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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Nov 29. 2019

5살 아이도 자기 역할이 있다

홀로 있기, 순종, 지역사회 – Bruderhof 공동체생활5

아침 5시가 되니 일찍 눈이 떠진다. 어제 책방에서 빌려온 ‘아이들이 오늘이다’라는 책을 꺼내 들었다.
‘버릇없는 아이들 뒤에는 버릇없는 부모가 있다. 자기 방식만을 고수하고 순간의 만족이 행복을 안겨준다고 착각하며 사는 부모들이다...’
이 문구에서 공동체의 자녀 양육방식이 느껴진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크지만, 정도를 지켜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제인할머니의 경우 아이들에게 매우 친절하시지만, 예의범절을 중시 여겨서 때로는 엄격하다고 느. 특히, 공동체 구성원에게 각자의 역할이 있는데,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옆 집 5살 남자아이는 매일 아침 재활용통, 쓰레기통을 비우는 역할을 한다. 어떤 청소년 남자 아이는 아빠의 소 젖 짜는 일을 돕고 있다. 자기가 맡은 일을 하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다.

“애들아! 일어나서 옷 입고, 침대 정리하고, 자기 방 쓸고 밥 먹자~~”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방 청소를 하고, 아침을 먹은 후에 복도와 거실 쓸기를 담당하게 된 우리 딸들~ 한국에서는 눈 비비고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 가기도 바쁜데... 갑작스러운 변화에 어색하기만 하다. ‘아이들 솜씨가 어련하겠나~’ 아이들이 바닥 쓸기를 하고 나면 내가 한번 더 쓸어야 한다. 이러한 일상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 곳 생활 중에 두 아이가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조용히 홀로 있기’이다. 매일 점심을 먹고 1시간 정도의 휴식시간이 있는데, 이 때는 낮잠을 자거나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어 있다. 제인할머니는 이 시간을 나에게 ‘조용히 홀로 있는 시간’이라고 얘기해 주셨다. 가만히 있어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이 시간을 너무 힘들어한다.  


“Ray~ 두 아이들이 각자의 공간에 있는 것이 좋겠어요. 아래층에는 데이케어여서 아기들이 자니까 걸어 다니는 것도 조심해야 해요. 어르신들도 잠자는 시간이고...”
“네~ 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자꾸 장난치고 시끄럽게 하네요. 그래서 오늘은 숙제 지도를 하려고요~”
“좋은 생각이에요. Ray도 오후에는 피곤한 일을 하니 좀 쉬어요.”
“저 질문이 있어요. 아이들이 같이 놀면 안 되는 건가요? 혼자 있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아이들도 자기 생활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해요”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암튼 두 아이가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이 방 저 방을 왔다 갔다 하느라 엄마는 정신이 없다.

오늘 공장에서 맡은 일은 ‘Why, forgive?’라는 책에 책갈피 넣기와 스티커 붙이기이다. 호스트인 제인할머니와 많이 다니다 보니 자연히 할머니들과 많이 있게 된다. 옆에 앉아서 작업을 하는 할머니께서 자신이 만드는 부품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 이해를 돕기 위해 브로셔까지 가져오신다. Communityplaythings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아이들 물건, 가구, 책상, 장난감을 만들어 판매한다. 정말 물건이 다양했다.


브로셔를 보는데, 서랍장 하나에 800달러나 한다.
“너무 비싸네요~”
“맞아요. 그런데 10년 보증이에요. 이 교탁은 선생님을 위한 거예요. 필요한 물건을 넣고 쓸 수 있도록 만들었고 모서리도 뾰족하지 않게, 견고하게 만들었고요.”
“이런 가구 디자인은 누가 하나요?”
“펜실베니아에 디자인 팀이 있어요.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물건을 사용하면서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어요.”
메이플 나무로 만든 가구라며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오늘은 오후 강당 청소일이 조금 일찍 끝나서 짝꿍 미샤와 수다를 떤다. 그녀는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 궁금해하고, 나는 부르더호프에서 22살 청년이 어떠한 마음으로 생활하는지 궁금하다.

“공동체 일원이 되지 않는 가족들과는 어떻게 해요?”

내 질문이 시작되고 미샤의 답변이 이어진다.


“연락하고 지내요. 사실 공동체 일원이고 아니고가 중요하지 않아요. 믿음, 가치가 중요하죠. 제 사촌 중에 한 명은 의사가 되고 싶어서 공동체 멤버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 건 얼마든지 이유가 되지요.”
“여기서는 아무도 멤버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부모님도, 목사님도요. 온전히 자신의 결정에 의해 입교가 진행되어요. 한 가지 의무사항이 있다면,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1년간은 공동체에서 일을 하긴 해야 해요. 그동안 공동체에서 모든 것을 제공해주었던 것에 대한 감사 표시이죠. 그리고 이후 진로는 온전히 자신의 결정에 달려 있어요.”
“결혼은... 음... 하나님의 뜻에 맡길 거예요. 저는 여기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제 꿈은 교사였어요. 그런데 이곳에는 교사 자리가 없어요. 지금은 이렇게 청소를 하고 있고... 이런 것이 순종이죠. 저는 18살에 세례를 받고 입교를 했어요. 지금은 21살이 되어야 입교가 가능해요. 젊은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겨서 공동체에서 규정을 바꾸었어요.”
스물두 살의 나이에 이렇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순종을 이야기하는 미샤~ 나이 마흔이 된 나는 아직까지도 순종이 너무 어려운데... 순간 머리가 띵~해진다. ‘나에게 더 필요한 것이 순종이구나’싶다.

저녁에는 공장 물건 납기일을 맞추어야 해서 2시간 동안 야간작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이 때는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해야 한다. 옆자리에 할머니 한 분이 새로 오셨는데 학교에서 지민이 선생님이시란다.
“저는 40년간 교사를 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그리고 공장에 와서 이렇게 일하는 것도 너무 좋아요. 오늘처럼 추가 작업이 없으면 제가 공장에 올 일이 없거든요.”
자신의 오빠가 오늘 작업하고 있는 책의 저자,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라고 하신다. 그렇다면 이 할머니의 할아버지가 부르더호프 공동체의 설립자인 셈이다.

오늘은 좀 어려운 질문을 좀 해본다.
“공동체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궁금해요.”
“우리는 기부를 하죠. 쓰나미나 참사가 일어났을 때처럼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것은 없나요?”
“많죠. 학교 프로그램들을 연계하고 공동체 농장을 오픈해요. 킹스톤에서는 지역사회를 위한 일을 많이 해요. 이런 책도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배포해요”

내가 느끼기에 부르더호프의 삶은 매우 평화롭고 풍요롭게 느껴진다. 복장은 6~70년대 느낌이지만, 사용하는 물건들은 모두 고급이다. 그런 나의 질문에 성심껏 대답을 해준다. "예전의 가난한 삶을 되새기기 위해 일주일에 두 끼를 금식하고... 이 사회와 나눌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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