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앱 개발 프로젝트를 겪어내며 느낀 점
웹-모바일 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매번 내 작업이 화면을 그리는 것에서 멈추는 게 아쉬웠다. 내가 그려낸 시안이 실제 서비스로 구동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은 항상 나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고, 언젠가는 꼭 그 아쉬움을 풀어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개발자 친구들과 협업해서 앱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찾아다녔고, 올해 초 솝트라는 동아리를 통해 아티클 큐레이션 서비스 아틱이라는 제품을 만들게 되었다.
아틱은 주니어 실무자들이 일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좋은 아티클을 큐레이션 해주는 서비스다. 재밌는 것은 아틱을 운영하는 아틱크루가 직접 아티클을 선별하고, 아래와 같이 유사한 아티클들을 구체적인 문제 상황을 기준으로 카테고리 화해서 정리해준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에서 '~모음' 콘텐츠들의 공유 수가 유독 높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자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아틱은 14명 팀원들의 1-3주간의 출퇴근, 2주간의 합숙을 통해 완성되었다. 결코 적지 않은 인원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디자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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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얘기하기도 했지만, 내가 그려낸 시안이 개발단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원래는 개발자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이슈들을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앱 개발 과정을 이해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초기 목적과는 다르게 오히려 세 명의 디자이너가 한 팀이 되어 일하면서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배웠고, 또 한 번의 성장이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세 명의 디자이너가 어떻게 협업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프로젝트 전체 과정을 회고해보려고 한다.
1. 초기 브랜딩 작업
3명의 기획자, 3명의 디자이너 친구들이 백지부터 함께 아이데이션 했다. 나는 작업 시작 전부터 브랜딩 작업에 자신이 없었다. 추상적인 개념들을 잘 정리해서 그래픽으로 뽑아내는 과정에 특히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옆에 함께할 친구들이 있었고, 잘 묻어가면서 열심히 배워야겠단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브랜딩 작업에 접근하는지도 너무 궁금했다.
a. 슬로건 정하기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정말 많은 아무 말들이 오갔다. PM이 자꾸 실없는 말을 던져서 팀원들의 장난 섞인 조롱이 계속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쓸모없어 보이던 아무 말과 아무 말들이 서로 모이고 섞이면서 또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들로 향해갔고, 결국 지금 아틱의 슬로건인 '당신이 찾는 모든 지식 콘텐츠'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래서 저 슬로건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PM이 던져서 구리다고 놀림받았던 문장에 단어 몇 개가 추가된 것이다)
진짜 친한 친구랑 서로 실없는 말을 주고받는 것처럼, 무조건 아무 말을 많이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참 중요하겠단 생각을 했다. '초기의 아이디어는 연약할 수밖에 없다'라는 대전제를 깔고, 아무런 이야기라도 잘 들어주고, 담아두자. 의미 없는 말 같아도 충분히 다음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으니까.
'자 지금부터 아이디어 회의해볼까? 자 각자 아이디어 하나씩 던져봐. 누구부터 해볼래?'라는 말 이후로 정적이 흐르는 것보단 백배 천배 낫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나면 필터링 없이 그냥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b. 로고 제작, 키 컬러 선정
함께 시너지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까, 가장 자신 없었던 로고 작업도 같이 하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픽의 모티브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키워드들이 논의 선상에 올랐다.
화살표, 나침반, 북극성, 길잡이, 서재, 전시 공간...
그렇게 계속 키워드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과정을 이어나갔다. '이런 키워드는 이런 느낌, 이런 모양으로 표현하면 좋겠다'와 같은 이야기가 구체적인 스케치 없이 말의 형태로 오갔다. 어느 시점이 되어서는 비슷한 이야기가 돌고 돌아 반복되었고, 이제는 구체적인 형태로 결과물이 수렴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디자이너 3명이 노트북을 열고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그림들을 구체적인 형태로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 타임에 20분, 3-4회 반복. 시간을 정해놓고 최대한 많이 그려서 서로 공유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여기서도 잊지 않으려 했던 건 '초기의 아이디어는 연약할 수밖에 없다'라는 대전제를 깔고 나아가는 것이었다. 엉성한 스케치였고 부끄러웠지만, 너무 완벽한 것을 꺼내야 한다는 강박을 걷어내고 그냥 던져보았다. 일단 던지고 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각자 제한된 시간 동안 발산해낸 시안들을 꺼냈다.
확실히 다음 단계의 아이디어를 꺼낼 때, 이전의 러프한 생각들이 좋은 발판이 된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들을 펼쳐놓고 다시 한번 생각을 합치는 과정을 거쳤고, 우연하게도 셋의 시안에 공통적으로 있었던 아래의 로고가 최종 채택되었다.
여기서 발견한 또 한 가지의 재밌는 점은 사람은 역시 서로 같은 말을 해도 머릿속에선 다른 그림을 그리기 쉽다는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두고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지 않도록, 러프한 스케치를 놓고 서로 소통하는 게 비효율을 줄이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란 것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렇게 슬로건과 로고가 만들어졌다. 완성된 결과를 보면서 놀랐던 건 그래서 이 아이디어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찾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만큼 서로의 생각이 섞이고 섞여서 함께 만들어낸 작업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 이건 예전부터 제일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데이션의 모습인데, 직접 경험해보고 나니 신나고 뿌듯했다.
그리고 역시 힘을 합치면 된다.라는 것을 이번에도 느꼈다.
2. 와이어프레임, 초기 GUI 작업
컴팩트하게 브랜딩 작업이 마무리되어갈 무렵, 개발자 팀 빌딩 데이를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준비한 브랜드 자산들을 바탕으로 와이어프레임과 GUI 작업에 돌입했다.
홈 화면을 먼저 잡고, 톤을 맞춰서 나머지 화면들을 그려 가보기로 했다. 혼자 작업하던 것에 너무 익숙했던 나는 사실 이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함께 일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셋이 함께 같은 화면을 보면서 그림을 같이 그려나갔다. 각자의 취향과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서로의 생각이 어긋나기 쉬울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큰 틀에서 서로가 바라보는 '멋진 그림'의 방향이 같았다. 물론 세세하게 들어가 보면 의견 차이가 있긴 했지만.
의견 차이가 생기면 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펼쳐놓고, 어떤 방법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옵션인지 치열하게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그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단 다른 친구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나 스스로의 논리가 부족했고, 초기 기획 단계였기 때문에 서비스 자체의 중심 또한 너무나도 연약했다.
아티클을 큐레이션 해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아티클이 가장 잘 드러나야 한다는 기준 하나는 꼭 붙잡고 싶었다. 그래서 각각의 컴포넌트들이 아티클보다 돋보여선 안된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플랫한 형태를 띤 버전 1이 완성되었다.
디자이너끼리 협업하기 (2)로 이어집니다.
디자이너끼리 디자이너끼업하기 (2)협업하기 (2)
d첫 앱 개발 프로젝트를 겪어내며 느낀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