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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Dec 08. 2019

서브웨이의 새 음료 기계를 보며 느낀점

이것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인가

서브웨이에서 난생처음 보는 음료수 기계를 발견했다.



오랫동안 아날로그로 남아있던 음료 기계가 디지털스럽게 바뀐 모습을 보니 꽤나 낯설고 충격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새로운 기계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잠깐 동안 매장 고객들을 관찰해보았다.


1. 20대 초반 여성

디스펜서 앞에서 20초 이상 머뭇거림. 잠깐 뒤로 빠졌다가 옆사람이 쓰는 걸 보고 사용법을 학습함

어려움 없이 음료 수령


2. 20대 중반 남성 (나)

디스펜서 앞에서 5초가량 머뭇거림.

스와이프로 음료 선택

단일 음료 버튼을 숏 터치. 음료가 한 방울 나옴

연속적으로 나오지 않는 걸 확인 후 롱 터치

음료 수령


3. 3-40대 남성 (외국인)

음료 탐색부터 수령까지 어려움 없이 진행


4. 3-40대 남성

음료 탐색부터 수령까지 어려움 없이 진행


5. 40대 여성

스와이프 액션으로 음료 선택까지 어려움 없음

단일 음료 버튼을 숏 터치. 음료가 한 방울 나옴. 이후 4번 숏 터치 시도

연속적으로 나오지 않는 걸 확인 후 롱 터치

음료 수령


6. 20대 여성

스와이프 액션으로 음료 선택까지 어려움 없음

단일 음료 버튼을 숏 터치. 음료가 한 방울 나옴. 이후 1번 숏 터치 시도

연속적으로 나오지 않는 걸 확인 후 롱 터치

음료 수령


7. 50대 여성+20대 여성 (두 명이 디스펜서를 동시에 사용)

앞에서 10초가량 우왕좌왕함. 50대 여성이 상단의 광고판 디스플레이 영역도 눌러봄.

이후 6번 사용 패턴과 동일

이후 리필 사용 시에는 어려움 없었음


8. 20대 여성

스와이프 액션으로 음료 선택까지 어려움 없음

단일 음료 버튼을 숏 터치. 음료가 한 방울 나옴. 이후 1번 숏 터치 시도

연속적으로 나오지 않는 걸 확인 후 롱 터치

음료 수령


9. 30대 남성

스와이프 액션으로 음료 선택까지 어려움 없음

단일 음료 버튼을 숏 터치. 음료가 한 방울 나옴. 이후 1번 숏 터치 시도

연속적으로 나오지 않는 걸 확인 후 롱 터치

음료 수령


10. 20대 여성

스와이프 액션으로 음료 선택까지 어려움 없음

단일 음료 버튼을 숏 터치. 음료가 한 방울 나옴. 이후 1번 숏 터치 시도

연속적으로 나오지 않는 걸 확인 후 롱 터치

음료 수령


결과 요약

모수가 적어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음료를 선택하는건 대부분 어려움이 없어보였다. 스와이프 액션은 모바일 환경에서 워낙 익숙하게 보이는 구조니까. 인상적이었던 건 어머님 한 분이 음료 수령과는 전혀 무관한 상단 광고 영역을 계속 터치하던 것.



이 곳을 터치하면 사용법에 대한 안내가 나올 거라 생각했던 걸까? 어쨌거나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낯선 감정을 느꼈다는 건 명확해 보인다.



터치 버튼으로서의 어포던스는 충분해 보인다. 다만 어떻게 터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10명 중 6명의 사람이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음료가 컵에 채워질 것으로 오인지 했다. 대부분 3-4번의 짧은 터치 후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길게 터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접 넣어보았다. 문구가 있으면 오인지 가능성이 줄어들까?



느낀 점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도입할 때, 사용자가 학습에 들여야 하는 시간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서브웨이의 새로운 디스펜서가 모든 사람에게 어려움 없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아주 극단적인 경우를 상상했을 때 잘못 설계된 인터페이스 하나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가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서브웨이가 잘못했단 얘기는 아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앱스트랙트' 이안 스폴터 편에서 나온 한 디자이너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무한 스크롤이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시간을 앗아갔다. 디자이너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터페이스가 바뀌면서 사용자가 추가적으로 학습에 들이게 될 시간 또한 비용이 될 수 있다는 점 인지하기. 그리고 리뉴얼 후의 편익이 이전 대비 명확한지를 엄밀하게 따져보기. 꼭 사용자의 편익이 아니더라도, 사업과 운영단의 비용을 감소시키는 일이라면 그것 또한 비즈니스 관점의 편익으로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서브웨이의 새로운 음료 기계는 고객에게 다소 혼란을 주었지만, 매장 운영단에서는 몇 가지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


기계 윗쪽에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광고 영역으로 풀어낸 것이 흥미로웠다. 음료를 받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곳에 광고판을 추가로 확보한 셈이니까. 추가 비용없이 소재도 쉽게 바꿀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가까운 곳에서 봐야하니 주목도도 높다.


총 2개의 음료 배출구가 있기 때문에, 동시에 두 사람에게 원하는 음료를 공급할 수 있다. 매일 음료 배출구를 청소해야 하는 아르바이트생의 노고도 줄어들지 않았을까? 마감 알바생은 매일 5-6개의 음료 캡을 분리하고 씻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음료 시럽이나 탄산이 부족할 때, 자동으로 디스플레이에 sold-out 표시가 된다면? 밍밍하거나 탄산 빠진 음료를 받아 든 고객 VOC와 반품 음료의 양도 줄일 수 있다. 서브웨이 알바생 시절에, 탄산 통이나 음료 시럽을 교체하는 타이밍은 거의 대부분 VOC가 들어온 직후였던 기억이 난다.


새로운 기계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건 재밌는 일이었고, 어쨌거나 재밌는 일을 놓치지 않고 기록해두는 건 의미가 있다. 2년 전에 다큐멘터리 찍느라 학교에서 하루 종일 잠복하던 기분도 다시 느꼈다. 그때 다큐 작업이 UX 리서치 과정이랑 맞닿아있단 생각을 했는데, 오늘 느슨한 접점을 발견한 느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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