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정원,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마티네 콘서트 관람 후기
(이 글은 제가 즐겨 듣고 있는 CBS FM 클래식 프로그램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진행자이자 피아니스트인 김정원님이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는 오전 클래식 공연 마티네 콘서트 ‘아침의 음악정원’ 관람 후기입니다. 내용 중 ‘아당’은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줄임말이자, 애청자들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대상을 기다릴 때 우리는 목을 길게 뺀다고 하지요. 그래서 제 목이 요즘 많이 늘어났을 것 같습니다. 불과 두 달 만이고, 12월 말에 정원님의 리사이틀도 있었지만, 해가 바뀌어서인지 마티네 공연이 무척 오랜만에 열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마티네 공연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제가 그동안 참석했던 마티네 공연 중 최고의 연주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날 마티네에서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곡가 두 명,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의 곡이 주로 연주되었고 그래서인지 연주회의 타이틀도 러시아가 연상되는 White Night, 즉 백야였습니다.
시작과 함께 암전 된 공연장 스크린에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이라는 시가 흐르고, 무대 백스크린에는 백야가 연상되는 화면이 나타났습니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는 가운데, 정원님의 서정적인 연주가 시작됐습니다.
이날 연주해 주신 곡은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달콤한 추억’이었는데, 추위를 녹이는듯한 달콤하고도 포근한 연주였습니다. 연주를 끝내고 마이크를 잡으신 정원님은 지난 12월 아버님 별세의 감정 정리가 조금은 되신 듯 평온해 보여서 다행스러웠습니다.
이어 러시아의 마지막 낭만주의자라고도 불리는 라흐마니노프의 곡, 특히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두곡이 연주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보칼리제. 원래 가사 없이 부르는 노래이지만, 여러 악기 중심으로 변주되기도 하는데,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된 이번 연주도 참 좋았지요.
이 곡은 늦가을에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늦겨울인 2월에 듣는 느낌도 참 좋았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두 번째 곡은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였습니다.
그중 18번 변주는 ‘아름다운 당신에게’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었지요.
특히 피아노 연주를 해주신 김홍기 피아니스트는 작년 9월 말 대구 피아노 100대 행사에서도 참여하셨고. 정원님과 김홍기님 등 네 분이 8 Hands로 경쾌한 연주와 퍼포먼스를 보여주셔서 더욱 반가운 분입니다.
강렬한 도입부부터 피아니스트의 뛰어난 기교가 요구될듯한 뒷부분까지 인상 깊은 연주를 하셨습니다. 정원님께서 김홍기 피아니스트의 콧수염에 대해 가벼운 유머를 하셨지만, 저도 콧수염 있는 사람이 건실하고 순수해 보인 적은 별로 없었는데, 김홍기님의 열정적이고 시원시원한 연주에는 완전히 몰입되어 반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이었습니다. 이탐구 지휘자님의 세심하고도 힘찬 지휘, 그리고 이제는 많은 단원님들의 얼굴도 알아볼 정도가 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이탐구님의 지휘 모습은 악기 연주 없이 지휘 모습만 봐도 음악이 들릴 듯 지휘 자체가 멋졌습니다.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들어온 셰익스피어의 스토리 덕인지, 서주에 이은 두 가문의 갈등, 두 사람의 사랑, 갈등의 고조, 사랑의 실패와 비극적 결말 등이 녹아든 느낌을, 연주의 진행에 따라 같이 짐작하게 되더군요.
사실 지난해 12월에 25년 마지막 마티네 콘서트를 본 이후 26년에도 정원님의 마티네 아침의 음악정원이 계속될까 하는 궁금함과 간절함이 컸었는데, 다시 진행된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뻤습니다. 티켓 가격이 5천 원 인상되었지만, 정원님께서 기획, 진행, 연주하시고, 풀 멤버 오케스트라와 최고의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최고의 공연가격으로는 아직도 매우 착하다고 봅니다.
역시 이 마티네 공연은 최고의 가성비, 가심비 공연이지요.
이번 공연에도 많이 찾아주신 아당님들 반가웠고요, 직장 때문에 못 오신 아당님들의 아쉬움을 위로드립니다.
멋진 공연 만들어주신 정원님, 애쓰셨고요, 감사합니다!!
(이미지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