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친해지기 어려운 도시, 파리
내일 리옹으로 떠나기로 했다. 파리랑 애매하게 밀당만 하다가 찜찜하게 끝날 것 같아서 결단을 내려버렸다. 급 행선지 변경하기로 결심하고 버스랑 숙소 예약버스랑 숙소 잡은게 무려 두 시간 전의 일이라니.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하니 오늘 일기는 생략하거나 내일 리옹에 도착하면 쓸 예정이다. 헤헷
그리고 리옹에 도착해서 쓴 어제 일기.
오랜만에 날이 밝아서 에펠을 만나러 갔다.
샐러드랑 바게트사서 들뜬 마음으로 마르스 광장으로 갔지만, 앉을 자리도 마땅치 않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게 극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맑은 날의 에펠이 이쁘긴 이뻤다.
우연히 서점에 들렀는데 갑자기 아이디어가 터지길래 그 자리에서 노트랑 펜 한 자루를 샀고 8천원이 날아갔다. 한국 돌아가면 포르투에서 주웠던 온갖 잡동사니들 전부 스캔해서 재밌는 장난감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나는 내일 파리를 떠나기로 했다. 같은 날짜에 두 개의 에어비앤비 방을 예약해보는 신기한 경험! 호호!
절대 안사려고했던 에펠탑 열쇠고리를 샀다. 오늘 처음으로 밤에 에펠탑을 만났는데 진짜 너무 멋져서 살짝 찔끔 눈물이 났다. 그동안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왔던 기억들이 떠올랐고 그거 다 보상 받는 기분이 들었다. 파리는 진짜 나랑 밀당 잘해. 그렇게 감상에 젖어 있을 때 갑자기 흑인 친구가 내 앞에서 한국말로 '1유로 다섯개 짤랑짤랑'을 외쳤고 나는 홀린듯이 이걸 사버렸다. 역시 연애도 장사도 타이밍이다. 사람이 지갑 여는게 이성적인 판단만 갖고 하는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음.
244,118원 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