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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봄이 와서...

by 김광수

나무는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려야 했다

누구도 돌보지 않고

물 한방울 내려주지 않는 곳에서

살아내야만 했다


푸석한 대지와 메마른 대기

가차 없이 쏟아지는 뙤약볕의 폭포 속에서

나무는

끝끝내 버텨야 했다

도움 없는 공중을 향해

팔을 뻗어야만 했다


고독한 고행길에서, 이윽고

나무는

꽃을 피웠다

열매를 맺었다

그 씨앗이 싹을 틔웠다

여섯 개의 새싹을...


어미나무가 드리운 그늘에서

새싹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어미나무의 자양분을 나누며

하늘로 뻗치던, 어느새

어미나무를 훌쩍 넘는

키다리 나무로 자랐다


어미나무는 흐뭇했다

모진 삶이, 마침내

작고 건강한 숲을 일구었다

여섯 분신을 바라보며

더없이 뿌듯했다


나무는

그만 쉬고 싶었다

유난히 화창하던, 어느 봄날

어린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 아래서

나무는 편안히

땅을 베고 누웠다


어린 나무들이 피운 꽃잎들이

어미나무의 떠나는 길을

이불처럼 따사로이 덮어주었다


그리움을 남긴 채, 그렇게

나무는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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