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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대한민국

너무나 고생하셨습니다

by 김광수

참으로 고생하셨습니다

마음 깊이

위로와 감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몰상식이 상식을 압도한

그날 이후로

우리가 견뎌야 했던 불면의 밤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분노와 증오와 불안과 초조와 혐오에

옛 지사들을 향한 공감과 죄스러움까지...

사람이 정의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이

해일처럼 한꺼번에 밀려들어와

시민사회는 한순간에 전장의 폐허처럼 변했습니다

우리가 쌓아온 정신과 물질의 세계가 단번에,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역사의 진짜 주인들은 그냥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서 있는 모든 현장에서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어떻게든 서로를 북돋우고 지원하며

그 기나긴 시간을 가까스로 버텨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결실을 맺었습니다

오늘은 역사의 단죄일이자

그동안 먹고사느라 바빠 잠시 소홀했던 우리의 조국이

다시 태어나는 날입니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그 썩은 피와 고름들을 모두 걷어내고

깨끗이 소독하여 새살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첫 번째 날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몰상식을 자기들만의 상식으로 만들려는 저 계몽 세력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으며,

이제 우리는 눈을 똑바로 뜨고 저들을 감시해야 할 것입니다

장구한 역사가 한순간에 뒤집히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나부터 각성할 것입니다


비로소 봄이 왔습니다

비로소 봄꽃이 예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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