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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Aug 23. 2019

인터뷰로 나를 들여다보기-1

2시간 44분동안 신나게 떠든 날의 기록

우연한 기회로 인터뷰를 하게 됐다. 내 얘기를 꺼내야하는 인터뷰이로. 영화를 전공했고, 마케팅 인턴을 경험한 꿈나무 디자이너로서의 내 커리어 패스가 인터뷰어는 흥미로웠다고 한다. 신나게 내 얘기를 하면서 그 동안 내가 살아왔던 모습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흔쾌히 인터뷰 제안을 받아들였다. 인터뷰어가 인터뷰 준비를 위해 나의 모든 인스타와 브런치 글을 읽었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합정 앤트러사이트에서 약 3시간 가량을 신나게 떠들었고, 아래는 그 날의 인터뷰 내용에 대한 기록이다.




인터뷰어, 글

주혜원


인터뷰이

권태욱


권태욱의 일


최근에 우리가 앱잼*이 끝났잖아. 어땠어?

아쉬웠던 것도 좀 있고 새로 배운 것도 많아. 디자인팀 3명이서 작업을 했던 게 좋았어. 화면을 그리는 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작업인데, 3명이서 하나의 시안을 작업해 나가는 과정이 나는 한 번도 없었거든. 거의 매번 프리랜서로 해서 혼자 일하는데 익숙했어. 그리고 누군가가 의사결정 키를 가지고 나가는 상황이었다기보다는 3명의 지분이 33%로 똑같았고 3명이 만장일치가 되어야 시안이 넘어가는 환경이었어. 그런 맥락에서 작업을 해본 게 너무 재밌었고 신기했어. 예전엔 콘퍼런스 가면 팀으로 일하기, 협업툴 이런 얘기가 별로 와 닿지 않았는데 이번에 몸으로 좀 느낀 거 같아.

* 동아리 앱 개발 프로젝트. 2주간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모여 앱을 만든다. 권태욱은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디자이너들끼리 의견 충돌은 없었어?

정말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기본적으로 세 명의 취향이 좀 비슷했어. 그게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고, 물론 미세하게 디테일한 면에서는 조금씩 달랐지만 전체적으로 그리는 그림의 톤이 비슷했어. 그래서 큰 마찰은 없었어. 본인이 한 것을 남이 건들고 이러는 게 민감한 부분이잖아. 그래서 그 부분을 조심하려고 노력했고. 사실 욕심을 부렸으면 마찰이 있었을 수도 있었을 거 같아. 지금 나온 작업물만 봤을 때 백 퍼센트 만족스러운 건 아니거든. 그래서 이런저런 아쉬운 부분은 있지.

 

맥주 회사에서 일하면서 앱잼을 했더라고. 이 일은 어떻게 하게 된 거야?

얘기하자면 정말 긴데, 요약해서 얘기하자면 수제 맥주 만드는 제조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거기 CEO가 친구야. 5-6년 전에 프로젝트하면서 알게 된 친구인데, 18년도부터 자꾸 나를 데려가려고 했었어. 안 하고 있다가 조건이나 시간이 맞아서 탄력 근무제 형태로 3달 정도 일을 하고 있어.

 

거기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데?

운영단에서 필요한 디자인을 해. 예를 들면 영업 목적의 메뉴판, X배너, 맥주 탭에 들어가는 그래픽, 새로운 맥주가 나오면 라벨 같은 것도 만들어야 하고, 포스터도 만들어야 하고. 그런 작업들을 하는데 리소스가 필요한 상황이었어. 내가 사실 100% 자신 있는 분야는 아니거든. 내가 힙한 수제 맥주 회사들처럼 일러스트를 잘하고 이런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그냥 해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서 했어. 친구가 사장이고, 망해도 아직 학생이고 되는 데까지 해보자 생각했는데 약간 반 실패인 거 같아. 내 역량에 한계가 있더라고.

 

비전공자 디자이너를 만날 때마다 마음속으로 반가워해. 어떻게 디자인을 발을 들이게 된 거야?

