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일기-6

Swan Diaries

by kay


모두에게 잘할 순 없는데, 그래서 나의 인간관계의 범위를 아주 작게 만들어 놓았는데, 그런데 그 적은 수의 사람에게도 잘해주고 있는지 의문이다.

뭐든지 다수인 건 책임지기 어렵고, 의미 있는 관계가 되기도 어렵다고 생각해서 몇몇의 사람들에게만 속내를 터놓고 지내왔다. 하지만 이들에겐 과연 내 마음이 곧이곧대로 전해질까?

적은 수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래도 이들하고만큼은 대화에 오해 없이 그런대로 이심전심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게으르게만 살아온 건 아닌지, 오해가 싫다고 훌라후프만한 내 작은 원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만 한 건 아닌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반대로 십여 년 전에는, 일주일이면 7명의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혼자 밥 먹지 마라’는 책을 보고 곧이곧대로 항상 사람들을 만나서 밥을 먹고, 또 이들이 나의 ‘재산’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차츰차츰, 이런저런 사건사고와 회의감과 반성의 시간을 거쳐, 훌라후프만한 작은 원을 가지게 되었다. 이건 옳은 일일까? 이게, 현재 가지고 있는 내 믿음대로, ‘진실된’ 인간관계일까?

결국에는 용기의 문제일 것이다. 한 명을 만나든, 백 명을 만나든, 내가 그들과 무엇인가를 나누고 공감할 용기, 혹은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다. 그런 용기, 혹은 의지가 없다면, 한 명을 만난다고 그 관계가 딱히 농도 짙은 의미를 갖게 되는 것도 아니고, 백 명이어도 역시 비슷한 의미 없음의 백 번의 반복에 불과할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용기와 의지가 없어졌느냐를 따지는 일은 이제 와서 큰 의미가 없다. 지난 십년 동안 따져온 것 같다. 다시 용기를 내겠느냐는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이전에 내가 가졌던 인간관계,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면, 혹은 그 믿음이 성질을 바꾸었을 뿐 내 안에 남아있다면 이제는 내 하이얀 오른손 뿐 아니라 심장을 내밀어도 되지 않을까? 아니면, 그나마 형식적으로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내 심장을 또 다시 끄집어내 바닥에 패대기치는 것은 그 누구보다 내 자신에게 가혹한 일일까?

작가의 이전글백조일기-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