓고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실제로 시장 거래소라는 장소에 모여서 원하는 가격을 서로 외치거나 손으로 표시하는 수산물 시장 경매장과 비슷하게 거래가 이루어졌었다. 어떤 사람은 100g을 40,000원에 사고 싶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50,000원에 200g을 팔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두 사람 모두 45,000원에 사고팔고 싶어 한다면 둘의 거래는 성사되게 된다.


과거의 런던 증권 거래소의 모습


과거에는 소리를 치거나 손으로 표시했지만 전자화가 되면서 컴퓨터상에 주문들을 모아놓고 가격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거래 시스템으로 증권 거래를 해본 사람은 호가창(Limit Order Book)이라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호가창은 사려는 사람들의 개수와 가격, 팔려는 사람의 개수와 가격을 모아놓은 창을 말한다.


표 1, 간단한 호가창의 예


Bid는 사려는 사람, Offer는 팔려는 사람을 뜻한다. 이 경우에는 $98에 사려는 사람이 5명 총 21개, $97에 사려는 개수가 10명이 44개 등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100에 팔려는 사람이 2명 5개, $101에 팔려는 사람이 18명 89개 등등이 있다. 만약에 내가 $99에 10개를 사고 싶다는 주문을 한다면 표 1-2처럼 변할 것이다.


표 1-2


만약에 3개를 $100에 사고 싶다는 주문을 보내면 어떻게 될까? 기존에 있던 5개를 $100에 파는 사람들과 거래가 성사되면서 표 1-3처럼 호가창에서 그 부분이 사라진다.


표 1-3,수량 3개가 줄어 들었다.



이렇게 거래가 성사되는 가격을 주로 현재 가격이라고 표시한다. 이렇게 성사된 가격을 모아두는 그래프가 우리가 흔히 보는 증권 차트이다. 만약 가격을 적지 않고 수량만 써서 주문을 보내면 현재 있는 가격 중에 가장 좋은 가격으로 거래가 성사된다. 물건 가치가 오르면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offer 부분이 줄어들테고 가격이 오르게 된다. 사실상 증권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경매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시장 미시 구조(Market Microstructure)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을, 금융에서는 기업이나 물건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만 생각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가격이 어떻게 생기는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주로 가치를 분석하고 이후에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 중심이었다. 그러나 시장이 고도화되고 전산화가 되면서 각 주문이 어떤 영향을 일으키는지, 연쇄적으로 반응해서 가격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이런 부분을 이론으로 정립하기 시작한 것이 시장 미시 구조론이다.


시장 미시 구조라는 말을 사용해서 어렵게 들릴지 모르지만, 위에 호가창을 보고서 어떻게 거래할지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쉬운 예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물건을 급하게 사려고 하면 보통은 평소보다 비싼 값을 주고 사게 되고 급하게 팔게 되면 싼값에 팔게 된다. 왜 그런 걸까?


급매를 하면 보통 가격이 떨어진다.


표 1-3과 같은 시장에서 물건을 100개를 파는 주문을 보냈다고 해보자. 표시상으로는 이 물건의 가격은 $100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99에 10개를, $98에 21개를, $97을 44개를, 나머지 25개는 $96에 팔게 될 것이다. 얼핏 시장을 보면 $100 정도에 팔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많은 양을 팔기 위해서 96까지 내려가면서 팔게 되는 것이다.


100개를 팔고 나서 Bid가 사라지고 가격이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급하게 팔면 싸게 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팔면서 수많은 Bid가 사라지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이것을 시장 충격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주문들과 가격과의 관계를 이해하다 보면 주문들이나 사람들의 행동이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가 있다. 사실 어떤 주문과 가격의 움직임 자체가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계와 확률 분포 등을 많이 사용한다. 첫 글에서 말했듯이, 이렇게 시장을 구성하는 주문들과 요소들, 그리고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생겨나는 가격이 마치 양자역학에서 소립자들이 물질을 구성하는 것과 흡사하여서 많은 물리학자들이 시장 미시 구조를 모델링하고 이론을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물론 복잡한 수식과 이론도 많지만 꼭 그런 것 없이도 시장 미시 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 쉬운 개념으로 호가의 치우친 정도로 가격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가장 싼 $100에 팔려는 사람은 112명, 1042개나 있는데 가장 비싼 $99에 사려는 사람은 5명, 13개 밖에 없다. 1042 : 13으로 파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경우에는 가격이 떨어지려는 강도가 강하다고 표현한다. 이렇게 한쪽으로 거래하려는 사람이 쏠려있으면 가격이 내려갈 확률이 높다.