포인트가 2군데 있는 것 같아. 고등학교 때 시점은 간접적인 연결점이었던 것 같고. 직접적인 연결점을 얘기를 하자면 14년도쯤에 프레젠테이션 하는 동아리를 했어. 운영진으로 일을 했는데 그러다 보면 필요한 디자인들이 생기잖아. 어쩌다 보니까 내가 하게 된 거야.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명확하게 메시지 전달하게끔 정리하고 시각적으로 더 나아 보이게 정리하는 작업이 재밌었어. 그래서 좀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공부를 조금씩 했고. 그러면서 편집 디자인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게 직접적인 포인트인 것 같아. 그 이후로 이런저런 책도 사다 보고 디노마드에서 만들어준 타이포그래피 소모임도 했어. 거기서 만난 사람들한테 많이 배웠어. 내 디자인 인생에 정신적 지주 같은 사람을 만났지. 한 살 위에 형인데 배달의 민족에서 일하고 있어. 고졸이고, 비전공자이고, 뭔가 혼자 어둠 속을 헤쳐나가는 기분으로 성장해왔고 그 형 (디자인) 스타일도 내가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친해져서 많이 배웠어.

* 차태현님이 나온 팟캐스트 https://www.designspectrum.org/designtable-s1e20 

 

그러고 나서는?

군대 가기 전에 학원 가서 모션 그래픽을 공부했어. 왜냐면 영화 전공이니까 영상이랑 디자인이랑 접점이 분명히 생길 수 있을 거다 생각을 했거든. 그리고 군대 가서 구르다가 막판에 어디에 차출이 돼서 영상 만드는 일을 했어. 그런 다음 웹이랑 모바일을 시작을 했어. 그때도 학원 가서 시작을 했는데 합이 잘 맞는 거 같은 거야. 요즘 나오는 화면들이 물론 그래픽이 화려하게 들어가는 것도 있지만 대게는 명확하게 목표하고자 하는 걸 설계하는 것이잖아. 그래픽 디자인이랑은 조금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도 좀 해볼 만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 지점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이 분야가 제일 오래 잡고 있고 아직까지도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당장 졸업하고 가려는 회사도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

 

학원을 계속 다녔네. 뭐가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면 바로 하는 스타일인 거야?

명확하게 동기부여가 딱 되면 일단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동기부여가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승부를 던질만하다 싶은 것에 도전을 하고, 절대 무모하게 달려들지는 않아. 그런 것들은 철저하게 좀 계산을 하는 편인 거 같아.

 

디자인이 왜 하고 싶은 거야?

영화랑 비교해서 설명을 해볼게. 이건 지극히 내 취향에 기반한건데 현업에 일하고 있고 이름 있는 영화감독들을 보면 별로 멋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 근데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고 AB 테스트하고, 가설 세워서 검증하고, 살아있는 서비스를 성장시켜 나가는 그런 사람들 보면 너무 멋있고 설레고 나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야. 그런 데서 욕구가 있는 거 같아. 나도 그런 모습이 되고 싶고. 그런 일을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 좋고.

 

그럼 디자인의 분야에서는 어떤 분야가 좋아?

프로덕트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왜 이 분야로 도착했을까 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 브랜딩이나 그래픽의 영역에 비해서 명확한 논리를 가지고 디자인을 세워나갈 수 있는 지점이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이랑 맞는다고 생각했어. IT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비즈니스 맥락의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창업학을 복수 전공을 했어. (디자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이유를 찾아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완성이 되어있는 거. 창작의 고통보다 그런 게 좋아.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주의네. 근데 이게 진짜 어렵더라고.

맞아. (책상을 친다) 디자인을 그리는 것의 시작점이 비핸스의 레퍼런스이기보다는,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형태가 가장 최선인지 고민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물론 레퍼런스 서치가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은 아니야. 이 레퍼런스가 왜 이런 형태, 구조로 만들어지게 됐는지 그 이면을 생각해보고, ‘내 디자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한눈에 펼쳐놓고 본다’는 느낌을 갖는 것. 그래서 내 작업에 어떤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서, 레퍼런스를 공부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디자인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 상황이 그럴듯해 보이는 비핸스의 어떤 레퍼런스 하나의 문제 상황과 완전히 100% 똑같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물론 같을 수도 있지만). 이쁘게 생긴 비핸스 작업물 하나가 정말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를 잘 해결해 줄 것이냐는 질문을 했을 때 이거에 대해서 YES라고 대답을 못한다고 생각해.

 

‘디자인학교’를 다니더라고. 거기선 뭘 공부하게 되는 거야?

