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가 만들고 쓴 모든 것들에는 애정과 열정이 담겨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팔이 안으로 굽는 성격은 아니다. 써놓은 책들도 "이 책을 돈 주고 사서 봐주신다니!"싶을 때가 많고, 한창 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아직 한참 멀었는데 더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머릿속에 달고 산다.
그런데 <가시나들>은 그냥 좋다. 만든 지 시간이 흐른 만큼 만들었던 기억도 이제 거리감이 있다. 그냥 한 명의 시청자로서 좋다.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내가 마음 놓고 좋아할 수 있는 것을 내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스스로 위안을 얻는다. 그럴 때가 많지 않은데, 다시 봐도 만족스럽다. 동시에 그럼에도 이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에, 나는 만드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가 고민도 같이 든다.
티저를 참 많이 만들었다. 짤막한 티저로 옮겨놓은 순간들이 사실 내가 이 촬영을 하면서 제일 사랑했던 순간들이기도 하다. 이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2년 전 4월, 아직 겨울의 흔적이 온전히 물러나지 않았던 그 초봄의 냄새며 분위기들이 다시 생각난다.
고민은 고민이고, 모아놓고 한 번씩 다시 보고 싶은 사랑스런 순간들.
첫 번째 티저.
"학교를 못 간" 할머니들의 노래. 중간중간 '관뒀어' 등으로 다시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중국인 멤버 우기는 이때 듣고 알게 된 이 노래를 그 뒤로도 간혹 흥얼거리는 모양인데, 2000년에 발매된 한국 가요를 99년생 중국인 우기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 팬들이 있는 것 같다.
개천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 누나와 유정. 이 영상도 따뜻하고 유쾌해서 자꾸 보게 된다.
사실 연예인들은 미디어로 볼 때와 실제로 만났을 때의 느낌이 다른 경우도 많고, 때로는 그래서 그냥 미디어로만 보는 게 더 매력적인 사람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소리 누나는 실제로 만나고 함께 일 할수록 더 팬심이 자라나게 만든 사람. 그가 나오는 작품들을 오래 보고 싶고, 또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방송이 나가고 가장 많은 공감을 샀던 부분. "우리 할머니도 레슬링 좋아하시는데!"라는 반응이 많았다.
대단히 의외인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리 젊지 않다는 TV 콘텐츠 중에서도 노년층이 소비할 만한 것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가시나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문맹률이 높아 일단 자막이 중요한 콘텐츠 대부분은 따라가기가 힘들고, 자막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말들이 너무 빠르고 많다. 바로 눈앞에서 직접 사람이 말해도 천천히 크게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굳이 언어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음악쇼들, 그러니까 <가요무대>나 일련의 트로트 방송들이 아니면, 비디오로 모든 서사가 다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레슬링 같은 스포츠 영상을 보게 된다. 아니면 대사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천천히 큰 소리로 전달해주는 연속극이나.
노모당에서 진입한 유정. 나는 사실 프듀 시리즈 대부분에 관심이 없었어서, 함께 촬영하기 전에는 그렇게 잘 알지 못한 편이었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확실히, 그 치열한 오디션 현장에서 눈에 띄고 사람들의 사랑을 끌어당기는 사람에게는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