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탕을 앞에 놓고

김명섭

by 김명섭

도가니탕을 앞에 놓고


김명섭



도가니탕 한 그릇 받아들고

묵상의 김을 피웠다


뜨거운 김 속에서

도가니들을 꺼내

접시에 늘어놓은 지나온 나날들

젓가락은 조용히 합장을 했다


하나 집어들고

눈물로 삭힌 간장에 찍어도

무른 도가니는 반응이 없다

이 관절 붙들고 살아온 뼈대들

얼마나 껄끄러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어느 오돌오돌한 도가니는

매웁게 살아온 깍두기와 함께

섞어 씹어도 잘 친해서

뒷맛이 매끄러웠다

여기에 붙어살던 마디마디는

아주 편안했겠다


사는 게 어려운 건가

질그릇같이 거친 세상

얼굴 비벼도

삐걱거리지 않게

모질게 오돌거리는 것이지


도가니 국물

뿌옇게 우러난 말씀 속에

얼굴을 자꾸 담금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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