디자인을 오랫동안 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들을 알려주는 곳인데, 정확하게 아직은 무엇을 배우게 될지 모르겠어. 작업을 하는데 어떤 논리를 가지고 나오게 되는지 트레이닝해주는 수업인 거 같아. 그래서 기대가 되고. 보통 웹디자인 학원 가면 당장의 트렌드가 뭐고, 포트폴리오 뽑아내는데 급급 하단 말이야. 그건 기본기를 다지는 거보다 기교를 배우는 데에 가깝다고 생각해. 디자인학교는 성적으로 줄 세우기 하지 않고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 곳이야. 좋아하는 것들이 평가받기 시작하면서 괴로워지고 힘들어지고 그러는 게 있잖아. 그게 기존 대학교육에 문제점이라고 생각하고 교수님들이 대안학교를 세운 거야. 끝까지 못 채웠던 전공교육에 대한 갈증도 풀고 싶어서 하게 되었어.

 

근데 (디자인학교가) 비싸더라고. 그리고 오빠가 4학년이기도 하잖아. 지원할 때 그만한 가치를 할까, 이 시기에 이걸 들어도 되나 이런 고민은 없었어?

학생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나이에 이걸 들어서 시간낭비를 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은 크게 없었어. 경제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좀 있었지. 워낙 가족들 자체가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어떻게든 해줘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어. 근데 항상 이런 걸 할 때 전액을 지원해주시는 게 아니라 내가 벌어서 충당하는 부분을 남겨놔. 그래서 어느 정도는 내가 벌어서 충당했어. 그리고 디자인학교 설명회를 듣고 나서 돈 가지고 걱정할게 아니구나 생각을 했던 게, 선생님들이 기존 대학교육에 아쉬움과 갈증을 가지고 계신 분들 이어서 너무 열정적으로 하려는 게 느껴지는 거야. 그래도 나름 꽤 유명하신 분들인데. 그래서 그만한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어. 돈은 또 벌면 생기는 거고.

 

왓챠에서는 디자인팀이 아닌 마케팅팀으로 인턴을 했지. 어떻게 마케팅 부서에 지원하게 된 거야?

그때 디자인 부서에 티오가 없었고. 왜 마케팅 팀으로 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냐면 어쨌든 근거 있는 디자인을 하려고 하고, 프로덕트 디자인 자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거를 만들어나가는 역량이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마케팅팀의 퍼포먼스 마케팅 부분에서도 분명히 배울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을 했어. 제일 큰 이유는 뭐였냐면 어쨌든 프로덕트를 잘 팔아야 하는 것도 문제잖아. 그래서 또 다른 영역이 궁금하기도 했었어. 영화를 다루는 회사다 보니까 워낙 친숙한 회사였어. 출시했을 때부터 썼고, 난 영화학과고, IT회사이고. 나랑 접점이 많은 거야. 그걸 이야기로 잘 풀어내면 회사에서도 탐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고. 중요한 건 나 서류 탈락했었어. 그래서 역시 비빌 회사가 아니지 생각하고 다른 스타트업 인턴 공고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 와서 적임자가 없어서 다시 검토했는데 한 번 보고 싶다고 했어. 심장이 터질 거 같은 거야. 그래서 면접을 2번 보고 붙었어.

 

스펙타클하네.

근데 쉽지 않더라. 들어가면 엄청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확실히 플레이어가 열심히 뛰고 있는 곳에서 병아리가 두각을 드러내는 건 쉽지 않았고 절망도 많이 했어. 슬럼프도 왔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달리기를 시작했어.

 

인턴을 하면서 마케터라는 포지션에 대해서 어떻게 느꼈어?

처음에는 좀 괴리감이 있었어. 왜냐면 일단 내가 생각했던 마케팅은 브랜드의 톤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엄청 멋있어 보이는 브랜딩 딴에서 얘기하는 거랑 너무 다른 거야. ‘첫 달 무료’처럼 사람들이 바로 반응할 거 같은 워딩을 써야 하고. 처음에는 약간 갸우뚱했거든. 그것을 경험한 걸 잘한 거라는 생각이 든 게 장기적인 브랜딩의 관점에서만 마케팅을 바라보는 게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 필요에 따라서 두 가지 전략을 잘 믹스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확 이쪽으로 가는 게 정답이 아니구나. 결과적으로 이렇게 했을 때 숫자로 보면 잘 팔리거든. 결국에는 이건 회사의 목적을 달성한 거거든.

