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김명섭
여러 해 홀로 지고 온
해진 망사리 벗어놓고 싶다
쑥으로 북북 물안경 문질러도
찬물 속에 흐려오는 앞날
속내를 가늠할 수가 없다
뼈까지 저려오는 애증 물질
얼마나 참아야 할지
비명으로 뱉는 숨비소리
바다의 넓은 가슴
다 품을 줄 알았는데
숭숭 뚫린 현무암 석회 바닥
자맥질해 봐도 매번 빈 손이다
마지막 약속으로 떠 있는 태왁
눈 밖에 나 자꾸 멀어지데
젖은 그림자 끌고 다가갈 기운이 없다
따스한 물에 떠밀려 오던
해삼, 전복 회상하며
해녀 박물관에 정려(旌 閭) 마네킹으로
섰어야 하나
정려(旌 閭): 충신, 효자, 열녀에게 상을 주고
동네에 문을 세워 칭찬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