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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Feb 04. 2019

VANVES.4

내겐 너무 친해지기 어려운 도시, 파리

4일만에 일기의 부제를 정했다. 내겐 너무 친해지기 어려운 도시, 파리


나 분명 여행왔는데 왜 복잡하고 정신없는 서울에 있는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특히 더럽고 어두침침한 지하철 탈 때 더 그런 기분이 든다. 그냥 이 정도 기분을 계속 유지하다가 여행이 끝나지 않을까 싶다. 정말 다음부턴 목적을 정확하게 정하고 여행 준비를 해야겠다. 사실 오늘 숙소에 들어와서 진심 포르투로 다시 넘어가고 싶어서 숙소랑 항공권 알아보다가 정신 차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포르투로 다시 가면 괜히 마음만 조급해지고 기대가 더 높아질 것 같았고, 그러다 실망하면 더 슬플 것 같아서 그만뒀다. 그냥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포르투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그대로 남겨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일차 파리 여행을 하면서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이 곳에서 내 인생에서 제일 맛있는 빵을 먹었을 때였다. 바게뜨, 마카롱, 크로아상. 너무 맛있었다. 사실 웅장하고 역사 깊은 건축물이나 박물관 같은건 대부분 그냥 그렇거나 아니면 잠깐 좋다가 말아버리는 정도로 그쳤다. 사람이 너~무 많고 정신이 없다. 그리고 항상 내 가방이 털리지 않도록 예민하게 신경써야한다. 그래서 너무 금방 피곤해지는 느낌. 파리 근처 조용한 어딘가에서 햇빛 맞으면서 산책하고 싶다. 그러다가 귀엽고 이쁜 거 있으면 필름카메라 꺼내서 사진 한 방 찍는 그게 훨씬 더 행복할 것 같다.







일요일 아침, 집 앞 방브 벼룩시장 가는 길. 온지 3일만에 해가 떴다.





방브 벼룩시장 풍경. 동묘 느낌도 난다. 평범한 프랑스 사람들 구경하는게 재밌긴 했는데, 날씨가 좀 추워서 힘들었다. 포르투 날씨가 그립다.





죤맛탱 바게트. 살면서 먹어본 바게트 중에 제일 맛있었다. 겉바속촉의 정석. 프랑스 바게트 대회에서 우승한 빵집답다. 여기선 그냥 빵만 먹고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근처에 장도 열렸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아들이 '싸다~싸!' 같은 말을 소리치고 있었고, 귤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마담 마담~ 하는 거 보면 한국이랑 별반 다를 게 없다. 노트르담 대성당 보는거 보다 사람 냄새나는 이런 모습들 구경하는게 훨씬 더 즐겁다. 





여긴 그래피티 스케일도 포르투랑 쨉이 안된다. 길가다가 엄청 흔하게 만날 수 있기도 하고, 평균적으로 퀄리티가 높기도 하다.





이건 포르투에서 본 제일 허접하고 심오한 그래피티 (그래피티가 맞나 갸우뚱 하게됨)




벼룩시장 구경 끝내고 한숨 자러 집 들어가는 길





몽마르뜨 언덕. 한 15분 앉아서 멍하니 쳐다봤다. 옆에서 멋있는 형아가 꽤나 듣기 좋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집 가려고 내려갔더니 무슨 트럼펫 색소폰 브라스 밴드가 공연하고 있었다. 역시 스케일이 다르다. 이런거 보면 파리는 유럽의 중국 같으면서 미국 같기도 하다. 크고 많고 복잡하다.





갑자기 분위기 노량진. 근데 크레페 하나 9500원인건 함정. 여기선 굉장히 싸고 가성비 좋은 음식이라는 건 더 함정. 맛은 그냥 그랬음.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던 공간. 책 한 권 살까 하다가 내 캐리어 무게 22kg인거 생각하면서 참았다. 계산하시는 분들이 일을 엄청 즐겁게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부 사진 촬영 금지라 바깥 사진만.





종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우면서 놀랍고 대단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던 순간.





한국에선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신박한 사업 아이템. 럭셔리 화장실. 입장료는 2600원입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파리에서 봤던 화장실 중에서 제일 깨끗해보였다. 물론 비싸서 돈 내고 들어가진 않았다.





와. 여기도 무지가 있다니. 반가웠다.


피곤하니까 얼른 자야지. 한국이 좀 그립다. 여긴 불편하고 어렵고 잘 안되는게 좀 많다. 포르투에선 평생 눌러 앉아 있고 싶었는데. 파리야 나한테 심통부리지 말아줘 미안해.



14,744원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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