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일기-5

Swan Diaries

by kay

꽃을 샀다.

라넌큘라스라는 꽃이다. 손으로 받치면 손 색이 비치는 얇은 꽃잎이 여러 겹, 공모양으로 오무라져있다가, 한번에 사르르 피어나는 꽃이다. 열 송이 이상만 꽂아도, 구부러지는 모양이 특이한 줄기 때문에 꽤 멋스럽게 즐길 수 있는 꽃이다.

꽃을 사서 꽂아 놓는 일. 새삼스럽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도 많고, 밥을 못 먹는 사람도 세상에는 많은데, 한가롭게 꽃이나 사다-금방 시들 것을- 물을 담아 꽂아 놓으면, 약간 무거운 마음도 있다. 하지만-

하지만 내 마음이 원할 때가 있다. ‘나는 한가롭게 꽃이라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한 잎 한 잎, 정성들여 모양낸 꽃을 보며, 살아있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 쫓아갈 수 없는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직선이 아닌 곡선의, 한 가지 정해진 색깔이 아닌 오묘한 색감의, 그리고 어디이거나, 누구와이거나를 따지지 않고 있는 힘껏 피는 힘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꽃이 지는 일, 그 일을 예감한다. 아마 잘린 꽃을 사지 않는 많은 이들이, 꽃이 시드는 것 때문에 저어하는 것일 게다. 아무리 화려하게 피어도, 붉게 피어도, 꽃은 눈앞에서 시든다. 고개를 푹 숙이고, 땅을 바라본다. 향기를 뿜던 기세도, 점점 약해진다. 줄기는 검어지고, 맑았던 물은 탁해진다. 나를 탓하는 것도 같고, 스스로를 탓하는 모양 같기도 하다. 소리는 나지 않지만, 흐느껴 울면서 지는 꽃도 있겠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 시들음까지도 감당하는 것이 감상자의 의무다. 미안해하며 시든 꽃을 버리고, 탁한 물을 버리고, 약간은 피어있지만, 그러나 이미 생명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는, 그 줄기들을 버리는 일. 그리고 그 숙제를 알면서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소유의 순간 때문에.

지금 내 꽃들은 그렇게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진 않다. 고개를 숙이진 않았지만, 위태롭다. 아름답기는 어제와 같이 아름다운데, 그 마음은 알 수가 없다. 내일은 내일의 마음이 있을 것이다.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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