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6월, 새로 사귄 친구와 대화하며
별 계획도 목표도 없이 훌쩍 유학을 떠나왔다. 아는 이도 없었고, 영어도 기초 수준에 불과했고, 한 달 이상 외국 체류도 처음이었다. 2019년 1월 초부터 2월 말까지는 고되고 외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행복했다. 평상시라면 지나쳤을 법한 사소한 모든 것에 시선을 주고 귀를 기울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익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나에게 수많은 물음을 던져주었다.
스스로 해결한 물음도 있었지만, 해결하지 못한 물음도 무수하다.
나에게 맨 처음 주어진 물음은 이것이었다.
"여유란 무엇인가?"
첫 번째 물음 - 여유란 무엇인가?
뉴질랜드 더니든에서 생활한 지 일주일째. 이사 와서 금방 적응한 기분이다. 이곳은 남태평양과 맞닿아있는 바닷가, 한국에서 쉬이 볼 법한 유락가 하나 없이 단조롭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가득하다. 처음에는 적적해서 우울증에라도 걸릴 듯싶었지만 차차 적응되어간다. 한국에서는 참 각박하게 쟁투하며 살았다. 꼭 서로가 서로를 밟고 올라서려 아등바등해야 했을까? 나만의 강박에 사로잡혀 사람을 떠나보내고, 일을 그르친 과거를 크게 회의하게 된다.
물론 이곳에서도 새로운 굴레를 맞이하긴 했다. 나에게는 주어진 기간 내에 어떻게든 어학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사명이 주어졌다. 여유롭게 산책하며 이것저것 떠올리다 보면 '이렇게 사색만 해도 되나' 싶을 때도 있다. 마음이 불안해진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주변 환경이 나를 진정시켜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무의미’하다고 여겨온 시간들이 충분히 가치 있게 느껴진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지루해져도, 아무 생각 없이 바닷가에 누워있어도, 침대에서 3-4시간 동안 낮잠을 자도 보람차다.
오늘 새로 사귄 뉴질랜드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 이야기가 나오자 내게 물어왔다.
"한국은 하루 14시간 근무한다는 게 사실이야?" 하루가 총 24시간이고 ... 수면 7시간, 출퇴근 2시간, 식사 1시간을 가정하면 ... 으음 ... 선뜻 아니라고 답할 수 없었다. 그런 내가 왜인지 안쓰러웠다. 이어 서로의 전공을 소개했다. 내가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소개하자 그들은 나더러 정치인이 되어 노동 시간부터 절반 이하로 줄여보라 권해왔다. 무엇이 그들과 나의 차이를 만들어냈을까?
환경 탓일까? 문화 탓일까? 제도 탓일까? 무엇이 먼저일까?
여유로운 환경이 여유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여유로운 문화가 여유로운 제도로 이어지는 걸까?
아니면 여유로운 제도가 여유로운 문화를, 여유로운 문화가 여유로운 환경을 만들어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