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음악회와 마티네 콘서트

김정원 피아니스트의 음악회 두 공연 관람 후기

by 들꽃연인


(이 글은 제가 즐겨 듣고 있는 CBS FM 클래식 프로그램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진행자이자 피아니스트인 김정원님이 최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진행한 살롱음악회 ‘김정원의 Selection’과, 강남심포니오케스라와 함께 기획 진행하는 오전 클래식 공연 마티네 콘서트 ‘아침의 음악정원’ 3월 공연 관람 후기입니다. 내용 중 ‘아당’은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줄임말이자, 애청자들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는 김정원 피아니스트의 팬임을 밝힙니다.)



직장인들은 어떤 상사와 같이 근무하고 싶을까요? 그 1, 2위에 해당하는 항목은 동기부여를 하는 상사, 그리고 함께 성장하려는 상사라고 합니다. (출처 : 데일리라이프 부하직원들이 꼽은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 스타일) 이런 경향은 제 경험과도 일치하며 최근까지도 기업을 경영하는 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습니다. 특히 Z세대, 알파세대 등 젊은 직원들일수록 이런 모습이 많다고 합니다.


경쟁이 심한 한국사회에서 젊은 세대일수록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제가 최근에 본 두 개의 김정원 피아니스트님 공연에서 후배 피아니스트들을 끌어주고 성장을 이끌어주는 김정원님의 모습은 흐뭇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그 두 공연의 관람 후기를 공유합니다.


1. 들어는 보셨나요? 살롱 음악회라고.


넷플릭스 시리즈 ‘황후 엘리자베트’에 인상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귀족들의 화려한 파티가 열리고 있는 저택에 방황하고 있는 엘리자베트 황후가 나타납니다. 그 집의 넓은 살롱에는 피아노가 놓여있고, 당대 최고의 인기인이자 미남이었던 리스트가 귀족 여인들에게 둘러싸여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지요. 물론 좀 과장된 극 중 설정으로 보이지만, 살롱 음악회는 중, 근세에 꽤 많이 열렸던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행사라고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럭셔리한 백화점 본점에 새로 마련된 살롱홀에서 열린 음악회는 중세 귀족이 된 것 같은 설렘을 느끼게 했지요. 하지만 뭐, 그렇게까지 대단한 환경은 아니었구요, 단지 살롱이라는 이름이 붙은 홀에서 한정된 소수의 관객(약 40명)만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회는 새로운 경험이기는 했습니다.


넓은 공간의 공연장에서 울림까지 신경 쓴 벽과 천장의 반사음까지 같이 느껴지는 대형 공연과는 확실히 달랐는데, 넓지 않은 공간에서 직접 와서 닿은 그랜드 피아노의 소리는 직접적이고 조금은 생경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원 피아니스트는 본인이 아끼며 촉망받는 여섯 명의 후배 피아니스트를 두 달에 한 명씩 소개하면서 ‘건반 위의 세계지도’라는 콘셉트로 올 12월까지 이 살롱음악회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지난 2월 27일에는 그 첫 번째 순서로 신창용 피아니스트가 북유럽의 아름다운 곡들을 연주했습니다. 그리그의 서정 소곡집중에서 4개의 소곡과 시벨리우스의 13개의 소품 중에서 4개의 소곡들을 연주했는데, 신창용 피아니스 본인도 처음 공개하는 연주라고 하더군요. 아름다우면서도 서정성 강한 북유럽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요, 그 이후에는 비교적 귀에 익은 리스트의 녹턴 중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사랑하라와 쇼팽의 화려한 그랜드 왈츠 연주가 아름답게 이어졌습니다.


연주 중간중간 김정원님과 함께 한 신창용 피아니스트의 인터뷰도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선후배의 친밀함이 느껴졌고, 특히 신창용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연주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소리 그 자체’라는 답변도 의미심장했습니다.

(김정원 피아니스트(좌)가 후배 신창용 피아니스트를 인터뷰하는 모습)


마지막 연주는 그리그 '네 개의 무곡 중 II'를 김정원님과 신창용님이 한 피아노에서 4 hands로 멋지게 연주해 큰 박수와 함성이 나왔습니다. 김정원님의 4 hands 연주를 몇 번 보았는데, 항상 왼쪽의 저음부를 맡아 후배들을 배려하고 받쳐주는 듯한 연주를 하시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공연 후에는 두 분의 피아니스트께서 나란히 앉아 관객들과 함께하는 사인회까지 있어서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2 늘 기분 좋은 오전 음악회, 마티네


프랑스어로 아침은 le matin(르 마땡)이라고 하고, 이탈리아어로는 mattinata(마티나타)라고 한답니다. 이 프랑스어 마땡에서 파생되어 오전에 하는 공연을 일컫는 말이 마티네인데요, 김정원님은 지난해부터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마티네 콘서트 ‘아침의 음악정원’을 기획 진행 연주까지 하고 계시지요.


