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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 Dec 17. 2019

새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새에게 말을 건 이야기

이슬비가 오는 아침이었다. 잔뜩 흐린 하늘을 위로하고 운전을 하였다. 전날 행사 뒤끝이라 몸은 피곤하였지만 학교로 가는 길은 즐거웠다. 거짓말을 하여 나를 힘들게 한 아이와 서로 이야기를 하여 이해하고 마음을 정리해서였다.


30여분 달려 학교에 도착했다. 짙은 안개에 싸여 있는 학교는 마치 깊은 산골에 자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학교 뜰 안 기저기서 새소리가 들렸다. 고즈넉한 아침에 새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여러 종류의 새가 있다는 것을 이 학교에 다닌 지 2 훌쩍 지난 이제야 알게 되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학교생활이 바빠서 이제껏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 보다. 새소리가 마음에 와 닿은 건 오늘 아침이 처음이었.


새들이 이렇게 나를 반기고 있었구나.

이렇게나 많이 우리 학교에 살고 있었구나.

이렇게나 많은 이웃들이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고 있었구나.

     

건물 현관으로 가는 길에는 정원수가 단정하게 가꾸어져 있다. 여러 가지 나무 사이에 좁게 나 있는 길 양쪽엔 백정화가 줄을 맞춰 서 있었다. 거리가 10미터가 채 안 되는 길이지만 백정화는 여러 모습으로 계절과 날씨를 알려주었다.


 여름철이면 작고 하얀 꽃으로 청초하게 피어있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빗방울이 방울방울 맺혀있었다. 그 모습에 마음을 뺏기면 빗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었다. 백정화의 앙증맞고 귀여운 이파리들 위에 걸려있는 거미줄 위의 작은 물방울들이 만들어낸 모습은 얼마나 멋진 예술작품인지 안 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1교시는 음악시간이다. 도서실에서 책을 읽고 막 교실에 온 아이들에게 리코더를 꺼내서 연습을 하라고 하였다. 요즘엔 매일 20분씩 리코더 합주를 하고 있다.


 3월엔 리코더의 계이름 자리도 짚을 줄 몰랐던 아이들이 몇 개월 만에 연주 실력이 많이 늘었다. ‘환희의 송가 제법 듣기 좋을 정도로 연주하였다.


 "선생님, 리코더가 재미있어요. 계속하고 싶어요." 연습시간 20분이 지나고 다른 공부를 하려던 참에 한 아이가 말했다.

     

 "그래? 그럼, 새들에게 우리 리코더 소리 들려줄까. 선생님은 많은 새가 우리 학교에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단다. 얘들아,  들에게 '우리도 너희 소리를 낼 수 있어. 너희와 서로 친구가 되고 싶어.'라는 의미로 리코더 연주를 들려주자." 아침에 들었던 새소리가 생각나서 아이들에게도 접해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아이들과 교실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일부러 새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텃밭 앞 오래된 벚나무 근처였다. 아이들에게 말을 하지 말고 조용히 새소리를 들어보자고 하였다. 어떤 종류의 새가 있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말하는지 말이다.


한동안 정적이 흐르고 새소리만 들렸다. 정말 여러 새들이 제각기 다른 소리를 내고 있었다.


새들이 어떤 소리를 냈어?

절거덕절거덕 가위소리를 내는 것 같아요.

짹짹짹요

피오피웅요


얘들아, 새들이 우리에게 뭐라고 말을 걸었니?

“안녕 얘들아. 반가워. 너 3학년이구나. 같이 놀자.라고요."

     

나는 아이들에게 우리도 새의 말로 답변을 해주자고 하며 리코더를 준비시켰다. 모두 조용히 리코더를 아랫입술 위에 살포시 얹었다. 시작 신호에 맞추어 아이들이 리코더로 진지하게 새들에게 답가를 보냈. 조용한 아침시간. 학교에 맑은 바람소리의 리코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상하게도 갑자기 새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새들이 우리 리코더 연주 소리에 기가 죽어서 가버렸나 봐요.”라고 가 말했다. 우리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교실에 들어와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시를 지었다.


새들이 말을 한다.

텃밭 감나무 위에서 갹갹갹 말을 한다.

급식실 옆 대숲에서 포롱포롱 말을 한다.

2학년 교실 뒤 벚나무 위에서 삐~삐~퓨웅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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