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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Dec 02. 2019

May I be excused?

아이를 사랑으로 훈육하는 법 – Bruderhof 공동체생활6

바깥의 인기척 소리에 잠에서 깬다. 옆 집 아이들이 벌써부터 일어나서 돌아다니고 있다.  두 분이 수영하고 돌아오시더니 토스트에 계란 프라이 해서 아침을 먹자고 하신다.

제인할머니가 물으신다. “아이들은 식사할 준비가 되었나요?”

“아직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대답하고 아이들 방에 가보니...  옷도 안 입고 누워있다. 긴장이 풀렸는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애들아, 할머니가 빨리 나와서 밥 먹으래~”


아침 식사 마무리가 안 되었는데 지민이가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에구, 한 소리 듣겠구먼~’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노래 부르고 기도할까요?”

아이들이 식탁에서 자유의 몸이 되니 내 조마조마한 마음도 자유가 되었다. 

“얘들아. 우리 방이랑 복도 청소하자~~”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그래도 두 아이는 열심히 빗자루 질을 해댄다. 심히 했지만 빈틈이 아주 많다. 혹시라도 제인할머니가 보실까 봐 얼른 내가 한번 더 쓴다.


 계속 무엇인가를 하시는 할머니를 의식하며 설거지를 하려는데 한마디 하신다.

“Ray~ 가서 아이들을 챙기고 자유 시간을 가져요~”

덕분에 아이들 옷도 빨고 책 읽는 시간도 가져본다.

“제인~ 공장에 다녀올게요~~”

“Ray~ Are you happy?”

그러고 보니 여기 와서 몇 번 들은 질문이다.

“Yes~ I’m happy~ 제인”


공장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매니저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 한 분이 혼자 작업을 하고 계셔서 인사하고 옆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공장에 몇 시에 도착하셨는지 궁금해서 “여기 언제 오셨어요?”하고 물으니~

“여기에 온 지 40년이 되었어요. 내 아버지는 불을 피우는 사람이고, 어머니는 교사였어요. 그들은 공동체에 들어와서 결혼을 했어요~ 나는...”

질문이 잘못 전달되었지만, 그 덕분에 할머니가 어떻게 생활해 오셨는지를 알게 되었다.


오늘 배정받은 일은 나사 박기이다. 레고 같은 아이들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원목 양 끝에 고무로 마감처리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동 드라이버로 나사를 박다 보니 오른쪽 팔에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때 매니저 수잔이 말을 걸어온다. 저 쪽에서 일하는 남자를 가리키며 자기 남편이란다. ‘엄청 어려 보이는데?’

“저는 39살에 결혼을 했어요. 그때 제 남편의 나이가 25살이고요. 지금 4살 된 아들 한 명이 있어요.”

“늦게 하셨네요. 그때까지 결혼을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몇 번 기회가 있었는데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저희는 3년 정도 친구로 만나다가 어느 날 남편이 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어요~”

덕분에 공동체 안에서 남녀의 교제 과정에 대해 약간이나마 알게 되었다.


화요일은 점심식사가 없는 날이란다. 대신 전체 구성원이 강당 앞 잔디밭에 모여 미팅 시간을 가진다. 함께 찬송과 기도를 하고, 소식을 전하는 일상적인 나눔이 진행된다.

“엄마, 밥 언제 먹어요?”

밥때가 되었는데 소식이 없자 아이들이 자꾸 질문을 한다.

“그래.. 먹어야지! 그거 있잖아. 오늘 같은 날을 대비해서 챙겨 온~~ 오늘은 우리가 챙겨 온 김병장 비빔밥 먹자”

“정말요? 와~ 신난다!”

제인할머니도 주방에서 치즈 케이크와 과일을 준비하신다. 아이들은 빨리 먹고 싶어 안달이다. 사실 나도 김병장 비빔밥은 처음이라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매운 것을 잘 못 드시는 할머니를 빼고는 모두 맛있게 먹는다. 평소 매운 것을 못 먹는 지민이는 연거푸 물을 마시며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깨끗하게 비운다. 반찬 타령도 안 하고 어찌나 잘 먹는지~ 괜한 걱정을 했나 보다~


오늘은 오후 4시부터 멤버들만의 미팅 시간이 있다고 한다. 1시간 일찍 일을 끝내야 해서 엄청 바삐 움직였다. 식당 청소는 어제와 똑같이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 쓸고 화장실 닦고 현관문 닦고 꽃에 물을 주었다. 그러는 사이 ‘아니~ 오늘은 점심도 안 먹어서 사람들이 식당을 별로 사용하지 않았을 텐데... 유리창까지 또 닦아?’ 순종해야 하는데 자꾸 물음이 올라온다. ‘이러면 안 되는데... 받아들이자!’ 


덕분에 아이들이 하교하기 전, 1시간 동안 첫 자유를 누리게 됐다. 샤워를 하고 책을 다시 펼쳐 들었다.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라는 책을 읽으니 부르더호프의 자녀 훈육에 대해 알아지는 것이 생긴다.

‘안 돼~ 이리 오렴~. 들어봐~, 조용히 하자, 기다릴래, 돌보렴’

공동체에서 아이 양육 과정에서 중요하게 실천되고 있는 단어들이다.

‘사랑하는 것과 훈육하는 것은 다르다’

이 책을 보니 평소 내가 아이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방종을 허락했던 적이 꽤 있었던 것 같다. 평소 엄마가 친근하게 대하는 것을 때로는 아이들이 친구처럼 대하는 경우가 있어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제인할머니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마음이 편안해진다.


저녁에는 자원봉사자 코디네이터인 루크네 집에 초대를 받았다. 그 집 딸이 민서와 같은 반이어서 초대를 해주었나 보다. 감사 표시로 어제 담근 양배추 김치 한 접시와 한국에서 사 온 카드를 챙겼다. 메일을 주고받을 때도 느끼긴 했는데, 실제로 루크는 역시 과묵한 성향인 것 같다.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별로 하지 않는다. 3남 2녀의 자녀를 두었는데, 현재 아들 둘과 딸 한 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빵, 샐러드, 소시지를 준비했고, 특별히 우리를 배려해 라면 수프까지 끓여주었다. 지민이는 배가 고팠는지 민망할 정도로 많이 먹는다.


공동체의 자녀 훈육 방식을 이 집에서도 느낄 수가 있다. 식사 후 설거지는 남자아이들의 몫이었다. 그동안 나머지 가족은 모두 밖으로 나와 산책 시간을 가졌다. 좀 전에 강력한 소나기가 지나가서 그런지 하늘의 구름이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저만치 멀어져 가는 소나기구름이 아름답게 보인다. 설거지가 끝날 시간에 맞추어 산책을 짧게 마치고 다시 거실에 둘러앉았다. 아이들 다섯 명을 위해 젠가 게임을 두 판 하고 졸린 눈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며칠을 함께 생활하니 공동체의 생활방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제인할머니의 매서운 눈이 아이들의 행동에 머물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얘들아, 너희들도 힘들지? 그래도 어떡하겠니~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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