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섭
놀부의 반성문
김명섭
‘재벌 놀부 그룹 부도’라는
신문 머리 기사를 읽고
휴지가 된 주식 위에
찌든 눈물로 반성문을 썼다
박에서 나온
아이엠에프 도깨비 방망이 앞에
빈털터리가 된 놀부
제비 다리 부러뜨린 행동은 나쁨
돈을 더 벌려는
적극적인 노력은 좋았다
그렇게 놀부를 기르고
상속하게 놔 둔
그 아비가 나빴다
돈 버는 방법이 나빴던
놀부를 알고 있으면서도
묻지 마 투자를 한
이 세상 아비들이 더 나빴다
놀부를 닮아가는
그런 아비의 주식 위에
애꿎게 실직한 노숙자도
몸을 꼬부리고 반성문을 썼다
밥알과 바꾸는 흥부의 자존심
배고픔이 체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이제는 흥부의 그림자가 되어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