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링클프리

김명섭

by 김명섭

링클프리


김명섭



내 옷장 속에는

다혈질 옷 한 벌이 살고 있다


좁은 옷장 속에 살면서도

옷걸이에 걸려

주름 없이

늘 반반한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


때로 개어지거나 포개지면

후줄근한 얼굴에

짜글짜글하게 구겨진 가슴은

펴질 줄 모른다


다른 옷들이

늘 긴장하고 산다


세탁소에 가서

링클프리를 해와야겠다


옷걸이에 걸렸다가도

웃으면서 개어지는 옷

포개졌다가도

옷걸이에 걸리면

툭툭 털고

깃을 세울 줄 아는 옷


옷장에 다른 옷들이

편안히 바라보고 살 수 있도록



* 링클프리: 천에 주름이 덜 생기게 하는 것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울에도 돼지를 풀어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