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마지막 수업 (Etre Et Avoir, 2002)

영화와 척을 진 디자이너 지망생의 영화 리뷰

by 권태욱

1. 플롯 구성

작은 교실에서 다양한 나이대의 아이들과 선생님 한 명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배치 되어 있다. 특별하게 극적인 사건이 없으며, 선생님과 아이들의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관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 본다. 그리고 그 사이 사이를 몇 몇 아이들의 가정 환경을 보여주는 시퀀스, 부모님과 상담하는 시퀀스, 시간 경과를 드러내는 인서트들이 메꾸고 있다.

영화 전체의 1/2지점을 기점으로 하여 미묘한 분위기 상의 변화가 일어 난다. 1/2지점의 전 까지는 롱 테이크와 정적인 이미지들이 주를 이루며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가 형성 된다. 빈 교실을 거북이가 가로질러 가는 씬은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비록 극적인 상황들은 아니지만, 전반부에 비해 중-후반부에서는 상대적으로 밝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배경 음악 톤의 변화를 비롯하여 복사기 앞에서 티격 대는 아이들 시퀀스는 흐뭇한 미소를 자아낸다.


2. 인물 그리고 피사체를 바라보는 방식

선생님은 다양한 나이대의 여러 명의 아이들을 한 교실에서 동시에 돌본다. 한 명 한 명 눈높이를 맞추고 일관되게 차분한 태도로 아이들을 대한다. 아이들이 대상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항상 ‘왜?’에 대한 질문을 이어 나간다. 철학적인 사유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선생님의 교육 방식이 인상적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선생님의 태도와도 같은 선상에 있다. 샷 사이즈에서 아이들에 대한 카메라의 관심 어린 시선이 엿보인다. 풀샷 보다는 각각의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B.S 이상의 단독샷으로 담아내고 있으며, 이를 반복적으로 나열한다. 이러한 샷 사이즈는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충분하게 담아내며, 궁극적으로는 교실 속 아이들 각각의 캐릭터가 드러나도록 한다. 선생님이 전체 흐름을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상 선생님의 단독샷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단독적으로 담아낸 빈도 또한 꽤 높은 편이다. 아이들과 선생님을 균형 있게 담아 내는 것은 교육의 본질이 학생과 선생님의 상호 작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 중반 지점에서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그 때 연속적으로 따르는 아이들의 반응샷이 인상적이다. 아이들의 표정에서 당황스러움과 아쉬움이 한껏 묻어나는데, 나레이션과 인터뷰가 극도로 절제된 흐름 속에서 이미지만으로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의 관계성을 단박에 표현해 낸다.


3. <사이에서>와 비교

지난 주에 보았던 <사이에서>와 비교되는 지점이 보였다. 두 영화 모두 촬영 현장에서 피사체에 대한 감독의 적극적인 개입을 지양하고 있다. 애초에 어떠한 의도를 갖고 대상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를 담아 내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그 재료들을 추후에 해석하고 가공하는 과정에 있어서 일종의 차이를 보인다. <사이에서>는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뚜렷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에 반해 <마지막 수업>에서는 선형적인 시간 흐름을 따라가며 더욱 더 관조적인 시선으로 대상을 드러낸다. 상대적으로 기승전결의 구조가 흐릿한 편이다. 근본적으로 소재의 차이에서 오는 정확한 비교의 한계점은 있다. 하지만 카메라의 접근 방식이 서로 유사함에도 대상에 대한 감독의 접근 및 플롯 구성 방식에 따라 작품의 흐름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의 단초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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