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친해지기 어려운 도시, 파리
내가 지금 머무르고 있는 동네, 방브(VANVES) 라는 곳은 파리와 파리 외곽의 경계에 놓여 있다. 적당하게 버는 중산층의 사람들의 베드 타운 같은 곳. 퇴근 시간대에 유독 내가 머무르는 숙소의 메트로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퇴근시간 대 집값 싼 오류동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 거랑 딱 비슷한 느낌. 이 동네는 파리에 비하면 꽤나 깔끔하고 조용한 편인데 위치도 딱 파리의 남서쪽에 있는게 경기도 광명이랑 너무 닮아있다. 그래서 내가 지어준 별명. '프랑스 광명시'
1. 빨래방과의 악연
5장으로 정리하는 오늘의 해프닝
빨래방3에서 드디어 성공
흑흑ㅠ
1.5 나비고 카드가 생겼다!
일주일동안 모든 시내 교통 수단 탑승을 책임져줄 카드. 나비고 패스를 드디어 만들었다. 이제 그냥 막 찍고 이것 저것 타도 돼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2. 빵지 순례
빵이 너무 맛있길래 파리 여행의 전략을 바꿔보기로 했다. 베이커리 퍼스트, 관광지 넥스트. 핫한 디저트 가게 베이커리를 찍고 다니다보면, 필연적으로 유명한 파리의 관광지를 지나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남들 다 가보는 관광지는 빵집 가는 길에 하나씩 껴서 들러보기로! 궁전이나 성당, 미술관에 큰 관심이 없으니까 그냥 이렇게 여행 하는게 더 행복할 것 같았다.
첫 번째 빵집 = 리뷰는 짱 좋은데 망했음. 사진은 크로아상아니고 Pain au Lait 이라는 우유빵인데, 이 것도 퍽퍽하고 노맛이었음. 맛있는 빵을 먹고 나면 바로 내 얼굴과 몸에서 반응이 오는데 이건 아니었다.
Boulangerie 2M
215 Boulevard Raspail, 75014 Paris
시트론 타르트
한국에서 절대 못 먹어본 맛인데 찌릿할 정도로 상큼하다가 속에 있는 크림이 신맛을 잡아준다. 매콤한 순두부찌개 한 그릇 먹고 디저트로 먹으면 딱 좋을 것 같다. 완전 내 취향은 아닌데 먹고나서 계속 생각나는 맛.
초코 카라멜 뭐시기 뭐시기. 이름 기억이 안남. 맛있긴한데 한국에서도 먹어봤을 법한 익숙한 맛.
Patisserie Yann Couvreur
137 Avenue Parmentier, 75010 Paris
3. 생샤펠 성당
종교의 힘은 참 위대하고 무섭고 놀랍다. 몽롱하고 멍한 느낌이 들었는데 여기서 기도하던 사람들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을까.
4. 저녁 식사
프랑스 광명시에도 맛집은 있다. 한국에 있을 때 부터 프랑스 음식이 입에 잘 맞았던 적이 없어서 당연히 여기 음식도 나랑 안맞을거란 선입견이 있었다. 그래서 햄버거나 먹으면서 버티려했는데 오늘 밤에 갑자기 너무 우울해서 집 밖을 나올 수 밖에 없었고 리뷰가 괜찮았던 집 근처 식당을 찾았다.
동네 자체가 한국인을 찾아보기 너무 어려운 곳인데, 서빙 하시는 할아버지가 낯설으셨는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봤고 옆 테이블 사람들도 내가 밥 먹는걸 쳐다봤다. 외국인된 기분 느끼기. 재밌었다.
분명 낯선 음식에서 낯선 맛이 나는데 어딘가 친숙한 느낌이 들고 맛있어서 기분이 확 좋아졌다. 빵으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음. 적당히 캐주얼한 분위기를 만드는덴 음악이 한 몫 했다. 집값이 미친듯이 비싼 파리 시내 식당과는 다르게, 테이블 간격이 적당하고 식당 내부가 답답하지 않아서 좋았다. 서빙도 너무 친절하게 잘 해주셨고 추천해주신 와인도 참 좋았다. 나도 옆 테이블 현지인 사람들 어떻게 밥 먹는지 신나게 구경했다.
그렇게 천천히 여유롭게, 즐기면서 저녁 식사를 마쳤고 프랑스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타터-메인 요리-디저트 와인 한 잔 해서 40유로. (포르투갈에 비하면 미친듯이 비싼 가격이지만 이제 며칠 안 남기도 했고 그냥 마음을 놓기로 했다.)
137,785원 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