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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Feb 02. 2019

VANVES.2

내겐 너무 친해지기 어려운 도시, 파리

- 포르투는 진짜 착하고 편한 옆집 동네 친구 같다면, 파리는 차갑고 시크하지만 자유로운 소울을 뿜어내는 매력적인 형아 같다. 여기서도 어눌한 발음의 내 생존 불어를 듣는 현지 사람들의 반응을 구경하는게 재밌다. 다음에 여행 갈 때도 꼭 그 나라 말을 배워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 여기선 걷다가 뜬금없는 곳에서 뜬금없이 춤을 추는 사람이 있어도, 그냥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 같은 느낌. '너는 너고, 나는 나고 우리는 인간으로서 서로 동등해.' 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게 아닐까. 근데 이 생각의 출처를 아직 잘 모르겠다. 원래 갖고 있던 선입견이었던가.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의 습성이나, 문화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정말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포르투에선 이런 생각이 안났는데 신기하다.


- 포르투에선 여기서 살아도 참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는데, 파리에서 그런 생각이 전혀 안든다. 아름답고 멋진 것들이 많아서 매력적인 건 사실이지만 그 만큼 어두운 면도 느껴졌다. 특히 메트로. 차량 자체가 연식이 꽤나 되어 보였고, 적어도 한 두달 정도는 청소를 안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더럽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꼭 손을 잘 씻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안그러면 정말 무슨 병이라도 걸릴 것 같으니까 정말로. 깨끗한 포르투 메트로, 한국 지하철이 그리웠다.


- 그리고 물가가 포르투갈에 비해서 진짜 미친듯이 높다. 둘이서 메인 요리 2개, 글라스와인 2잔, 에스프레소 2잔 마셨는데 66유로가 나왔다. 4만 4천원. 읭? 여기서 진짜 살 순 없겠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동네 빵집에서 먹은 빵이 맛나서 기분이 좋았고,





- 이번 생일엔 에펠탑을 선물로 받게 되어서 더 특별한 기분을 느꼈다.





- 국물이 너무 먹고 싶어서 우연하게 들어간 한식당에서 쿨내 풍기는 사장님이 이것 저것 챙겨주셔서 감사했고


(물론 나갈 때 주일에 교회가자고 하셔서 살짝 당황했지만)




- 만드는 데 30년 걸렸다는 개선문의 정교함을 보고 감탄할 수 있어서 좋았다.





- 포르투엔 없던 애플스토어를 만나서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고,





- 파리 이곳 저곳에서 활약 중인 삼성을 보면서, 괜히 대한민국 사람인게 자랑스러워지기도 했다.





- 그리고 왓챠 다닐 때 바로 옆자리에서 일하던 사수를 파리에서 만났다! 돈 벌어서 어디 쓰겠노. 고기 사묵겠지.


- 파리 2일차. 싫음과 좋음이 함께 공존하는 상태에 있다. 거의 반반이긴한데, 아직은 싫은쪽에 조금 더 가깝다. 남은 시간동안 이 호불호의 게이지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오늘의 일기 끝.



87,821원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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