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y Jan 08. 2020

오늘은 무얼 만들까?

한국음식을 전파하다 -Community Homestead6

주말을 잘 보내고 월요일 오전에는 목장 옆 공터 풀 뽑기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우리 셋만 남았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이벤트가 되는 기간은 정말 짧다. 지민이는 벌써부터 엄마 따라 일하는 것이 귀찮아졌나 보다. 민서는 조나단이 관리하는 야채 밭에 가서 일을 해보고 싶다고 몇 번이나 얘기한다.      

“엄마. 지민이 싫어요. 안 할 거야~ 나 아파요”

“에구, 우리 지민이 어디가 아파요?”

“응. 일하면 힘들어. 하하하”

“그럼. 저기 가서 앉아 있던지, 우리 집에 가서 쉬고 있어.”

“싫어요. 엄마랑 같이 있을 거야.”


오후에는 집안일을 배정 받았다. 공동 공간 청소, 식사 준비를 하게 됐다. 주부의 손길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Orion하우스~ 그런 이유로 이곳에 2달간 올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생긴 것일까? 무엇인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새롭게 채울 사람이 필요해서 아이 둘을 데리고 오는 한국 아줌마인 나에게 기회가 왔겠지? 다행히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지저분한 환경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그래도 자기가 먹은 접시나 컵을 닦지 않고 싱크대에 두고 가는 모습에 화가 치밀 때가 많다. 각 house의 분위기에 어떤 스텝이 배정되어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우리 집 스탭 윌은 나와 동갑내기인 독신 성인데, 목장 일 때문에 항상 바쁘다. 다른 집 스탭들은 가정을 이루며 살다보니 아무래도 식사나 청소에 신경을 더 쓰다보니 대체로 안정적인 느낌이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청소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음식에 관심이 많은 민서가 묻는다.

“엄마. 오늘은 뭘 만들 거예요?”

“음. 냉장고에 있는 햄이 없어지기 전에 우리 김밥 만들어 먹을까?”

“네. 정말 좋아요. 사람들이 좋아라 하겠다.”

맛난 음식을 먹을 생각에 아이들이 협조를 아주 잘해준다. 함께 서랍장 정리, 세탁실 청소를 즐겁게 마무리했다.

“얘들아. 우리 집에 계란이 없는데, 너희들이 좀 가져올 수 있겠니?”

앞집 Alt하우스 과수원에 닭장이 있고, 닭들이 매일 유정란을 낳고 있다. 식구가 많아서 12개 들어있는 한 세트를 가져와도 하루면 없어진다. 김밥에 계란이 빠질 수 없으니 꼭 필요하다.

“엄마. 우리가 이 만큼 가져왔어요. 우리가 갔더니 제이가 계란통에 담아서 저기 큰 냉장고에 넣으러 가지고 갔다지 뭐예요. 우리가 제이를 쫒아가서 가져왔어요. 아~ 뛰었더니 힘들어요.”

“와~ 역시! 대단해. 너희들~ 고마워”     


오늘은 시간이 여유롭다. 저녁 메뉴로 좀 더 공을 들이고 싶다. 식구들이 김밥을 어떻게 만드는지 체험하게 하려고 재료를 준비해서 식탁에 세팅 해 놓았다. 아까 밭에서 뜯어온 부추랑 오이로 무침을 만들고, 부추 전까지 도전해 봤다. 먼저 들어온 파커, 스틴과 단란하게 식사를 먹고, 다른 식구들 음식을 챙겨놓았다. 한 식구로 생활한다는 것은 배려이고 챙김인 것 같다. 늦게 오는 식구들을 위해 저녁 식사 챙기기를 해 보고 있다.     


화요일 오전에는 배달할 야채를 담을 박스 닦기를 하게 되었다. 다른 일을 하던 조이가 조안에게 와서 “나도 여기서 이거 하고 싶어요.”한다. 우리랑 같이 일을 하고 싶은 눈치이다.

“존~ 이거 옮겨놔요.”

“존~ 장난하지 말고, 일해야 해요~”

“존~ 아직 간식 시간 멀었어요~”

“세라~ 거기 있지 말고 이거 조립해요. 존은 조립을 못 하지만, 세라는 가능하잖아요.”

“세라~ 일하는 시간에 딴짓하면, 12시 넘어서 끝날지 몰라요.”

조안은 일거리를 관리하면서 개구쟁이 존과 뺀질이 세라를 챙기느라 바쁘다. 존과 세라가 우리에게도 계속 장난을 친다. 존은 얼굴을 들이밀며 미소를 짓고, 세라는 박스를 옮기면서 엉덩이를 살짝 친다.  

   

“세라~ 조립 잘하는데요? 그래요. 그렇게~~”

자꾸 칭찬을 해주니 세라가 활짝 웃는다. 옆에서 작업을 하던 조이가 자꾸 나를 쳐다본다.

“Busy 조이, 조이는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을 해요. 역시~ Busy 조이

조이의 얼굴이 밝아진다.

“엄마가 칭찬해주니까 조이가 좋아하는데요?”

역시 눈치가 빠른 민서의 반응이다.

“그러게 민서야. 사람은 칭찬해 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사회복지사이기는 하지만, 사무실에서 행정업무를 많이 하는 나에게 장애인들과 직접 부딪치는 시간이 새롭다. 머리 쓰지 않고, 단순 작업을 하는 시간이 즐겁다.        


화요일 오후에도 집안일 담당이란다. 음식재료가 별로 없어서 오늘은 무얼 만들지 고민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만드신 된장을 진공포장 해왔는데 이제야 그 빛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소고기랑 양송이가 있어서 주재료로 사용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오늘 저녁은 된장찌개, 야채무침, Hakurei Turnips 볶음이라는 새로운 반찬이다. 최근에 새로 기르게 된 야채인데, 고객들한테 보낼 레시피가 필요하단다. 검색해보니 알타리 모양의 일본 야채란다. 소금이랑 간장으로 간을 해서 볶았더니 먹을만 하다. 음식을 다 만들고 나서 레시피를 간략하게 영어로 작성했다. 내 영어가 좀 부족해도 조안이 수정을 좀 주지 않을까 싶다.    

  

“이건, 된장찌개라고 불러요. 먹을 만해요?”

“음. 좋은데요?”

“냄새 괜찮아요? 싫어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들었어요.”

“괜찮은데요. 이렇게 다양하게 먹어볼 수 있어서 아주 기분이 좋아요.”

“콩을 발효해서 만든 건강 음식이에요.”

“엄마. 너무 맛있어요. 또 먹으면 안 돼요? 한 숟가락만 더~”

“얘들아. 아직 밥 안 먹은 사람이 4명이나 돼. 늦게까지 일하고 힘들게 오는데 챙겨놔야지. 엄마가 또 만들어줄게~”     


야채가 풍성한 6월이라 재료 구하기가 수월하다. 한창 성장기인 두 아이들에게, 함께 생활하는 식구들에게,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좀 더 다양한 음식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 새로운 메뉴를 고민하게 된다. 홈스테드에 와서 한국음식을 전파하는 사명이라도 띠게 된 것 같다.


 직장맘의 육아휴직 레시피 – 두 아이와 미국 세 달 살기

‘구독신청, 라이킷, 공유가 작가 Ray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해요!’


작가의 이전글 조이와 함께 한 주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