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섭
링클프리
김명섭
내 옷장 속에는
다혈질 옷 한 벌이 살고 있다
좁은 옷장 속에 살면서도
옷걸이에 걸려
주름 없이
늘 반반한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
때로 개어지거나 포개지면
후줄근한 얼굴에
짜글짜글하게 구겨진 가슴은
펴질 줄 모른다
다른 옷들이
늘 긴장하고 산다
세탁소에 가서
링클프리를 해와야겠다
옷걸이에 걸렸다가도
웃으면서 개어지는 옷
포개졌다가도
옷걸이에 걸리면
툭툭 털고
깃을 세울 줄 아는 옷
옷장에 다른 옷들이
편안히 바라보고 살 수 있도록
* 링클프리: 천에 주름이 덜 생기게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