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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Apr 21. 2020

난생처음 스토어에 앱을 올렸다

한 달만에 앱 론칭하고 압축적으로 성장하기

12월부터 3월 중순까지, 안드로이드 앱 리뉴얼 외주로 꽤 바쁜 삶을 살았다. 적지 않은 수의 유저가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였다. 내가 설계한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컨셉 제안으로만 남을 것 같다. 정말 정말 아쉽다.


아쉬운 마음에 사이드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꼭 론칭하자는 마음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달 만에 꽤나 압축적인 성장을 했고, 드디어 스토어에 앱을 올렸다




작업하면서

생각한 것들


01

설득하는 사람, 프로덕트 디자이너

설득하는 사람, 프로덕트 디자이너. 라는 문장은 이번 작업에서도 여전히 유효했다. 내가 제안한 디자인 가이드를 개발자가 납득하고, 스스로 동기부여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했다. 누구 하나 돈 한 푼 받지 않고, 오직 본인의 열정을 갈아 넣어 진행되는 사이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팀원 각자가 스스로 작업을 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결론적으로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비단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이건 함께 일을 한다면 언제나 성립하는 문장이 아닐까

  

내 의견은 소신 있게 전달하되, 충분히 설득당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나는 완전하지 않고 내 생각은 당연히 틀릴 수 있다. 검증해보기 전까지는 그 누구의 의견도 가설일 뿐이기도 하고. 내가 그린 화면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 많은 선택지 중 하나다. 언제나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빠르게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건 정말 중요하다.



02

디자인 가이드, 어떻게 구현해야할까?

개발자와 끊임없이 가이드의 의도에 대해 이야기 했다. 가이드를 바탕으로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디바이스들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여러 디바이스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레이아웃을 짜는게 필요하단걸 느꼈다. 어떻게 뷰를 짜는지 개발자 친구들이 상세히 공유해준 덕분에, constraint/auto layout 개념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꼭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가이드 그대로 안드로이드 개발을 했는데, 미묘하게 형태 차이가 나는 것을 느꼈다. (폰트 사이즈, 행간 등) 안드로이드 스튜디오에서 행간을 적용하는 방식이 스케치의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원인과 해결책을 찾았지만 실제로 적용하지는 않았다. 개발자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구조였고, 가이드와 한 끗의 오차 없는 개발 산출물을 원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디자이너로서 제품의 시각적 완성도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소수점 한-두자리 올리고 내려가며 밤새 개발하는 친구들의 작업 의욕을 꺾고 싶지도 않았다. 더 높은 우선순위의 작업들도 있었기에, 최소한의 가독성과 사용 경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이드는 가이드로만 활용했다.




03

앱 론칭하면 끝?

하나의 서비스를 진득하게 잘 키워나가는 것에 요즘 유독 관심이 많다. 앱은 관상용이 아니다. 만들어놓고 구경하면서 자기만족으로 끝낼게 아니라, 실제 사용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제 기능을 하기 시작한다. 중요한건 앱이라는 매체 안에서 일어나게 될 새로운 상호작용들, 거기서 생겨날 새로운 가치다. 그래서 계속 서비스를 키워나가는 작업이 어쩌면 꽤나 숭고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04

서비스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

만들어놓고 보니 예전에는 전혀 몰랐던 이상한 책임감 같은걸 느낀다. 내가 발 딛고 있는 공간에 이 서비스가 미치는 영향력 같은 것들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크든 작든간에. 이 프로젝트의 첫 시작은 '우리 앱등이니까, 애플 갬성 측정기 같은 거 만들어서 우리같이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 쓰게 하자'였다. 아주 가벼웠다. 근데 이게 어쩌면 애플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어떠한 이유로든 애플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태도가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제품을 열심히 키워가고 싶은 마음과 함께, 이 정도로 그만두는 게 좋겠다.라는 양분된 감정을 느낀다. 사실 요 며칠 신나게 SNS에 자랑하면서 동시에 불편한 마음이 함께 들었던 건 이 것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PM이 내가 한 걱정을 먼저 하고 있었고, 결과 페이지 문구를 쓰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갖고 있는 제품의 개수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겁고 재밌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데 목표를 두었다고. 실제로 그런 마음이 반영되었던건지, 홈 화면에서는 애플 제품이 없는 사람들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마지막에 꺼낸 얘기를 가장 하고 싶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책임감을 갖고, 세상에 어떤 선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사는 것. 진심으로 이런 고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이번 프로젝트의 정말 큰 수확이다. 결국 이건 내가 왜 이 일을 왜 하고싶고,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니까.


(끝)



[만든 사람들]

Project Manager 최재영 | Designer 권태욱

Android Developer 윤혁 | iOS Developer 전창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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