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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별바라기 Mar 08. 2024

집착과 인내 사이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이제 떠날 때가 됐어. 타라"

오빠가 말했다.

"오래 머물수록 떠날 확률은 점점 낮아져."


오랜만에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을 펼쳤다. 2018~2019년 전 세계 최고의 화제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책이지만 아직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이다. 책을 펼쳤는데 여기저기 줄이 그어져 있다. 생각보다 많이 읽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읽기 시작할 대목을 찾아가던 중 발견한 문장이다. 줄이 그어지지 않았지만 지금 내 마음에 콕 들어온 문장,


 오래 머물수록 떠날 확률은 점점 낮아져.



사람과의 만남도, 물건을 보관하는 것도, 직장이나 하는 일에 대한 것도 모두 그렇다. 오래 머물수록 떠나기가 어려워진다. 서로에게 좋은 연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헤어지지 못하는 연인들을 보면 함께 했던 시간 때문에 이별할 용기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더 이상 쓸모 없어진 물건이나 옷은 그냥 버려도 되는데 쉽게 버리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집착이라고 부른다.


일에 대해서는 어떨까? 나는 일을 길게 하는 편이다. '성실'이라고 쓰고 '장인 정신'이라고 부른다. 직장 생활을 할 때 '약간 부적응자' 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시작했으니 최소한 4년은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지나고 보니 버틴 것은 옳았다. 두 번 했던 사업의 지속 시간은 더 길었다. 한 번은 5년을 지속하고 쫄딱 망했다. 망하는 꼴을 보지 않았다면 더 지속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8년을 지속했고 코로나한테 밀렸다.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서도, 일에 관해서도 쉽게 떠남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얼마 전, 유퀴즈에 나온 JTBC 뉴스룸 강지영 아나운서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2030 세대의 워너비인 (누가 봐도) 멋진 아나운서이지만,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서러웠던 무명의 아나운서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그녀의 선택은 포기가 아니라 버티는 것이었다. 버틴 그녀에게 결국 기회는 찾아왔다. 서러운 세월 동안 스스로를 성장시킨 그녀가 기회를 만든 것이겠지.


‘떠날 때’라는 것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꿈을 이루고 목표를 이룬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버티라는 말인데 과연 언제까지 버틸 것이며 버티는 것이 정말 옳은지, 그게 미련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시기이다. 얼마 전, 애플이 전기차 개발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10년 세월, 수십 억 달러의 투자, 2000명의 인력, 그 모든 것을 떠나야 하는 결정을 두고 더 버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책 속의 한 문장 때문에 나의 오늘은, 미련한 집착과 꿈을 향한 인내 사이 어디쯤에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지나고 보면 알게 될 것인데, 지나기 전에는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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