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다리 아픈 미술관

들꽃의 마지막 여행 07.

by 들꽃연인

한 달 가까운 유럽 여행의 추억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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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들이 가장 다리가 아플 때는 부인이나 여자친구의 쇼핑에 따라갔을 때와 미술관(박물관 포함, 이하 동일) 관람을 갔을 때라는 농담이 있다. 그만큼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관 관람은 따분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듯하다. 그래서 유명한 미술관을 찾을 경우에도 건물 외관만 보거나 제일 유명한 작품 두어 개를 빨리 찍고 나오는 걸 선호하는 분들도 있다.


그걸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건 그분들의 방식이며, 나 역시 몇 년 전까지는 대표적으로 그런 스타일이었으니까.


미술관 관람이 힘든 이유는 물론 그 자체가 다리 품 팔아야 되는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정말 희한한 것이, 야외 관광지에서 만보 걷는 것보다 미술관에서 3 천보 걸을 때의 피로감이 더 큰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다리아픈미술관2 Pixabay.jpg (다리 아픈 미술관) (이미지 : Pixabay)


그러나 그보다도 미술이든 음악이든 모르면 모르는 것이라는 특징 때문일 것이다.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이해 없이, 그냥 딱 보고, ‘아, 이 그림 정말 좋다’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과거,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하다 주말에 시체처럼 쓰러져있는데, 아내가 미술관에 가자고 하면 마치 징집 통지받는 것보다 더 가슴이 덜컹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프랑스 회사에 근무하게 되면서 파리를 비롯한 유럽 출장을 자주 가게 되었다. 그걸 계기로 미술사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하고, 루브르나 오르세 같은 미술관에 대한 책도 보면서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루브르.jpg (루브르 박물관의 외경과 명물이 된 루브르 피라미드) (이미지 : 직접 촬영)


그리고 아내와 여행을 가게 될 때 또는 출장 때 스케줄에 여유가 있거나 주말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에는 해당 도시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즐겨 찾았다. 출국 전에는 해당 미술관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전시작을 미리 살펴본다. 책도 읽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주요 작품의 이미지를 다운로드하여 거실 TV에 띄워 사전 감상도 한다. 그렇게 하니 실제 미술관에서 작품을 대했을 때, 보다 짧은 시간에 작품에 몰입하기가 쉬워졌었다.


오르세.jpg (파리 오르세 미술관 내부 1층) (이미지 : 직접 촬영)


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음악대학으로 진학한 고교동창이 클래식 음악 감상을 쉽게 하는 요령을 알려준 적이 있었다. 평소에 한 곡을 반복해서 틀어놓고 일상생활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곡의 멜로디가 익숙해져서 흥얼거릴 정도가 됐을 때, 밤에 헤드폰을 끼고 정식으로 감상하면 그 곡이 정말 좋아진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방법으로 클래식 음악과 친해졌으며, 이번 여행에서도 음악회에 연주되는 곡들을 사전에 여러 번 반복해서 듣고 갔다.


익숙하지 않은 곡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 즐겨 듣는 음악은 장르에 상관없이 ‘뽕짝’으로 폄하하곤 한다. 나이 든 이들은 그들대로 요즘 젊은 이들의 음악은 가사가 뭔 소린지도 안 들리고 철학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BTS의 세계관에 열광하는 아미들에게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일 것이며, 임영웅 가수를 좋아하는 영웅시대들은 그들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자기가 평소 듣던 음악과 다른 음악에도 관심을 갖고 듣다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내 경우에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K팝도 자주 듣다 보니 좋아하는 노래들이 생기곤 한다.


미술 작품 감상이나 클래식 음악 취향만이 고상하고 훌륭한 취미생활이라고 규정지을 이유도 없고, 이보다 훨씬 멋지고 가치 있게 취미생활을 하시는 분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취향의 저변을 넓히고 인생의 여유로움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로 아주 좋은 것이 바로 미술과 클래식 음악 감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처럼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입문 안내가 있는 상황에서는 미술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친숙함을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아주 쉬운 일이 되었다.


음악1.jpg (이미지 : Pixabay)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였던 빈은 미술과 클래식 음악 감상에 정말 좋은 도시였다. 파리에서도 좋은 음악 감상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음악보다는 미술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잘츠부르크와 베로나에도 좋은 미술관이 있지만, 아무래도 음악의 도시로 여겨진다. 그런데 빈은 음악과 미술, 모두에 특화된 예술의 도시였고, 그 두 가지를 다 향유할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왕궁정원(Burgarten)의 모차르트 동성.jpg (빈 왕궁정원(Burggarten)의 모차르트 동상) (이미지 : 직접 촬영)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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