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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Jul 28. 2019

디자이너끼리 협업하기 (2)

첫 앱 개발 프로젝트를 겪어내며 느낀 점

3. 개발 팀빌딩 이후, 역할 분담하기


개발 팀빌딩이 완료된 시점부터는, 디자인팀이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당장 시안을 넘겨줘야 개발팀 친구들이 설계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 PM으로부터 새로운 와이어프레임을 전달받았고, 홈 화면을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디자인팀의 작업 방식은 이전과 동일했다. 같은 노트북 화면을 보면서, 세 명이서 함께 그려나가기. 그렇게 다시 홈 화면 작업에 돌입했다. 그려야 할 다른 화면들이 많았지만, 작업 진행은 계속 홈 화면에 머물렀다. 빠른 진행이 필요한 상황에서 세 사람이 합의를 보며 나아가다 보니, 진행이 늦어졌다. 이 시점부터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역할 분담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모두가 퇴근한 밤 PM과 나, 단 둘이 사무실에 남게 됐다. 돌파구가 필요하단 생각을 했고 갑자기 작업 욕구가 활활 불타올랐다. 그리고 밤새 홈 화면을 그려버렸다. 분명 우려되는 지점이 있었다. 함께 작업하다가 독단적으로 진도를 빼버리는 건 분명 감정이 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여긴 돈 받고 일하는 회사가 아니라, 각자가 원하는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그리는 화면에 대한 지분과 책임이 디자이너 셋 모두 동일하게 33.33%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안은 그려버렸다. 그래서 다음 날 내 욕심이 33.33%가 넘지 않도록, 이렇게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내 프로젝트 파일을 열어두고, 다른 두 명의 디자이너 친구들이 직접 수정하고 싶은 디테일을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도 혼자 작업할 때는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발견되었고, 점점 시안이 발전되어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힘이 났다. 그렇게 다소 독단적이었지만, 다행히 친구들이 내 마음을 잘 이해해줘서 고마웠다. 아래 사진은 홈 화면 두고 같이 얘기하던 때.



이때부터 디자이너 친구들끼리 업무를 분담하고, 본격적으로 작업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크게 네 가지 파트를 세팅하고, 공평하게 각자 2개의 파트를 맡았다. 내 나름대로의 해프닝이라면 해프닝인 홈 화면 대소동을 한 번 겪고 나니, 함께 일을 잘하는 것을 더 잘 해내면 더 뿌듯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디자인팀 PM 역할 같은걸 맡아보기로 했다. 사실 지금 아니면 이런 신기한 포지션을 당장 경험해보기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에 욕심이 났다.




역할 분담을 하고 나니 작업의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나 당장 지금 할 게 없어'라고 얘기하는 상황도 훨씬 줄었다. iOS 시안은 나와 다른 디자이너 친구가 함께 작업했는데, 프로젝트 버전 컨트롤에 대한 규칙을 세워보기도 했다. 이건 혼자 작업할 때는 몸에 와 닿을 만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확실하게 깨달았다. 디자인 버전 관리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당장은 드롭박스에 올려두고 작업을 진행했지만, 다음에는 앱스트랙트나 칵투스 같은 툴을 써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클라우드 기반 툴 피그마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4. 서비스 마케팅에 필요한 작업


제품을 만드는 작업 이외에 마케팅을 위한 리소스도 필요했다. 최종 발표용 PT 자료를 준비하는 것부터 굿즈, 워크플로우 판넬 제작, 영상 작업, 랜딩 페이지 셋업 등등. 화면을 그리는 것만큼이나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하나씩 진행했다. 그리고 아래 세 가지는 혼자서 작업한 것들이다.


홍보 영상 제작
페이스북 커버 제작
랜딩페이지 만들기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랜딩 페이지 작업이다.



코딩에서 손을 놓은지 족히 1년은 넘어가는 시점이었고, 또 욕심이 활활 불타올랐다. 그렇게 시안을 그리고 이틀 정도 끙끙거리며 코딩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은 했지만 내 맥북을 제외한 다른 디바이스에서는 레이아웃이 다 깨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역시 쉽지 않았다. 어렵다.


