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바덴, 2019년 8월 29일
한강, 아니 마인강 구경은 이쯤하고 배를 채우기로 했다. 가까이는 드라이쾨니히 교회 (Dreikonigskirche), 멀리는 유럽중앙은행(Europäische Zentralbank, EZB)이 보이는 다리를 건너프랑크푸르트에서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편인 ‘프랑크푸르트 역사박물관(Historisches Museum Frankfurt)’ 쪽으로 슬렁슬렁 걷다보니 바깥에 테이블을 몇 개 내놓은 카페가 보였다.
라즈베리 잼과 초콜릿, 치즈케이크와 피칸파이가 눈을 사로잡는 진열대에서 초코크림케이크와 하드롤 샌드위치, 블랙티와 로제 와인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왔다. 그간 몰랐던 서로에 대한 이야기들과 내일 만날 ‘조성진 님’의 이야기만으로 우리의 테이블은 금새 풍성해졌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조성진의 콘서트가 열릴 비스바덴 까지는 기차로 약 35분. 자주 자주 기차가 오기 때문에 비스바덴으로 떠날 시간은 내일 상황을 봐서 정하기로 했다. 비스바덴의 ‘바덴’은 ‘바덴-바덴’이란 도시의 ‘바덴’과 마찬가지로 ‘목욕’을 의미하는데, 그 이름에 걸맞게 26개의 효험이 뛰어난 온천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남녀 혼탕이라 수영복도 입어야하고, 온천 이용은 불편하대요.” 역시 이곳에 사는 그녀의 주변에는 비스바덴에 가본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다음날 아침, 역시 쾌청한 하늘 아래, 우리는 A가 최고로 애정하는 공원을 잠시 걷고, 걸으면서 나무와 허그를 나누기도 하고, 이번의 여행에서는 음악회를 보지 않지만 중요한 음악회장인 프랑크푸르트 알테오퍼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A의 회사 클라이언트가 알려준 햄버거 맛집에서 햄버거와 맥주와 고구마튀김을 먹
고, 비스바덴에서 마실 1999년산 트로켄베렌아우슬레제까지 구입한 후, 비스바덴 행 기차에 올랐다. 기차의 출발 시각은 1시 41분이었다.
프랑크푸르트가 있는 헤센 주의 주도이기도 한 비스바덴은 온천과 공원, 40개가 넘는 골프코스, 금 세공업체, 그리고 여러 가지 축제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1987년에 시작돼 이제 32년을 맞은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Rheingau Musik Festival)은 프랑크푸르트, 비스바덴, 그리고 라인계곡 중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크고 작은 다양한 베뉴(venue)에서 170회 이상의 콘서트를 여는 큰 축제다. 이제까지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을 빛낸 플레이어로는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와 로린 마젤,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소피 무터와 기돈 크레머,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 마르타 아르헤리치,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알반 베르크 사중주단 등 클래식 연주자들이 대부분이지만, 바비 맥페린이나 칙 코리아 같은 재즈 뮤지션들도 무대에 오른다.
이번 2019년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의 주제는 “용기(courage)”. 우리도 용기있게 여기까지 온 만큼 예매해 둔 표를 찾으러 조금 일찍 콘서트가 열리는 쿠르하우스(Kurhaus)로 발걸음을 옮겼다.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인 만큼, 원래 스파하우스로 시작된 쿠르하우스의 역사는 18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크리스티안 자이스(Christian Zais)가 애초에 지었던 건물은 너무나 늘어난 수요로 1905년에 헐리고 프리드리히 본 티에르쉬(Friedrich von Thiersch)가 다시 지은 건물이 현재의 건물이다. 재개관 당시, 매해 5월 휴식을 위해 이곳을 찾았던 카이저 빌헬름 2세는 쿠르하우스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파 건물”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현재 비스바덴 지역의 중심부에서 컨벤션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이 건물에는 연주회가 열릴 큰 홀인 프리드리히 본 티에르쉬 홀, 그리고 그보다 사이즈가 작은 크리스티안 자이스 홀, 그리고 카지노가 함께 있다. 기품이 느껴지는 돔 형으로 된 포이어(foyer) 천장의 넵튠과 디아나가 우리를 반겨주는 듯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의 눈은 조성진 “님”의 포스터를 향했다. 넓은 홀에 놓인 칵테일 파티를 위한 테이블들이 황홀한 저녁을 예감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