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y Dec 04. 2019

젊은이들은 항상 노인들에게 질문해요

공동체 이동 축하 이벤트 – Bruderhof 공동체생활7

오전 시간 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깜짝 미팅이 있다고 중앙 잔디밭으로 모이란다. 웬일인지 어린이집 아이들까지 다 와 있다. 공동체에서는 종종 가족 간 이동을 한다. 오늘 한 가족이 펜실베니아에 있는 공동체로 떠나서 작별인사를 위해 마련된 모임이었다. 모두가 노래를 부르더니 갑자기 게임을 시작한다. ‘내가 힘들 때, 내가 행복할 때,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를 이야기하는 게임이다. 떠나는 가족들을 위해 다시 노래하고 기도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배웅을 한다. 30여 분간 친교모임을 갖고 쿠키와 물을 마시고 마친다. 이렇게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즐기나 보다.


 오늘 함께 작업하는 사람은 킹스턴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50대 여성 샌디이다. 킹스턴에 있는 데이케어에서 7~8년 정도 아이 돌보기를 했단다. 그녀는 1~2주 후에 호주에 있는 공동체로 떠날 예정이라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큰 상태다. 그녀와 함께 하며 어젯밤 읽었던 ‘용서, 치유를 위한 위대한 선택’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2차대전과 공동체의 혼란기에 있었던 힘든 시간에 대한 내용,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용서’라고 쓰여 있었다.


“샌디~ 부르더호프 공동체의 노인들은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가꾸는데 많은 어려움은 겪었잖아요. 그리고 젊은이들은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 후에 현재 아주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고요. 세대 간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Ray~ 혹시, 젊은이들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나요?”

“아니요. 처음이에요.”

“우리는 함께 많은 일들을 해요. 젊은이들은 항상 노인들에게 질문해요. 노인들의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함께 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건강하지 않은 노인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젊은이가 돌보게 해요. 이때 이들 간의 많은 대화와 이해가 일어나요.”

“와. 그렇군요~ 감사해요.”

순간 우리나라의 노인과 젊은 세대의 괴리가 떠올라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오후에 미샤와 청소를 하는 시간, 젊은 세대에게 또 질문을 해 본다.

“미샤~ 용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우리는 함께 모여 살아요. 모여 사는 것은 쉽지 않아요. 아주 작은 일들조차도 우리는 용서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노력을 항상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세대 간의 다른 경험들을 어떻게 극복하나요?”

“저희는 노인들에게 많이 물어요. 그들의 지혜를 배우기 위해서요. 각 세대 간의 경험이 다르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사명이 있어요. 그걸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해요.”

20대 초반 청년 미샤의 대답에 내 마음이 풍성해진다. 어리기만 할 것 같은 친구에게 아주 깊이 있는 대답을 들은 것 같다.


오후 5시에 또 깜짝 미팅이 있단다. 이번에는 펜실베니아 공동체에서 이동해 온 가족을 환영하는 시간이다. 나는 청소를 서둘러 끝내고 벤치에 앉아 두 아이와 할머니 할아버지를 기다린다. 의자 배치, 스피커 설치, 간식 챙기기, 연주 준비 등 준비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무언가 색다른 이벤트를 준비하나 보다. 사회를 돌아가며 하는지 새로운 사람이 사회를 본다.  

“오늘은 아이들이 한 학기를 마치는 날입니다. 오늘 시험을 봤고, 내일부터 방학에 들어갑니다. 한 학기 동안 애쓴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위해 감사드립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연못에서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안전상의 이유로 방문객은 수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기 전에 여름철 생활에 대한 전체 공지를 하고, 이벤트가 시작된다.


아이들을 위해 아빠들이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인 공주님들을 깨우는 역할극’ 같은 것을 한다. 그리고 농부가 아내, 쥐, 이웃 등을 찾는 가족 게임 같은 것을 한다. 우리 셋은 뒷자리에 앉아서 함께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두 딸은 다른 친구들이 아빠랑 같이 나가서 게임하는 것을 보니 부럽나 보다.

“엄마~ 나도 하고 싶은데~”

“나도 엄마~ 게임하고 싶어요. 우리 반 친구도 저기 참여했어~”

“그래? 아빠가 없어서 못 했네? 우리 한국에 가서 교회에 하자~”


새 가족이 탄 차가 도착하고 차 문이 열리는 순간, 연주가 시작되고 모두들 웰컴 노래를 부른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진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변화는 긴장되는 순간일 텐데... 이렇게 모두에게 환대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과 격려가 될지~ 오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으로 특별히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여름이 시작되어 날씨가 더워졌는데 정말 잘 어울리는 간식인 것 같다. 며칠 만에 만난 군것질에 먹기 전에는 “엄마~ 나 1개 더 먹고 싶어요~”하다가 “아~ 너무 달아요. 못 먹겠어~~ 아까 먹은 쿠키도 너무 달았는데~”로 바뀐다. “하하하... 외국의 투머치 슈거에 적응해야지~~”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에서 느끼는 핵심 키워드도 역시 ‘가족’이다. 가족이 함께 푸른 잔디밭에 모여 앉아 게임을 하면서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달콤한 간식을 먹는 모습들~

들을 바라보며 나에게 살며시 질문해본다.

나의 ‘가족’은 어떠한가? Are you happy?     



직장맘의 육아휴직 레시피 – 두 아이와 미국 세 달 살기

‘구독신청, 라이킷, 공유가 작가 Ray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해요!’


작가의 이전글 May I be excuse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