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골목에 접어들었는데 맛있는 냄새가 났다. 로컬 빵 가게가 있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파이와 소시지,롤 등은 매일 신선하게 구워진다는 안내 글이 쓰여 있었다. 창 밖에서 보더라도 이 안에서 맛있는 빵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진열되어 있는 빵에서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안에 들어갔다. 후덕한 인상의 뚱뚱한 아저씨가 파티시에로 있었는데 친절하였고 빵가게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리안은 가게 이름이 이탈리아 말처럼 느껴졌는지 빵가게 주인에게 이탈리아 사람이냐고 묻는 등 빵 가게에 관심이 많았다.
여러 개의 빵을 종류별로 사서 나눠 먹었다. 바삭한 빵의 속재료는 쇠고기를 갈아 양념이 된것이었다. 케첩을 넣어 양념한 고기만두의 속과 비슷한데 풍부한 맛이 났다. 파이와 롤 등 구입한 빵이 다 맛있어서 좋은 선택을 했다고 말하며 먹었다.
로컬 빵 가게에서 이런저런 빵을 사서 맛있게 먹었다.
도시 성벽을 걷기로 하였다. 모두 4.5km인 요크 도시 성벽은 로마가 점령했을 때 방어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중세시대에 재건축되었다. 도시 성벽 걷기 입구는 여러 군데였다. 리안은 2년 전 친구와 이곳 요크에 와 봐서 그런지 길을 알았고 거침없이 길을 갔다. 성벽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잘 알고 있었다. 리안과 걸음속도를 맞추느라 느긋한 내 평소 걸음과 달리 빨리 따라갔다.
오늘 아침 날씨가 좋았다. 화연은 화사한 원피스에 어울리는 가벼운 플랫 슈즈를 신고 왔다. 장시간 걷다 보니 화연은 발뒤꿈치가 아픈지 뒤늦게 따라왔다. 처음엔 화연과 같이 걸었다. 리안이 늦게 오는 우리를 배려하여 걷다가 쉬고 하는 것이 이미 여러 차례였다. 나라도 앞서가는 리안과 맞춰 주려고 걸음 속도를 빨리했다. 화연도 리안에게 미안하다며 그렇게 하도록 부탁했다. 리안의 걸음걸이로 보아 그동안 우리를 많이 배려했음이 느껴졌다. 입구에는 성벽의 길이와 모양 등 여러 정보가 입구에 붙어 있었다. 리안 덕분에 우리는 헤매지 않고 도시 성벽에 난 길을 걸으며 성벽 주변과 시내의 건물을 둘러보았다.
요크에 오기 전 성벽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았다. 요크시에서 성벽 유지비가 부담되어 여러 번 허물려고 했으나 사람들이 기부금을 내어 지켰다는 기사를 보았다. 서울시가 요크의 도시 성벽 코스를 방문하고 서울의 성곽 코스개발에 그것을 참조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요크에 대한 이런 내용을 떠올리고 리안, 화연과 얘기했다. 성벽 주위에 관광 호텔을 몇 군데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요크시에서도 도시 관광 사업에 신경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벽 아래에 있는 요크 사람들이 사는 집 마당까지 보였다. 성벽 주변의 건물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성벽 코스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만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마음껏 영국의 가을을 즐겼다. 성벽을 돌고 난 후 가는 길에선 도시 전체의 고풍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채 돌지 못한 성곽과 여러 건물, 다리 등이 보였다. 다리 아래는 물이 흐르고 있었고 유람선이 정박해 있었으며 강변에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산책을 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작은 강이 아름다웠다
"화연아, 발은 아프지 않아? 지치지 않았어?"
시원한 바람이 부는 클리포드 타워 2층에서 내가 물었다. 몇 시간 동안 요크 시내와 성벽을 계속 걷고 난 후였다.
"지치긴, 너무 좋아. 신발이 조금 불편하지만 다닐 만 해. 영국 날씨가 안 좋다고 들었는데 날씨도 받쳐주어서 좋은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야."라고 화연이 말했다.
요크 클리포드 타워는 잔디 언덕 위에 세워져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아이들이 위태롭게 미끄러운 잔디를 오르락내리락하였다. 타워 안에는 인포메이션센터가 있었고 거기서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지난 세월을 보여주듯 타워 여기 저기에 이끼가 조금 끼어 있었고 연한 황색의 벽돌이 섞여 있어 분위기가 있었다.
요크시 전경을 보고 싶었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서 올라갔다.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문구를 보고 구불구불한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좁은 계단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만나기도 하였는데 눈짓으로 서로 배려하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내려오도록 눈빛과 미소를 보냈다. 그러면 '땡큐' 하면서 그들이 내려왔다. 언어를 못해도 왜 여행이 가능한지 느껴본 순간들이었다. 타워 이층을 한 바퀴 돌았다. 바람이 세게 불었다.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날렸다. 그런데 춥지 않았고 시원한 느낌이었다. 여행 오기 전 받았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가는 것 같았다. 화연이 물었다.
"오늘 리안과 얘기 많이 했어? 1년 동안 외국인과 대화할 양을 오늘 다 했지? 언니가 리안과 같이 이야기하며 가니까 내가 언니나 리안에게 미안하지 않아서 좋아."
"화연아, 미안하다. 네가 그렇게 나를 생각해서 기회를 주었건만 내가 능력이 없어서 기초영어밖에 못했네."
내가 웃으며 응수했다. 확 트인 요크 시내가 보였다. 앞으로 여행은 더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