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을 잃고 찾은건, 나였다

첫 번재 일본 여행 이야기

by 김희연

나는 소위 말하는 욜로족에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엠지의 절정이 아닐까라고 나를 생각한다. 나는 하고 싶은 걸 하고 하기 싫은 걸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을 많이 다닌다. 금전적 문제가 잇따르더라도 하고 싶으니까 한다. 그렇게 일본어를 공부하며 일본 여행에 중독되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첫 번째 이야기를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사실 일본 여행은 해외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여행이다. 일본은 왕복 시간으로 측정해도 3시간이 채 안 걸린다. 가격도 저렴하며 저가항공을 이용할 시 정말 쌀 때는 단돈 10만 원 정도로 일본을 왕복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입문하기도 쉽고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한다. 처음 일본 여행을 하게 된 건 후쿠오카다. 이유는 간단했다. 굉장한 엔저 상황이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넘길 때마다. 일본이 떴다. 관광지 앞에 서 찍은 여러 명의 똑같은 사진을 보았다. 그저 나도 원했다. 유명한 관광지를 보고 사진을 찍고 그저 원활한 여행을 원했을 뿐이다. 그렇게 여권을 만들고 혼자서 일본에 가기로 결심했다. 강릉 여행을 혼자 갔다 온 이후로 나의 자신감은 사실상 최대치였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건 둘째 치고 내가 좋아하니까 갔다. 그렇게 일본 여행이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험상 한번 가 보는 것이 다였기에 이때의 결정이 나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첫 해외여행이었던 일본 여행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이어서 그랬을까? 고작 국내 여행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네이버 맵이 구글맵으로, 원화가 엔화로 바뀌는 수준 정도로 말이다. 일본에 입국하자마자 문제가 발생했다. 미리 구입해둔 E심이 작동 오류로 연결이 안 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미리하고 갔어야 할 걸 일본에 도착해서 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당장 숙소까지 가야 하는데 인사조차 할 줄 모르는 타지에서 핸드폰 없이 살아남기란 조난에 가까웠다.


다행히도 캡처해뒀던 큐알코드 하단에 영어 링크가 적혀있길래 수기로 타이핑해서 어찌저찌 연결에 성공은 했다. 이때 계획에서 1시간 이상 차질이 생겼었다. 극 J였었던 나였기에 혼란을 감출 수 없었다. 게다가 봄에서 여름으로 따뜻해져가는 계절이었기에, 말할 수 없는 화가 났다.


하지만 버스에 탔고 숙소를 향해 달려갔다. 예쁜 풍경, 한국과는 다른 버스의 모습, 새롭게 들리는 언어, 타지에서 맡는 냄새를 느꼈다. 그런 행복함도 길지 않았다. 버스에서 짐 정리를 하는데 여권이 없는 것이다.

거짓말 같은 이 상황에서 나는 멘탈이 완전히 박살 났다. 너무 화가 나는 상황인데도 오히려 화가 안 나고 그저 어지러웠다. 친구한테 연락하니 ‘어떡해 '라는 전형적인 답장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그때는 정말 최악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무거운 캐리어와 짐가방 두 개를 들고 공항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카운터란 카운터에는 전부 가보며 분실 여권이 있냐고 물어보고 다녔다. 캐리어는 편의점 앞에 둔 상태로 왼손에는 파파고(번역기) 오른손에는 다급한 제스처를 취하며 뛰었다. 정말 다행히도 여권은 분실 센터에 보관되어 있었고 타지에서 처음 느낀 무서움에 벌벌 떨며 조용히 숙소로 돌아갔다.


그날 하루는 맘처럼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을뿐더러 이곳에서 내가 날 챙기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숙소로 돌아간 나는 가장 먼저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아직 아이인가 보다. 엄마도 걱정이 됐는지 한국 돌아오는 비행기를 다시 예매하는 건 어떠냐 했지만, 왕복 특가 결제였기에 편도는 터무니없이 비쌌다. 결국 여행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어 하나 모르고 무턱 오게 된 나라에서 갑자기 적응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다. 우울감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친구는 “어찌 됐던 네가 일본에 그기로 결심해서 도착한 건데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어, 나였으면 일본이니까 일본 영화라도 보고 좋아하는 곳에 갔을 거 같아"라며 나를 응원해 줬다.


그렇게 일본 여행을 시작할 때의 나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산책이라도 하고자 하는 마음에 숙소 밖으로 나와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정말 작고 아늑했다. 사장님께선 친절하셨고 따뜻하셨다. 한국에서 온 내게 밝은 미소와 인상으로 말을 걸어주시고 요리해 주셨다. 정말 행복했다. 그 후엔 편의점도 가고 밤 산책을 하며 일본의 정취를 몸소 느꼈다.


이날부터 나의 큰 가치관이 바뀌게 되었던 것 같다.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려고만 했던 나는 '나'라는 기둥을 세우게 되었다. 나는 내가 지키고 나는 내가 만든다. 내가 지탱한다.라는 근본적인 신념이 생긴 것이다.


나로서 나를 떳떳하게 생각한다면 남에게 부끄러울 것도 이해받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장차 사그라들게 된다. 그렇게 또 하나의 나를 발견했다.


여러 관광지를 관람하고 정해져있는 계획 속에서 웃고 돌아오기만 하는 여행이었다면 지금의 내가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갑작스러운 시련에 부딪히고, 극복함으로써 얻게 되는 성장점이라고도 생각한다. 지금의 나로서도 앞으로 더 많은 여행을 하며 숨어져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한다. 아직 발견하진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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