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척을 진 디자이너 지망생의 영화 리뷰
평범한 인간과 무당의 삶 사이에서 끊임 없이 고민하는 황인희 씨의 이야기는 전체 플롯의 큰 줄기를 만들고 있다. 신 내림의 징후를 발견하고, 내림 굿을 받아 무당이 되고,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가기 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은 뚜렷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형성한다. 메인 플롯의 사례를 중심으로 신 내림과 관련된 각종 징후들을 겪어내고 있는 몇 사람의 사례는 서브 플롯의 역할을 한다. 메인 플롯 사이 사이 에 배치된 서브 플롯은 다양한 종류의 굿 의식과 영적인 세계에 대한 정보를 단계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메인 플롯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정보들을 서브 플롯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황인희 씨의 사 례에 설득력을 한층 더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대상에 대해 사람들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대상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영적인 세계의 실체를 보고 느끼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반복 속에서 점층적으로 인물 내면 관찰의 깊이감이 더해지고 있으며 실체가 없는 것 같아 보이던 대상 이 구체화 된다. 인간과 신의 세계 사이에서 끊임 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주인공 황인희 씨의 입장은 의심의 눈초리로 이러한 세계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 황인희 씨의 몸을 빌려 드러나 는 신의 움직임과 목소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의구심을 걷게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감독과 피사체 사이의 관계 맺기가 절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피사체에 대한 감독의 적극적인 해석이 개입되어 있다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는 대상에 대해서는 백 마디 말로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다는 눈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한 일관성을 갖고 반복적으로 보여진다는 점은 강력한 설득 요인이 된다. 무당 세 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전달을 위한 단독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현장에서의 즉흥 인터뷰나, 적극적인 나레이션의 개입이 없다. 이 또한 피사체를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는 감독의 태도로 볼 수 있겠다.
영화의 후반부로 향하면서 결론이 점점 궁금해졌다. 그리고 감독이 무당의 세계를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마지막 나레이션에서 까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촬 영 과정에서 믿기 힘든 광경들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네, 아니오. 로 대답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끝까지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솔직한 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감독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