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요일 연중 가장 큰 규모의 후원행사가 있어서 손님 맞을 준비에 모두 정신이 없다. 오늘은 3주째 가꾸고 있는 목장 앞 꽃밭, 목장 주변 풀 정리를 마치기로 했다. 조안이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지 오늘은 특별히 두 아들들을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왔다. 오늘 함께 일할 장애인 친구는 저스틴이다. 저스틴은 Alt하우스에 사는데 행동이 엄청 느리고, 자꾸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앨리가 말하기를 어제 과수원에서 풀을 뽑다가 사라져서 찾으러 갔더니 소파에서 잠자고 있었단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말이다.
“저스틴~ 수레를 가지고 Ray를 따라가요~~”
“네...수...레...를...가...지...고...요?”
5분을 기다려도 수레는 안 가지고 오고 혼자 농장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는 저스틴!
“저스틴~ 여기에 수레가 없나 봐요. 연장 박스 놓는데 한번 가볼래요?”
“네~~? 연...장...박...스...?”
또 5분 정도를 혼자 서성이다 결국 윌을 만난 저스틴~
“저스틴~!! 텃밭 앞에 수레 있잖아요.. 잘 알잖아요.”
“윌... 아... 텃...밭...”
그제서야 텃밭으로 향하는 저스틴... 그의 특기는 이름 기억하기이다. 내 이름도 한번 듣고 외웠다. 그런 그가 수레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을 못 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하늘은 파랗고 햇볕은 쨍쟁하다. 나뭇가지를 걷어내느라 양팔과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풀 뽑기도 힘든데 쓰레기 걷어내는 일은 더 힘든 것 같다. 혼자 하면 더 힘들 것 같아 오늘은 꼭 저스틴이랑 같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저스틴~ 이거 수레 다 찼으니까 쓰레기 버리는데 가서 비우고 와요.”
“네~~??”
“네. 버리고 꼭 다시 와야 해요!”
한 5분이면 될 일을 15분 걸려서 하는 저스틴~ 저스틴을 기다리면서도 치워야 할 나뭇가지, 쓰레기가 보여 손이 멈춰지지 않는다.
내 팔과 손목은 힘들고, 원하는 대로 일 속도가 나와주지 않아 답답하다. 저스틴을 안 챙기면 힘든 갈퀴질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 오늘은 저스틴의 속도에 맞추어 일을 해 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저스틴의 속도가 빨라진다. 불안 불안하지만 수레에 있는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오는 저스틴... 그것도 잠시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니 힘이 빠지나 보다. 일하는 속도가 다시 느려져서 삽질 한번 하는데도 한참 걸린다. 마치 슬로우모션을 보는 듯하다.
“저스틴~ 자는 거예요?”
“네...??”
깜짝 놀라서 다시 삽을 내리는 저스틴.. 그런데 다시 눈이 감기는 모습을 포착하고 말았다. 역시 잠꾸러기 저스틴이구만... 그래도 그 덕분에 힘쓰는 간격을 조절해서 오늘 덜 힘들었다. 땡큐!저스틴!
피아노 연습을 하러 커뮤니티센터에 갔더니 우리 집에 사는 윌이랑 스티브가 외부 손님을 만나고 있다.
“윌~ 어떤 미팅이었어요?”
“음. 여자분이 사회복지사고, 남자분은 스티브가 아빠라고 부르는 후견인이에요.”
“아. 사회복지사가 왜 왔어요?”
“1년에 한 번 하는 모니터링, 평가 때문에요. 스티브는 평소 따로 행동을 하고 집안일에도 참여를 안 해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얘기했어요.”
“스티브는 여기에 어떻게 있는 거죠?”
“한 4년 정도 생활했죠. 22살이고 인근 공장에서 월 1,600달러 정도 급여를 받고 일해요. 홈스테드에는 700달러의 생활비를 내고 살아요.”
“스티브는 장애인이라 정부 보조금도 나오고 월급이 있으니 혼자서 살 수 있지 않나요?”
“맞아요. 스티브는 그것을 원하지만, 후견인은 반대해요. 돈 관리도 안 되고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까요. 여기서는 편하게 지내도 되잖아요.”
하긴 스티브는 공동체 식구들과 거의 어울리지 않는다. 집에서 밥도 잘 안 먹고, 청소도 하지 않는다. 영화를 본다거나 게임을 하는 정도 외에는 친구들과 항상 어울려 다닌다. 자기 관리에 대해 조금만 더 훈련하면 나중에는 충분히 혼자 독립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족이 없는 스티브가 공동체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면서 자기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
얼마 전 조이가 캐서린에게 무언가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본 것이 마음에 남는다. 요즘 조이의 표정이 슬퍼 보인다. 지민이는 조이를 챙기는 엄마에게 질투까지 한다. 오늘은 혼자서 밀린 빨래를 하고 정리를 한다며 저녁이 되었는데도 거실에 나오지 않는다.
“조이~ 방에 있어요? 빨래 정리하는 거 도와줄까요?”
“네~ 들어와요.”
바닥 마루가 불룩 튀어나와서 문이 절반밖에 열리지 않는다. 침대 위에 빨래들과 속옷, 수건이 뒤엉켜 있다. 문을 어떻게 열고 다녔는지, 잠은 어디에서 자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윌~ 바닥 좀 봐줘요 혹시, 이거 알고 있었어요?”
“음.. 몰랐네요. 조치가 필요할 것 같네요.”
“조이~ 이 빨래 깨끗한 거예요. 지저분한 거예요. 여기 서랍에 집어넣자고요.”
“네~ 깨끗해요~”
“그럼 이렇게 접어서 각 칸에다 넣어 봐요. 참, 지난번에 제가 준 침대 시트로 교체할까요?”
“네~ 새 시트로 갈고 싶어요.”
조이의 침대에 있던 옷들을 정리하고, 침대가 정리되는 것을 보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누군가가 조이를 도와줘야 할 것 같다.
다음날 오전 작업을 하고 와서 12시에 밥도 안 먹고 가방을 메고 거실에 앉아 있는 조이~
“조이~ 고기를 야채에 싸서 먹고 있는데, 좀 먹을래요?”
“아니요. 시내에 나가서 먹을 거예요.
그런데 무슨 착오가 생겼는지 우리가 밥을 다 먹고도 픽업해 줄 사람이 오지 않는다.
“윌~ 조이는 주말에 시내에 나가지 않으면 불안한가 봐요.”
“조이는 먹을 것을 잘 조절하지 못해요. 대화도 잘 안되고 자기 고집만 피워요.”
“시내에 왜 가야 하냐고 물었더니, 소다를 사야 한다고 하네요~”
“히스토리가 아주 많아요~ ㅎㅎ”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윌~ 결국 화가 나서 토라져 있는 조이를 못 이기고 션이 함께 시내로 향하고 말았다.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단다. 조이는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훈련을 하기에는 스탭과 봉사자들의 일이 너무 바쁜가?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지킬 수 있는 규칙을 꾸준히 챙겨주는 체계가 필요한 것 같다. 이들과 몇 년을 함께 하고 있는 스탭 윌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그 히스토리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