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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Dec 09. 2019

매니저 덕분에 바쁜 하루

100을 기념하는 축하 파티 – Bruderhof 공동체생활9

제인할머니가 하루의 첫 시작을 알려주신다.

"Ray~ 민서는 오늘 엄마랑 있어야 해요~”

토요일 아침시간에는 2학년 이하는 학교에 가고 3학년 이상은 집에 남아 엄마를 돕는 날이란다. 민서와 바닥을 쓸고 걸레질을 한다. 계단 입구를 쓸다가 민서가 묻는다.

“엄마, 왜 다 청소를 해야 해요?”

“우리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니까 해야지~”

“우리 집도 이렇게 청소를 안 하는데... 여긴 대박 깨끗해요~~”

“그러게~ 우리도 집에 돌아가면 청소 열심히 해야겠어~ 잘 배우고 가자~”


다시 제인할머니가 친절, 그리고 정확얘기한다.  

“Ray~ 9시에는 홀에 가서 미샤를 만나야 해요. 한 시간 동안 민서와 함께 거기서 일을 하고 와요. 그리고 민서는 루크씨네 아이와 농장의 말에게 빗질을 해주러 갈 거예요. 그 사이 Ray는 내일 저녁식사 준비를 해요. 김밥 재료를 먼저 준비하고, 11시 15분에 내가 닭을 가져오면 손질을 해요. 오후에는 시간이 없을 거예요. 그리고 점심 후 쉬는 시간에는 조용히 해야 해요. 나는 손자들을 돌보고 2시 15분쯤 올 거예요. 그 다음에 함께 밖에 나가서 놀아요~”


제인할머니가 일러준 스케줄을 잘 지키고 오후가 되니 앤할머니가 나타나셨다.

“Ray~ 모래놀이터에 갈래요? 제인이 아이들을 함께 챙겨주라고 했어요.”

“앤 할머니~ 시간이 되시는 거예요? 감사하죠~”

한시도 나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는 제인할머니의 배려가 느껴진다. 앤할머니는 평소 제인할머니와 친하셔서 함께 식사도 자주 하신다. 두 아이는 뜨거운 퇴약볕 아래에서 1시간 넘게 아주 즐겁게 모래놀이를 하고 있다.

“엄마~ 오늘은 우리가 맛있는 음식 만들어줄게요~”

“민서가 아주 특별한 수프를 만들어왔어요. 먹어봐요.”

“지민이는 영양 만점 푸딩, 쥬스, 커피를 만들어왔어요. 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만들었어? 얌얌얌~~ 너무 맛있다. 고마워~”


아이들을 보는 사이 앤할머니도, 나도 궁금한 것이 많다.

“Ray~ 한국말로 Water가 뭐죠? 이곳을 어떻게 알게 되었죠? 한국에도 공동체들이 있나요?

“앤~ 이곳은 10년전 혹은 20년 전과 어떤 것이 다른가요?”

“예전에는 토요일 저녁식사 때 외부 손님을 초대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이 사회와 어울리는 것이 우리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역의 사람들을 초대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죠~”

“앤~ 공동체가 ‘열려있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함께 사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그걸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에게 솔직하려고 노력해요. 험담이나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정직함이 제일 중요하죠.”

앤할머니의 진지한 표정 속에서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정말 여기 사람들은 항상 열려있다. 길에서 만나도 “안녕하세요~”, 모임에서 만나도 “잘 지내나요?” 관심을 많이 보여준다.


부르더호프에서는 100이라는 숫자를 남달리 생각한단다. 오늘은 킹스턴에 사는 2명의 커플이 각각 결혼 50주년, 40주년을 맞는 날이다. 그리고 옆집 나나 부부의 결혼 10주년이기도 하다. 세 쌍의 결혼기념일을 합치니 100이 되어 오늘 저녁은 특별한 파티가 준비되어 있단다. 다들 그 행사를 고대하고,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어젯밤부터 나나의 세 아이들은 부모의 결혼기념일 축하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아침식사를 차리고 축하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부모님을 위해 축하 이벤트를 하고 있다. 나나의 남편은 정원에 하트 모양 화단을 가꾸어 아내에게 선물을 했단다. 참 낭만적인 결혼기념일이다.


오늘 저녁 식사는 특별한 파티로 진행을 해서 야외정원에 테이블 셋팅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결혼 50주년, 40주년을 맞은 두 부부는 공동체 멤버가 아니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들이라고 한다. 공동체와 함께 한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두 부부에게 꽃 아치를 선사해주고, 화관을 씌워준다. 5,6학년 아이들이 섬나라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배운 에콰도르 전통 춤 공연도 했다. 저녁 메뉴로 닭, 상추 샐러드, 콩, 과일소스가 나왔고, 후식은 블루베리 케이크이다. 민서는 평소처럼 맛있게 잘 먹고, 지민이도 쉬지도 않고 아주 많이 먹었다. 초여름 밤 야외정원에 앉아 맛있는 식사도 하고 공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식사가 끝나니 잔디밭 쪽에 의자를 둘러놓고 가운데에 모닥불을 피운다. 아이들을 위해 마시멜로우가 준비되었다. 아이들은 나무 꼬챙이에 마세멜로우를 끼우고 굽느라 난리다.

“애들아. 불을 멀리해서 다시 잘 구워봐~”

“지민이가 제일 맛있게 구운 거 가져왔어요. 아~ 엄마 드세요”

“엄마, 민서거도 먹어봐요. 너무 맛있어~”

아이들 덕에 새까맣게 탄 마시멜로우를 억지로 먹을 수 밖에 없다. 신이 난 아이들을 보며 나도 덩달아 즐겁다. 한국인 멤버 한 분이 곁에 오셔서 인사해 주신다.   

“Ray~ 정말 축하해요. 2주 있는 동안 경험 제대로 하고 가네요~”

정말 사실이다.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오자마자 세례식을 경험하고 이런 파티까지 참여하게 되다니... 이곳의 하루하루가 나에게는 모두 선물이다.


모임이 끝나자 제인할머니가 또 스케줄을 알려주신다.

“Ray~ 오늘 저녁에는 제이부부네에서 초대를 했어요. 아이들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와요.”

제이부부는 3살, 1살 된 딸을 두고 있는 젊은 부부이다. 두 아이가 이미 잠이 든 상태여서 편안하게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아주 즐거운 분위기였는데, 게임에서 점수를 잃은 지민이가 눈물을 글썽이고, 짜증을 내서 조금 아슬아슬했다. 그래도 두 부부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한번 더 게임을 하자고 제안을 해주어서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오늘은 특별히 9시 30분에 늦게 잠을 자게 된 아이들... 오늘 하루 정말 빡빡한 스케줄이어서 너무 피곤하다. 이렇게 다양한 가정들을 만나게 해 주며 우리의 모든 생활을 관리해주는 제인 할머니 덕분에 뿌듯한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제인할머니~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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