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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Jan 17. 2019

PORTO. 7

포르투 21일, 살아보는 여행의 기록


듣던 것과 다르게 맨날 날씨가 좋아서 갸우뚱했었는데, 드디어 이 곳에 온지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확실히 내 감정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침부터 기분이 다운됐다.





엘리스가 알려준 집 근처 그릴 가게. 오늘은 지출을 조금 줄여보자는 생각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심을 시켰다. 양이 너무 많았고, 돼지고기 냄새가 살짝났다. 재방문은 안 합니다.


Grelhador da Boavista

Portugal, Rua da Meditação 39, 4100-360 Porto




드디어 집 근처 문구점에서 페이퍼 클립을 샀다. 매일 영수증을 정리하고 있는데, 일 별 영수증을 묶어둘 수 있는 클립이 절실했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엘리스한테 물어봤는데, 집 앞 문구점에서 팔고 있었다.


Shopping Cidade do Porto

R. de Gonçalo Sampaio 350, 4150-365 Porto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시내로 나가서 무언가 많이 할 마음이 안들었다. 책에 나온 골동품 가게로 나섰다. 구글 맵이 지금까지는 한 번 도 가보지 않았던 길로 나를 안내했다. 그리고 가던 길에 우연히 레코드 가게를 만났다.





혹시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바이닐 중에 커버 까지 이쁜게 있다면, 방에 세워 둘 생각으로 열심히 찾아봤다. 주인 삼촌이 신나서 이 것 저 것 여러 LP를 틀어주면서 내 취향을 찾아주려 노력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음악 얘기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 이런 저런 아티스트 얘길하는데, 대부분 내가 모르는 것들이었다. 아직 음악에 많이 무지하단 생각을 했다. 


비오는 날에 만난 레코드샵이라니. 비가 와서 아침에 우울했는데, 비오는 날 우연히 이런 가게를 만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낯선 곳에서 우연하게 무언가와 만나는 일은 항상 즐겁고 짜릿하다. 걷다가 궁금하고 신기한 것이 있으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부딪혀보자는 생각을 했다. 어리둥절하게 가게 문 열고 들어온 외국인을 친절하게 맞이해준 삼촌에게 감사를.


Discos do Baú

Rua da Torrinha 223 229, 4050-612 Porto





오늘의 목적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있는 오만가지 잡동사니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는 이쁜 골동품 가게였다. 이 곳에서는 넓게 슬렁슬렁봐선 묻혀있는 보석을 못찾겠단 느낌이 딱 들었다. 거의 한 시간 가량 꼼꼼하게 물건들을 살펴봤고, 포르투갈어로 된 월리를 찾아서 동화책을 한 권 샀다. 괜찮은 포르투갈 기념품이라 생각했다. 


O Sótão da Tia Becas

Tv. de São Carlos 22, 4050-544 Porto




그리고 집에 와서 냉장고에 둔 그린 와인을 꺼내 마셨다. 신맛이 올라왔는데, 끝 맛은 깔끔하게 떨어져서 독특했다. 맛있어서 계속 먹었다.


저녁엔 재즈바 동행을 구했다.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친구였다. 광고 전공을 하고 있었고 꽤나 말이 잘 통했다. 전혀 만날 일이 없을 법한 사람들을 만나서 새로운 얘기, 새로운 세상을 알아갈 수 있다는건 동행의 큰 장점이라 생각했다.


조금 일찍 만나서 시간이 뜨길래, 어제 갔던 굴덴드락 비어하우스에 또 갔다. Hello Again! 이라고 인사했고, 호탕하고 젠틀하게 나를 반겨줬다. 어제 삼촌이 추천해준 브루마스터가 진짜 너무 맛있어서 오늘 또 시켰다. 그리고 오늘 나갈 땐 제대로 인사했다. muito Obrigado. 그랬더니 나보고 "You're now already a Portuguese" 라고 했다! 이렇게 조금씩 이 도시랑 가까워지고 있어. 집에 돌아갈 때 쯤이면 조금 더 이 도시의 삶에 스며들어있겠지요?


Gulden Draak Bierhuis Porto

N. 82, Rua de José Falcão, 4050-315 Porto





드디어 핫 파이브 도착. 내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샹그리아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착석. (3.5유로 짜리 샹그리아 맛 없었음ㅠ_ㅠ..) 한국 사람들이 꽤나 많아보였다.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 3명으로 구성된 밴드였고, 2시간정도 공연이 진행됐다. 드럼 아저씨가 공교롭게도 위플래쉬의 플레쳐 문어선생님을 닮았었다. 약간 뚱뚱한 문어아저씨. 어디서 주워듣기론 재즈는 서로 강약조절하면서 주고 받고 하는 게 있어야한다고 했는데, 드럼 아저씨가 너무 혼자 돋보이려고 하는게 보였다. 연주 내내 드럼소리만 들리는 느낌. 좀 아쉬웠다. 새벽 한 시가 가까워오니까 슬슬 졸리기 시작했고, 우버 타고 집에 돌아갔다. 


Hotfive Blues & Jazz Blues CLub

Largo do Actor Dias 51, 4000-192 Porto


오늘의 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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