 


랜딩 페이지 제작의 목적은 명확했다. 서비스 출시 전, 베타테스터 모집을 위한 이메일 주소 수집하기. PM이 서비스의 시장 반응을 미리 알고 싶은 니즈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최종 발표 때 숫자로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런데 웹사이트는 다 깨져버렸고, 이런 상태로는 웹사이트에서 좋은 경험을 주면서 물 흐르듯이 이메일 주소 등록을 유도하기는 어려워보였다. 그리고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 둔 시안을 그대로 wix로 옮겨서 어떻게든 구현해냈는데, 그것이 지금의 아틱 웹사이트이다. 100% 만족스럽진 않지만, 적어도 깨진 웹사이트로 이메일 주소를 받는 것보단 훨씬 나아 보였다. 결과적으로는 사이트 오픈 후 발표 직전까지 약 30시간 동안, 280개의 이메일 주소가 등록되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는 366개가 모였다고 한다..)


랜딩 페이지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내 작업이 숫자로 증명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험하면서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디자인 작업들을 해나가고 싶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런 판을 깔아주신 PM님께 감사의 인사를.


5. 아쉬운 점


- 앱 개발 동아리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였기에, 모바일 앱 기반의 서비스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메인 퍼소나를 고려했을 때 아틱에게 더욱 적합한 플랫폼은 PC 웹이다. '주니어가 실무 중에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티클을 검색한다.' 가 퍼소나의 주요 사용 상황이기 때문이다.


- 페이지 한 장 한 장에 집중하기보다, 예상되는 모든 화면을 일단 모두 펼쳐놓고 화면과 화면 사이의 흐름을 고려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 화면만 보고 열심히 그렸는데,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니까 성립되지 않는 상황들을 너무 많이 마주했다.  


글을 쓰기 전에 전체 개요를 먼저 그려두고 시작하는 것처럼, GUI 작업도 전체적인 큰 구조를 먼저 세워놓고 시작할 것. 최종 비주얼이 상상되지 않는, 페이퍼 스케치에 가까운 low-fi 와이어프레임의 필요성을 느꼈다. 와이어프레임이 완성된 GUI 형태에 가까우면, 사람의 눈은 자연스레 비주얼을 따르기 때문에 오히려 전체적인 구조를 놓치기 쉬울 것이라고.


- 심볼 기능을 쓰지 못한 것


- 최종 발표에 가까워오면서 마케팅 디자인 관련 작업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 그래서 디자인 QA에 거의 신경을 못쓴점이 아쉽다. 디자인 시안과 실제 퍼블리싱된 형태간의 차이가 있었고, 세부적인 인터랙션에도 기존의 의도와 다르게 구현된 부분들이 있었다. 시안 작업 끝났다고 정말 끝이 아니라, 끝까지 개발자랑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어야한다.


-  '형태는 기능을 따라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화면의 모든 부분을 명확한 이유를 근거로 설명해내지는 못하는 게 아쉽다. 조금 더 끈질기게, 치열한 고민이 필요했다.


- 하나의 아티클을 소비하기까지 페이지 뎁스가 꽤나 깊다. 이것도 결국 앞서 말한 것처럼, 큰 그림보단 화면 하나하나 만드는데 매몰되었던 탓이 크다. UI/UX 디자이너는 편리한 서비스 경험을 설계해야한다고 누구나 얘기한다. 그런데 GUI 비주얼 작업 매몰되다보면 오히려 이 부분이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본질은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 머릿속으로, 말로만 생각하지말고 실제로 작업에 반영하자.


- 좁은 모바일 화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점이 있다. 홈화면 최상단 캐릭터(아이덴티티) 영역이 너무 넓다는걸 퍼블리싱 이후에 깨달았다. 프로토타이핑의 중요성을 또 한 번 깨달았다. 사용자가 스크롤하는 액션도 페이지 뎁스 하나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항상 명심하고, 명심하자.


- 가장 아쉬운 건 스토어 론칭을 앞두고 프로젝트 진행이 멈추었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서비스를 론칭 시켜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는데. 정말 정말 아쉽다.



6. 마무리


솝트를 만나고 앱잼을 겪어내면서, 정말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 올해 초 까지만 해도 나 그래서 디자인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고, 자신감도 부족했다. 그런데 해보니까 되더란 걸 느꼈다. 앞이 흐릿해 보였던 건 결국 내가 직접 부딪혀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잘하는 게 뭐고 못하는 게 뭔지 알았고,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더 해봐야 할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잘하고 싶어 졌다.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앱 개발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낼 수 있게 돼서 감사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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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틱 

주니어 실무자를 위한 아티클 큐레이션 서비스

http://artic-official.firebaseapp.com


Project Manager 유동현, 조충범, 황윤선

Designer 권태욱, 김가형, 송수연

Android Developer 송경희, 신승민, 조수민

iOS Developer 정윤혁, 정초이

Backend Developer 강영우, 박세은, 유현영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notefolio.net/kwontaeuk/15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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