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트에서 장을 본 것들과 챙겨준 양념까지 짐을 싸느라 바쁘다. 형&선이가 공항까지 태워다 주고, 간식으로 유부초밥이랑 블루베리까지 챙겨준다. 저가 항공이라서 음료수까지 돈을 받고, 핸드캐리하는 짐까지 비용을 지불해야 해서 155달러나 더 냈다. 피곤했는지 비행기에서는 아주 곤하게 잠을 잤다. Minneapolis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으러 가는데 한 여자가 아는 척을 한다. ‘하긴 한국인 아줌마가 딸 둘을 데리고 오니 얼마나 찾기 쉬울까~’
“안녕하세요. 저는 조안이요. 홈스테드에서 마중 나왔어요. 저는 7살짜리 쌍둥이 아들 둘을 키우고 있어요.”
주차장으로 와서 차에 타려는데 조안이 지민이에게 얘기를 한다.
“지민이는 카시트에 앉아야 해요. 이곳에서는 8살까지는 카시트에 앉거든요. 다행히 제 아들 카시트가 있네요.”
“엄마. 나~ 카시트에 앉기 싫어요~ 아기 아니란 말이에요.”
“지민아~ 아기여서 그런 게 아니고, 어린이는 카시트에 타야 한대”
“나~ 싫단 말이야. 싫어~ 카시트가 지저분하잖아요.”
시골이라서 그런지 카시트에 과자 부스러기며 흙 부스러기가 잔뜩 묻어 있어서 내가 봐도 지저분해 보인다.
“엄마가 닦아줄게~ 여기는 이게 법이래. 안 그러면 차를 못 탄데~”
“언니는 왜 안 하고, 나만? 싫어요.”
결국 지민이는 카시트에 앉아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한참 동안을 화가 나서 아무런 말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조안이라는 이 여자, 공항에서 나오는데 티켓도 없이 주차요금을 정산하려고 한다. 찾다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직원이 있는 게이트에 서 요금 정산을 해야 한단다. 운전면허증을 찾느라 수첩을 열심히 뒤지는데,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영수증이 끼여 있다. 정리하는 것을 안 좋아하는 스타일인가보다.
목적지까지 가는 1시간 여 동안 조안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혼을 했고, 아이들은 아빠 집과 엄마 집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단다. 집에 7주 된 아기 고양이, 큰 고양이, 개도 있다고 한다. 지민이는 아기 고양이가 있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우유 짜는 소 32마리, 고기 소, 닭, 야채를 기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생활하는 곳이다. 총 7개의 집이 있고, 우리가 거주할 집은 장애인 3명, 자원봉사자 3명, 책임자 1명이 생활한단다.
드디어 Community Homestead에 도착했다. 완전 시골마을이다. 조안은 간략하게 농장과 집들을 구경시켜주고, 우리가 생활할 집으로 데리고 갔다. 낮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주방이며, 거실이며 너무 지저분하다. 진저라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는데, 갑자기 조안이 털에서 벼룩 비슷하게 생긴 벌레를 두 마리를 잡아준다. Tick이라는 벌레란다. 그리고 우리가 생활할 곳을 설명해 주더니 차를 타고 가버린다.
“여기 마당에 있는 오두막이 여러분이 생활할 곳이에요. 얘들아. 배 고프지? 여기 있는 것들은 다 너희 것이니까 마음대로 먹고 편히 쉬렴~”
오두막에 가보니 침대가 2개, 단출한 서랍장 1개, 책장 1개가 전부다. 그런데 거미줄, 먼지, 죽은 벌레 시체들이 잔뜩 떨어져 있고, 모기가 보인다. 아이들도 나도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엄마~ 배고파요~”
“그래~ 주방에 가서 뭘 좀 찾아 먹자~”
“엄마. 여기 왜 이렇게 지저분해요? 어머. 야채가 다 썩었어~”
“엄마~ 싱크대도 너무 지저분해~”
“엄마~ 여기, 그릇 놓는데 좀 봐요. 여기 사람들은 청소도 안 하나 봐요.”
두 아이들이 놀라는 소리에 아무런 대꾸를 못하겠다.
“얘들아. 우리 빵 한 조각 먹고 얼른 가서 오두막 청소하자~”
지저분한 주방 덕에 우리 모두의 입맛이 싹 사라지고 말았다.
“엄마~ 여기 봐요. 세상에나... 거미가 장난이 아니게 많아요.”
“모기가 막 들어와요. 어떻게 해. 내 다리 좀 봐요. 벌써 물렸어요. 간지러워요.”
“먼지가 정말 많아요. 지저분해. 그리고 더워 죽겠어. 여기서 어떻게 자요”
“애들아. 그래도 우리 같이 깨끗이 청소해서 여기서 생활해 보자. 여기서는 밤늦게까지 막 소리 지르고 떠들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잖아. 완전 자유다~ 그치?”
정말 어렵게 오두막 청소를 끝내니 5시가 다 되었다. 일을 마치고 한 두 명씩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5시 30분에 이른 저녁 식사를 먹자고 한다. 별로 깨끗해 보이지 않아 먹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들은 배가 고팠는지 주어진 라자니아 한 조각을 남가지 않고 다 먹었다.
이 집의 책임자인 윌이라는 남자이다. 나랑 동갑이고 독신이라고 한다.
“벌레들이 너무 많아서 아이들이 완전히 놀랬어요. 혹시 모기약 같은 것이 있나요?”
“글쎄요. 모기약이 없는데요.”
“거기에 사람은 살기는 한 거죠?”
“여름이면 거기서 사람이 살았어요~”
십분 정도 지났을까... 옆에 있는 파커라는 봉사자랑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윌이 묻는다.
“Ray~ 안에서 생활하는 게 좋을까요? 밖에 있는 오두막에서 생활하는 게 좋을까요?”
“아이들이 안에서 생활하는 게 좋다고 하네요?”
“파커가 방을 바꾸어준다고 하네요.”
“어머. 고마워요. 파커~ 모기가 많을 텐데 괜찮겠어요?”
지민이는 사뭇 다른 환경에 놀랐나보다.
“엄마~ 삼촌네 다시 가요~”
“지민아~ 못 가~ 우린 여기서 두 달 있을 거야~”
“그럼. 제인할머니네 가요~”
“거기도 못 가. 우리가 방 깨끗이 청소해서 예쁘게 꾸미자~”
“여기.. 무서워요..”
“너희들 절대로 방문 열어놓으면 안 돼? 모기가 들어오니까~ 그리고 진저도 못 들오게 해야 해?”
“네. 알았어요!! 엄마~”
아이들한테 얘기는 안 했지만, 짧은 순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더니 머리가 다 아프다. 아이들과 다시 짐을 옮기고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Tick과 모기라는 공동의 적이 생겨서인지 셋이서 일심 단결하게 된다. 문득 내가 제대로 된 곳에 왔나? 하는 불안감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