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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 Feb 03. 2020

으악놀이가 된 허그데이

" 끼약~ 오늘 허그데이야~."

아이들이 소리 질렀다.

"왜 그러셔. 너희들~~ 허그 데이라 너무 좋아서 소리 지르는 거지?"

내가 말했다.

"네. 좋아요. "

준이가 내 말을 넙죽 받아서 말했다.

"아니, 너만 그러겠지." 아이들은 실실 웃었다.  


준이는 목요일이 오면 "얘들아, 내일이 허그데이야."라고 웃음을 지으며 큰소리로 다. 그러면 아이들은 "으악" 소리를  냅다 지른다. 이러한 것이 다음날 금요일까지 계속되었다.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내일이 허그데이야.- 으악',

 '오늘이 허그데이야.- 으악'


질리지도 않은 지 매주 같은 패턴이다. 무슨 '으악 놀이'처럼 돼 버렸다. 어떨 땐 이들끼리 말하는 것을 들으며 일부러 모른 척한다. '또 그 타령이구나.' 생각하며 말이다. 런 생각이 들 땐 반응도 관찰할  아이들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만 띠기도 다.


매주 금요일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 우리 반 아이들과 하는 의식이 있다. 바로 가벼운 안음과 칭찬 멘트로 체온 나누기다. 내가 맡은 반 아이들과  년째 해온 것이다. 더벅머리 머리 굵은 고학년 아이들을 담임할 땐 악수로 바꾸기도 한다.


학년 초 3월, 허그 데이를 한다고 했을 때 아이들은 기겁을 하였다. 살금살금 도망가는 아이도 있다. 도망간다고 해서 완전히 내 시야에서 나가지도 않는다. 이 진지한 의식을 치르지 않고 나간 아이는 뒷문을 빼꼼히 열고 히죽 웃으며 얼굴을 내밀고 내 쪽을 본다. 난 못 본 척하고 있갑자기 고개를 들고 아이를 쳐다본다. 눈이 마주다.

 "다 봤다. 너 거기 있는 거. 들어오시죠." 그러면 바로 아이는  커다란 까만 눈을 껌벅이며 쑥스러운 미소  안으로  들어온다.


음은 안는 타임이다. 저학년일수록 세게 안고 멘트는 짧게, 고학년일수록  멘트 내용에 신경을 쓴다. "주말에 잘 지내고,  월요일에 또 봐요. ~ 야  사랑해".


행동이 예쁜  어떤 아이에게는 칭찬을 해 준다. '~~ 야, 오늘 ~~를 도와주는 모습이 멋졌다. 최고!' 다.  내가  말하는 동안  아이들 나를 안으며  '사랑합니다.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해야  비로소 의식이 끝난다. 반강제다. 만약 아이가 안김만 받고 '사랑합니다. 선생님'이라는 멘트를 빼놓거나 하면 다시 시작이다.


떨 땐 나도 갈등을 한다. 해야 할 업무가 수북이 쌓여 나를 기다리고 있다. 빨리 마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들과 의식이 더 중요하니 서두르지 않는다. 체온과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려면 일정한 시간과 마음가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쁜 와중에 대충 하다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나의 바쁨과 건성의 몸짓을 눈치채버린다.


이제 아이들은 이 의식의 순서에 맞게 자동적으로 하게 되었다. 의식의 시간을 빨리 끝내고 난 후에 본인의 다음 일정에 어서 가려고 했는지, 적응을 했는지, 호응도가 올라갔는지 모르겠지만 다. 아마 이 중 하나일 것이다.


"선생님, 허그 안 했는데요."


내가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의식을 잊어버리고 하교 인사를 하려고 하는 날은 아이들이 먼저 말을 해서 챙기기도 한다.  이럴 땐 뿌듯하다. 한두 아이 '으악' 소리를  질지만 말이다.


어느 날은 줄지어 의젓하게 순서대로 차례를 기다리며 의식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땐 금방 끝난다. 뭔가 싱거운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겨울이 되어 아이들에게 허그 데이 행사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준이는 바로 너무 좋다고 했고 다른 아이들은 그저 그렇다고 했다. 나는 대안을 냈다. 한번 시작한 프로그램을 내용을 조금 수정해서라도 마치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너희들도 많이 컸으니 악수하기허그하기 즉 안기 둘 중에 골라서 하는 게 어때?"


선택권을 주었다. 그랬더니 반은 허그하기, 반은 악수하기를 골랐다. 허그를 고른 아이들에게 왜 골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과 허그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포근단다. 악수하기를 고른 아이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절차가 귀찮고 집에 빨리 가고 싶다고 하였다.


학년 말인 요즈음, 아이들은 자신이 고른 표현 방법대로 일주일마지막 수업 을 이렇게 의식을 하며 장식하고 있다. 아이들은 처음의 저학년 티가 남아 있던 귀여운 맛은 없어지고 조금 큰 중학년 사내아이들이 되어 가고 있다. 내가 보기에  싱겁기만 했던 으악놀이를 질려하지 않고 줄기차게 했던 그 아이들이. 먼 훗날 나도 아이들도 으악놀이가 그리워질 때가 있을까.


준이는 '가슴이 설레서 좋다.'며 '콩닥콩닥한다.'라고 했다.

현이는 '포송해서 좋다.'라고 표현했다.

든이는 '포근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라고 했다.


 모든 것들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길, 아이들이 송한 느낌오랫동안 지니고 포근한 삶을 살길 바란다. 자신은 소중하며 고유의 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생활하길 바란다.



에피소드 하나 더


의식을 거부하고 몰래 도망가려던 것이었는지, 장난치려고 그런 것인지 르겠다. 교실 뒷문 주변, 얼굴에 장난기가 잔뜩 배어있는 아이가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그 아이는 "앗, 들켰다." 말하며 들어오지도 못하고 가지도 않는 몸이 되어버려 그 자리에 굳어버린다. 10미터 떨어져 있는 내가 아이의 뻣뻣이 굳어있는 걸 느낄 정도다.  그 모습도 너무 귀엽다. " 이리 와. 결아." 하며 내가 잡는 시늉을 하고 결이도 그제야 몸을 풀며 도망갔다. 기껏 간 곳이 교실안이었다. 서로 깔깔대며 웃었던 일이 지금은 그립기만 하다. 1동안 많이 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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