이런 식으로 주문의 비율, 거래량, 가격의 분포도 등 수많은 시장 요인을 분석해서 움직임을 예측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시장의 상황을 분석하고 모델링한다.



정보 기반 거래자(Informed trader)와 알고리즘 트레이딩


미시 시장에서는 주로 거래를 하는 사람을 두 가지로 나눈다. 정보 기반 거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정보 기반 거래자는 말 그대로 정보가 있는 거래자를 말하는 건데, 우리가 상상하는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서 어떤 물건의 가격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떤 물건을 꼭 사야하는 사람도 될 수 있다. 즉 어떤 물건을 사거나 팔고 싶어 하는 의도가 강한 사람을 말한다. 거대한 환전 거래가 필요한 수출기업이나, 농협이 배추 가격의 리스크를 헤지 하기 위해 많은 양의 상품을 사야 하는 것도 정보 기반 거래자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시장에서 물건을 사게 되면 엄청난 바가지를 쓰게 된다. 게다가 자신이 이러한 거래를 하고 싶다는 의도를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많은 양을 사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비싸게 팔기 시작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사려고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건 고급 정보인데, 너만 알고있어


시장 미시 구조론에서는 이러한 정보 기반 거래자가 있을 확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찾아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정보 기반 거래자들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노출시키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거래를 성사시킬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큰 주문을 쪼개서 보내는 것이다. 엄청나게 큰 양을 사려고 하면 정보 기반 거래자인 게 너무 쉽게 탄로 나겠지만 작게 쪼개서 몇 번에 걸쳐서 보내면 훨씬 안전해지고 비용도 싸지게 된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정해진 시간 동안 쪼개서 거래를 보내는 방법을 썼다. 예를 들어 1000개를 사고 싶다면 10개씩 매 5분마다 주문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너무 쉽게 발각당하고 시장의 상황과 무관하게 거래를 하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줄여주진 못 했다.


헤지펀드, 투자은행, 국가기관, 연금 등 거래를 해야 하는 양이 어마어마한 기관들은 이렇게 정보 기반 거래를 하면서 드는 비용으로 인한 손해가 너무 컸다. 그래서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미시 구조론 전문가들을 고용하기 시작하고 이들은 시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가장 정보 기반 거래가 발각되지 않을만한 타이밍에 주문을 보내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하며 이를 프로그램화시켰다. 이들이 바로 알고리즘 트레이더들이다. 미래의 가격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예측하는게 주된 목적인 퀀트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무리 미래 가격을 잘 예측하더라도 결국 그 물건을 사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면 아무 쓸모없는 예측이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 은행들과 펀드들은 미시 구조 전문가와 이런 미시 구조를 조금이라도 빨리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프로그래머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JP Morgan이 야심차게 내놓은 알고 트레이딩 서비스 '아쿠아'



미시 시장 이론을 방어적으로만 써야 할까? 초단타 매매의 등장


정보 기반 거래의 비용을 줄이는 노력으로 알고 트레이딩은 꽃을 피우게 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한다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미시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이를 이용해서 수익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 즈음부터 각종 미시 시장 이론을 수익 알고리즘으로 전환시켜서 돈을 버는 초단타매매(High Frequency Trading) 전략들이 대 유행을 하게 된다. 이는 가치가 저평가되어있는 물건을 사거나 거시적인 움직임을 분석해서 수익을 내는 기존과는 다른 종류의 방식이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마켓 메이킹 전략,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에서 일시적인 불균형을 찾아서 수익을 얻는 스캘핑, 가격이 단기적으로 오를 땐 급격히 오른다는 성질을 이용한 초단타 모멘텀 등이 있다. 초단타 매매는 가치에 투자하는 거래와 달리 미시 시장 안에 있는 불균형을 찾아서 안정된 수익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익률이 매우 높았고 경제 상황이나 시장과 관계없이 수익을 얻어서 특히나 2008년에 모든 시장이 붕괴했을 때에 더욱 인기가 많아졌다.


