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내 친구]

3. 산업용 로봇, 뭐가 다른데?

by 어린아저씨

들어가는 글

: 요즘 로봇은 공학의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이 로봇을 '알게'되었지만, 정작 '로봇'이 뭔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해요. 로봇과 AI는 다른 걸까요 같은 걸까요? 과연 로봇은 무엇일까요? [로봇은 내 친구]에서는 로봇공학자로서, 로봇이 무엇인지 그리고 로봇이 어디로 나갈지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사실 로봇공학자도 자기가 하는 로봇 빼고는 잘 모르고 역사는 더더욱 모르기 때문에 저도 공부하면서 씁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으면 미리 사과드리며 적극적으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2편에서는 로봇이 어떻게 휴머노이드에서 산업용 로봇까지 확장되었는지, 다시 말해 로봇의 족보가 꼬이게 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했었습니다. Unimate가 로봇이라는 이름을 달고 토크쇼와 방송에서 이것저것을 하는 걸 보여주며, 대중에게 로봇이라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재정의 시켰습니다.


그 이후,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로봇은 더 이상 무섭지 않고, 신기한 무언가로 자리 잡게 됩니다. 또한, 인간처럼 생긴 것만 로봇이라고 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모양도 다양하고 기능도 다양한, 그런 존재가 된 것이죠. 이제 로봇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매력적인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이제, 기존의 기계 만드는 사람들, 자동화 장비를 제작하던 사람들은 자기들이 만든 것도 로봇이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 전에도 컴퓨터로 무언가를 조작하고 움직이는 것들, 예를 들어 NC(Numerical Control) 밀링은 컴퓨터로 인간이 원하는 작업을 수행해 주는 가공기계 같은 경우는, 산업현장에서 이미 있었거든요. 심지어 이런 기계는 로봇의 정의처럼 인간이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잘 깎고, 반복도 잘하고, 사람보다 빠르고 정밀하죠.


반면, 진짜 로봇(?)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로봇과 일반 컴퓨터가 들어간 기계를 구분하고 싶어 했습니다. 본인들만 로봇이라는 쿨한 이름을 가져야 하니까요. 그때부터, 로봇을 정의하기 위한 처절한 싸움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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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CNC 머신, 오른쪽 산업용 로봇. 우리는 뭐가 로봇인지는 직관적으로 알지만, 과연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을까?

로봇 만들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발견한 차이점은 다재다능성(versatility)이었습니다. 기존의 기계들은 한정된 장소에서, 한정된 정확한 일만 하는 반면, 로봇은 이전에 유튜브에서 보다시피 다양한 툴을 가지고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초반에는 다양한 작업에 맞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기계 장치를 로봇이라고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의는 엔절버거(2편에서 나온 unimate 만든 아저씨), RIA(미국 로봇 산업협회)가 받아서 비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1989년에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라는 국제 표준화기구가 처음으로 산업용 로봇의 공식적인 정의를 다음과 같이 발표합니다.


"An industrial robot is an automatically controlled, reprogrammable, multipurpose manipulator programmable in three or more axes."


산업용 로봇은 사람의 힘이 아닌 자동으로 제어가 되어야 하고, 작업 순서나 기능을 수정할 수 있으며, 최소 3축 이상의 다축으로 움직이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조작기다. (아마 그 당시 밀링이 단축, 혹은 2축밖에 없어서 그랬나 봐요...)


주목할 점은 산업용 로봇에 대한 정의를 했다는 것이지, 로봇에 대한 정의를 한 것은 아닙니다. 그 당시 다른 로봇은 많이 있지도 않았고, 워낙 시장에서 산업용 로봇만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제한적으로 공표한 것이죠.


이렇게만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여러 개발자들은 이미 로봇의 versatile이라는 점에 꽂혔고, 모양이 달라도 된다는 정의에 이미 꽂혀버렸기 때문에, 너도나도 로봇을 만들게 됩니다. Unimate가 애써 이룩했던 첫 번째 로봇은,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산업용에서 비산업용 로봇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기 시작하는데...


다음 시간에는 정말 다양한 로봇들의 종류와 더 발전된 로봇의 정의, 그리고 그 한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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