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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Dec 06. 2019

아이들은 행복한가요?

사랑하고 있음 vs 사랑받고 있음– Bruderhof 공동체생활8

침에 공장으로 작업하러 가는 길에 박선생님을 우연히 만났다.
“아이들은 적응을 잘하고 있나요?”라고 물어보신다.
“아이들이 즐겁다고 해요. 그런데 영어 이해가 안 되니까 스트레스를 받나 봐요. 그래서 저한테 짜증을 낼 때가 있어요. 표현할 곳은 있어야 하는데 좋지 않은 방법으로 하니 고민이 되더라고요."
“저희 큰 애도 여기 처음에 왔을 때 어 적응 때문에 힘들어했어요..........”
“네~ 그렇군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어요. 어떤 것이 힘든지, 엄마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요.”
혼자 고민하다가 누군가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생각이 더 명료해지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떠든다고, 약속 안 지킨다고, 버릇없이 군다고 혼내기만 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식당 앞에는 아이들 학기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5학년 아이들이 섬나라에 대해 공부를 하고 보고서를 썼는데 그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고등학생 미술수업에서는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려서 전시를 했는데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작품이다. 또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빨래, 바느질, 청소하는 법을 배우는 EC수업을 해서 옷이나 침구류 등을 전시했다. 이 전시물을 공동체 식구들이 오가며 관심 기울여 보고서 서로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뜨인다.

점심 식사 전, 약 10분간 공동체 소식을 공유하고 찬송, 기도를 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를 들으며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는 것이 너무 힘든 두 아이들... 둘이서 웃고, 떠들고, 티격태격 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내가 조치를 취하자 제인할머니도 거드신다.
“Ray가 두 아이 사이에 앉는 것이 좋겠어요.”
갑자기 언니랑 떨어져서 심심해지게 된 지민이가 반항을 한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싫어. 나 언니랑 있을 거야. 으앙~~~ 엉~~”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갑자기 우리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지민이의 한쪽 팔을 잡고 제어하며 단호한 표정을 지어본다. 옆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 한 분이 “당신 잘하고 있는 거예요~‘ 한마디 한다. 칭찬은 받았지만, 아이의 우는 모습이 계속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엄마! 시간이 지나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에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공동체 식구들이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일상의 나눔에서 이 부분을 중요하게 여긴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본다. “아이들은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을 몇 차례나 받았다. 자녀 양육에 대한 부모의 원칙과 아이마다의 기질이 잘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우리집 두 아이의 성향을 맞추는 것도 힘들다. '사랑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과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것’의 간격이 좁아야 하는데... 과연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저녁에 열린 공동체 미팅 시간에도 특별히 한 학기를 잘 마친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축하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사회자가 선생님과 학생의 수고를 격려하고, 성취를 이루거나 큰 변화를 앞둔 학생의 상황을 공유한다.
“한 학기 동안 열심히 과정에 참여한 우리 청소년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아이들의 학업을 위해 한 학기 동안 수고하신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이번에 고등학교를 마친 마이클이 다음 주에 영국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기도 합시다~”
그리고 특별히 언급된 학생도 일어나서 답사를 한다.
“저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공동체에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한 시간 정도 중앙 잔디밭에 모여 찬송을 부르고, 소식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드넓은 잔디에 의자를 둘러놓고 어우러지는 시간이 정말 정겹게 느껴진다. ‘저렇게 격려, 축하받는 아이는 얼마나 든든할까? 외롭지도 않겠고, 옆으로 셀 수가 없겠다.’

다음 향한 곳은 도로시 할머니 댁이다. 오전에 공장에서 함께 작업을 한 85세 할머니이신데, 그 연세에 일을 하신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할머니~ 이렇게 공장에 나와 일하시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저는 이렇게 공장에 나와서 일을 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몸이 아플 때는 못 나오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나와서 일을 해요. 공동체에서는 제 결정을 존중해줘요. 저에게 자유롭게 결정하게 해요”
할머니는 5살에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피아노를 치신단다. 작곡도 많이 했고, 공동체 아이들에게 피아노 가르치는 역할을 하셨다고 제인할머니가 부연 설명을 해주셨다. 우리 두 딸도 피아노를 배운다고 했더니 초대를 하셨다. 잠깐이지만 도로시할머니가 피아노를 치고 우리가 찬송가를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얘들아~ 너희도 피아노 쳐 볼래?” 할머니가 권해주시는데, 쑥스러운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아이들... 작은 것 하나라도 소개하고 나누고픈 마음이 잔뜩 묻어난다.

아이들을 6시 정도에 재우고나서 어른들은 서로 간의 친교의 시간을 갖게 된다. 어려서부터 습관이 들어서인지, 아이들이 그렇게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아직 적응이 안 된 우리 집 두 딸을 강제로 침대에 눕히고 부부의 둘째 아들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갔다. 집 앞 벤치에 중동지방 음식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와인, 샐러드, 쿠키 등을 나눴다. 술을 제한하지 않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나에 대한 관심도 표현해주고, 미국의 건강보험에 대한 이슈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과하지 않고, 짧지도 않은 한 시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을 정성스럽게 만나고 나서 부모들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휴식시간이다. 이렇게 부모들도 힐링할 수 있어서 자녀들에게 그렇게 충실한 관심을 보낼 수 있는가 보다. 


방에 돌아오니 상자가 도착해 있다. 달라스 공항 AA 항공기에 두고 내렸던 카메라 가방이다. 감사하게 결혼기념일 선물로 공동체에서 배송료까지 부담해주었다. 부부싸움까지 하면서 출발 전 겨우 선물로 받았는데, 한 번도  못 써보고 어버린 카메라를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이 카메라가 나에게 다시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던가! AA항공사 직원, 한국인 승무원, 루크, 조&제인, 부르더호프 공동체, 남편, 남편 사촌동생, 아이들의 기도...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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