미국 주식의 초단타 매매 비율


많은 기업들이 초단타매매에 뛰어들게 되었고 시장의 불균형이나 정보 기반 거래자를 더욱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큰 수익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속도를 더욱 빠르게, 네트워크 렉을 더욱 많이 줄이는 것이 숙제였다. 더 많은 고급 프로그래머들과 네트워크 엔지니어들은 초단타 매매로 뛰어들게 되었다. 초단타매매 중심의 헤지펀드인 Two Sigma에서 구글 엔지니어를 대규모로 빼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미시 시장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로 부흥하게 되고, 거래를 위한 비용은 역대 최저급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초단타매매는 말 그대로 미시 시장에서의 불균형을 예측하여서 돈을 버는 방식이기 때문에 경쟁자가 많아지고 불균형이 줄어들수록 기회는 줄어갔다.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 초단타매매의 수익은 점점 줄어들었고 각종 헤지펀드나 기업들도 알고 트레이딩 부서를 설립하여 정보 기반 거래를 효율적으로 숨기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되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결국 초단타 매매 회사들 중 일부는 수익성이 줄어드는 것을 보다 못해 미시 시장에 대한 지식과 엄청나게 빠른 프로그램들, 그리고 정보를 이용해서 불법적인 행위를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선행 매매와 허위 주문 등이 있다. 선행 매매는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이 사려는 물건을 빠른 프로그램으로 먼저 파악해서 가격을 올려버리는 행위를 말한다. 허위 주문은 주문을 허위로 내놓아서 가격을 움직이게 만든 다음에 다른 사람이 그 주문을 바탕으로 거래를 하려고 할 때 빠른 회선으로 미리 취소를 하는 걸 말한다.





마이클 루이스는 2014년에 이러한 행태들을 소설 '플래시 보이즈'를 통해서 고발하게 되었고 초단타매매 회사들은 대규모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이러한 불법적인 초단타매매는 월스트리트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뜨거운 감자였다. 적발이 된 회사들은 문을 닫게 되었고, 미국 증권 시장은 여러 가지 규제로 초단타 매매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하기 시작했다.


굉장한 화제와 인기를 끌었던 플래시 보이즈. 재밌다.


물론 불법적인 행위를 받던 초단타 회사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모든 초단타 매매가 나쁘다 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초단타 매매 분야에 커다란 암흑기가 오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초단타 매매 행위 자체를 금지해야 된다는 토론을 매일 같이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초단타매매는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역할을 하였고 이는 현대 시장의 상당한 발전을 가져왔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배척은 좋은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대에는 이러한 미시 시장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고 수많은 초단타 매매자들로 인해 시장이 효율적으로 변하면서 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점점 줄어드는 초단타 매매 수익


기존에는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미시 시장의 정보를 얻기 위하여 렉이나 속도를 빠르게 하려는 노력이 주였다면, 이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데이터 과학 분야의 시대가 올 것이다. 최첨단 기술과 연구력을 가진 회사들이 앞으로 경쟁이 심해진 현대 시장에서 어떠한 전략을 취할지 흥미롭게 지켜 볼 일이다.




거래 버튼을 눌렀을 때 일어나는 일


첨단화된 시대에 우리는 스마트폰 앱에서 클릭 한 번으로 증권을 쉽게 사거나 팔 수 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에 거래가 성사되었다는 메시지를 보게 되겠지만, 사실은 이러한 미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수많은 알고리즘들이 그 충격을 계산하고 예측하여서 거래를 시도하고 성사된 것이 바로 그 거래이다. 또한 그 거래로 인해 시장의 구조가 변했을 것이고 이는 앞으로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치 나비효과와 같은 것이다. 나로 인해 주식 시장 전체가 변할 수 있다니 흥미롭지 않은가? 지금 한번 좋아하는 주식 한 주를 사보자.


요즘은 (미국에선) 로빈후드 같은 앱을 사용하면 무료로 주식거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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