사실 왕성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 피아니스트가 매일 방송되는 cbs FM ‘아름다운 당신에게’ 진행과 거의 매달 있는 마티네 콘서트까지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에도 클래식 음악의 확산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에 늘 박수를 드리게 됩니다.


이 글은 그 마티네 공연의 하나인 26년 3월 5일의 ‘아침의 음악정원’ 공연 후기입니다.


얼마 전 '아름다운 당신에게'에서 드보르작의 헝가리안 무곡 5번이 소개됐습니다. 그때 유머 감각이 뛰어나신 청취자이신 이동일님이 무곡은 있는데, 왜 배추곡은 없느냐고 게시판에 올리셔서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마티네 콘서트의 주제는 Invitation to the Dance, ‘춤으로의 초대’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익숙하게 생각하는 ‘봄의 소리 왈츠’ 같은 편안한 춤곡은 아닌, 다소 독특한 춤곡 연주에 초대된 느낌이었지요.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가 암전 되었고 이 상태에서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라는 의미심장한 시가 스크린에 흘렀습니다. 그 이후 핀조명 아래의 집중된 분위기에서 우리의 ‘호스트 아티스트’인 김정원님께서 쇼팽의 녹턴 No 9-2번을 연주하셨습니다.


아당에서도 많이 방송됐고 익숙한 곡이지만, 김정원님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연주는 관객들에게 건반에 빨려 들어가는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연주 후 피아노 음색만큼 멋진 음성으로 김정원님께서 이번 공연의 개요에 대해 소개와 해설을 해주셨습니다.


이어진 순서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라벨의 ‘쿠플랭의 무덤’이었습니다. 포를란느, 리고동, 미뉴에트 같은 춤곡 형식에 맞추어 작곡된 피아노 곡이었는데, 라벨 자신이 다시 오케스트라 연주곡 버전으로 만든 곡이 연주된다고 김정원님께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전 설명을 듣기 전에는 춤곡의 주제가 무덤이라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 제목인 프랑스어 le Tombeau는 무덤이라는 뜻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존경하는 이에 대한 헌정의 의미가 강하다는 김정원님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1차 대전 때 희생된 본인의 지인들에게 이 곡을 구성하는 각각의 부분들을 헌정했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쿠플랭은 프랑스의 저명한 바로크 음악가로, 곡의 제목은 그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기도 하다는군요.


다음은 반짝이는 새싹 바이얼리니스트 이현정 양의 순서였습니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모티브로 사라사테가 작곡한 카르멘 환상곡을 연주했습니다.


이현정양은 예원학교 재학 중인데, 15살 이라는군요. 흔히 중2병을 걱정할 나이에 멋진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는 어린 연주자가 음악에 몰입하는 진지함과 여유, 심지어는 카리스마와 유머까지 담아 표현하는 느낌이 들어 될성부른 나무라는 생각을 했고, ‘참 야물딱진 연주를 한다’는 김정원님의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연주 후 밝게 웃는 이현정 바이올리니스트)


김정원님도 예원학교 재학 중에 빈으로 유학을 떠나셨으니, 이현정양은 김정원님의 후배이기도 하겠네요. 후배들을 이끌고 성장시키시는 김정원님의 모습을 여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긴 김정원님께서는 꼭 학교 후배만이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고 재능 있는 여러 후배들을 따뜻하게 이끌어주시는 모습을 많이 봤기에 느낌이 더욱 좋았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서울시향의 부지휘자로 이번에 객원지휘를 맡으신 송민규 지휘자님의 지휘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헝가리 국민음악의 대표 작곡가인 졸탄 코다이의 곡 ‘갈란타 무곡’을 멋지게 연주했습니다.


슬라브적인 또는 집시풍의 분위기를 풍기는 곡이었는데, 송민규님의 세심하면서도 격정적인 지휘와 강님심포니오케스라의 연주가 좋은 하모니를 보여주었다고 느꼈습니다.

(연주 후 관객들의 박수에 예의를 표하는 송민규 객원 지휘자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에 관심은 있었으나 그 폭이 좁았던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듣고, 또 김정원님의 연주회에 참석하면서 음악의 지평이 조금씩 넓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김정원님께 감사드리며, 많은 아당님들이 이 좋은 클래식의 길을 같이 걸어가는 동반자시라서 더욱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미지 : Pixabay,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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