 

창업학을 융합 전공하고 있잖아. 스타트업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기도 하고. 창업을 하고 싶은 거야?

(고개를 젓는다.)

 

의외다.

근데 언젠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게 언제까지 회사 다니면서 누구 밑에서 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서 언젠가는 할 거라는 생각이 있긴 해. 내가 진짜 혁신적인 아이템이 있어서 돈을 벌고 싶고 이런 니즈는 없어. 그러려면 많은 자질이나 역량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걸 지를 만큼 베짱이 없고. 당장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왜 창업학을 공부했어?

창업을 하는데 필요한 역량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당장 회사의 부속품으로 들어가서 일하는데 필요한 역량들을 포함한다고 생각하거든. 단순히 경영 전공하면서 공부하는 거 보다는 회사가 백지부터 어떤 식으로 설립이 되고 어떻게 운영해나가고 이런 것들을 공부하면 회사의 CEO 마음을 이해하는 거잖아. 그런 부분에서 공부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 아, 그리고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영화 전공 심화를 하고 싶지가 않았어. 창업학을 하면 안 할 수 있거든.

 

현명하네.

근데 이건 진짜 현명한 선택이었던 거 같아. 안 하면 큰일 났어.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 글을 보면 꾸준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고민하더라고. ‘나 잘하고 있구나’라던가. ‘그래서 나 앞으로 어떻게 살지?’ 이런 식으로. 이런 게 업과 관련되어있다고 생각하거든. 오빠한테 ‘일’이 인생에 얼마큼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내 삶에서 커리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직업으로 자아실현해야지 생각했고 그게 당연하다고 느꼈고. 근데 삶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 같아. 보통 그 성취를 커리어에서 찾기가 쉽잖아. 굳이 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면, 그게 일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해.  

 

성취감을 다른 데서 찾을 수 있으면 어떤 곳에서?

내가 포르투 여행 가면서 느낀 게 그거였어. 1년 동안 일하고 나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는데 (정말 그랬더니) 사람이 우울해지더라고. 맨날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그 이유였어. 여행을 하면서도 작은 성취를 만들어나가 보자. 그러면 내 감정이 어떻게 될지를 확인해보고 싶었어. 그렇게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고, 더 이상 우울하지 않았어. 그래서 내 삶에서 성취감이 중요한 거라는 걸 깨달았어.

 

성취감 중요하지. 나도 덕업 일치의 삶을 꿈꿨는데 이게 내 맘대로 될까 싶기도 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닐 수 있는 거고. 포르투 재밌었겠다.

재밌었어. 여행하면서 돈의 중요성을 느꼈어. 좋은걸 너무 많이 할 수 있구나. 좋아하는 일을 택해서 하면 돈을 못 벌 확률이 높잖아. 직업은 직업이고, 돈은 돈이고. 그래서 적당한 성취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고 돈도 어느 정도 있는 삶이고. 이 삶의 형태가 너무 좋아서 굳이 힘들게 직업으로 자아실현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무원의 삶도 괜찮겠구나라고 생각했어. 일은 일이고 내가 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은 거고. 완벽하게 딱 분리해서 포르투에서의 삶과 비슷하게 서울에서도 살 수 있을 거 같은 거야. 이렇기도 한데 저렇기도 하고 그래. 어쨌든 그래서 잘 벌어야 한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벌기의 잘 벌기가 그거구나.

맞아 그거야. 잘 먹고 잘 놀려면 잘 벌어야 해.

 

그럼 현재로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

어느 정도 디자인 분야로 정착을 한 거 같아.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계속 불안했어. 근데 결국에는 해봐야 아는 거더라고. 그런 두려움이 들었던 이유를 살펴보면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이었던 거 같아. 해보니까 자신감이 생겼고.

 

나중에 뭐하고 싶어? 직업적인 것이 아니어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벌기’ 이걸로 귀결돼.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거 말고 진짜 내가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좋다고 느껴지는 거. 그런 것들 하면서 사는 게 좋아.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뭔지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어.




인터뷰로 나를 돌아보기-2 에서 이어집니다.

인터뷰로 나를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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