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비집의 추억

실비[實費] : 이윤 따위를 뺀, 실제로 드는 비용

by 김광수

온종일 파도와 바람에 맞서느라

지치고 허기진 어부에게

실비집은

생존을 위한 한 끼의 식량이었고

고단함을 달래는 넉넉한 술과 안주였고

마음까지 데워주는 소박한 유희였다


주머니 사정 고약한 청춘들에게도

실비집은

정성 가득한 어머니의

밥이었고 안주였고 사랑이었다

소주 한 잔에 담배 한 모금 곁들인

젊음의 낭만이었다


멀리서 찾아온 벗들에게

실비집은

고향의 맛과 소리와 냄새에

어릴 적 향수까지

단번에 추억하는 고마운 쉼터였다


그렇게 실비집은

바닷가마을 사람들에게

현재와 과거가 녹아든

희로애락의 광장이었다


바닷가 광장도, 이제는

시절의 영욕에 휘둘

저물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드립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