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y Jan 29. 2020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즐기다

불꽃놀이 vs 밤하늘 별 -Community Homestead 15

7월 4일 토요일은 미국의 비종교적인 행사 중 가장 큰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이다. 그래서 하루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서 3일간의 연휴가 시작되었다. 홈스테드에도 집을 떠나 있던 가족들이 방문을 하고, 다양한 이벤트들이 계획되어 있다. 금요일 저녁 6시 네일아트 프로그램이 있고, 7시에 포트락 파티, 이후 불꽃놀이 구경하러 간단다. 월요일부터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대규모 불꽃놀이를 기다린다.  


미네소타 쪽으로 20여분 가니 양쪽 도로에 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다.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서 자리를 펴 놓고 폭죽놀이를 하거나 저녁을 먹고 있다.

“엄마~ 왜 이렇게 난리예요?”

“응. 이곳에서는 1년에 한 번 하는 행사래. 우리도 재미있게 보자~~”

“뭐.. 불꽃놀이 가지고 그래? 별것도 아닌데요~”

서울 여의도 불꽃축제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동네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별 감흥이 없다. 밤 10시가 되어 불꽃놀이가 시작되었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러서 시끄러워진다. 한국에서는 서서 보느라고 다리가 아팠는데, 오늘은 돗자리를 깔고 앉으니 편안하다. 아직 어려서인지 큰 소리를 무서워하는 지민이는 귀를 막고 있다.


자원봉사자 해리가 지민이를 챙긴다고 묻는다.

“지민~ 불꽃놀이 즐거웠니?”

“아뇨. 안 즐거웠어요.”

아이의 성의 없는 대답에 내가 무안하다.

“해리~ 지민이는 불꽃놀이를 무서워해요. 아까 소리가 너무 커서 귀를 막았고, 가슴이 조금 아프다고 했어요.”

“아. 그래요? 한국에서도 불꽃놀이를 하나요?”

“그럼요. 한국은 불꽃놀이 기술이 좋은 나라예요. 서울에서는 매년 세계적인 불꽃축제가 열리거든요. 우리 집 옥상에서 볼 수도 있어요.”

얼떨결에 한국 자랑, 그중에 내가 사는 서울을 자랑해 버렸다. 하하... 이들이 보기에 이름 없는 저기 아시아 한국에서 온 우리가 불꽃놀이를 엄청 신기하게 여길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토요일에는 홈스테드 공동체 멤버 전체가 Osceola Landing river 피크닉을 갔다. 12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해서 느지막이 일어났더니 식구들이 아무도 없다. 알고 봤더니 오전에 텃밭 작업이 있었단다. 일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편히 늦잠을 자서 마음 편히 있는 걸로~ ㅋㅋ 다른 사람들은 수영복에 타월 하나 간단히 챙기는데, 우리는 수영복, 수건, 담요까지 한 보따리이다. 먼저 강에서 수영을 하고 점심식사를 하고, 전체가 참여하는 게임을 했다. 수요일에 만들어 놓은 오이 부추김치를 챙겨 가서 작은 손길이나마 보탰다. 


민서는 드디어 일리네 딸이랑 수영을 하며 놀기 시작했다. 그 얼굴이 얼마나 밝게 빛나는지 내 마음의 구김이 다 없어진다. 지민이는 어제 바른 매니큐어가 지워진다고 물에 안 들어가겠다고 하더니만, 막상 들어가서 다른 사람이 되었다. 릭아저씨와 그 아들들이 꼬맹이들에게 다이빙을 시켜주고, 공 던지기 게임까지 함께 했으니 얼마나 즐거우랴~~ 영어가 필요 없는 물놀이가 사람을 얼마나 자유롭게 하는지 역시  최고다. 모래가 까매서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물이 너무 맑다. 곳곳에 보트를 타는 사람,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이 보인다.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는데 둘이 별것도 아닌 걸로 티격태격 싸우고 난리다. 너무 화가 나서 오늘은 그 벌로 줄넘기를 두 배 하라고 했다. 민서는 2,000개, 지민이는 1,000개를 해야 한다며 씩씩거리던 차에 조안네 쌍둥이 아들들이 우리를 찾으러 왔다.

“영화가 곧 시작돼요. 빨리 오세요.”

조안네 앞마당에서 영화를 본다기에 잔뜩 기대하고 갔더니만, 장애인 식구들이 벌써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다.

“엄마, 나는 우리끼리만 영화를 보는 줄 알았는데... 다 왔네요?”

누군가에게 좀 더 특별한 사람이 되고픈 아이들..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저기 자원봉사자 해리도 있고 마라도 있잖아. 빨리 모기약 뿌리자. 안 그러면 난리 나겠어~”  


스낵과 팝콘이 나오니 뽀로통했던 아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이 바뀌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9시 30분 정도가 되어서야 벽에 스크린 삼아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를 상영했다. 처음 30분 정도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두 명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모기 때문에 도망가는 것인지, 과자를 다 먹어서 볼 일이 끝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양말까지 신고 담요를 둘렀는데도 여기저기에서 날아드는 모기때문에 너무 힘들다.

“민서야~ 우리도 이제 집에 가면 안 될까? 지민이가 가자고 하는 걸~”

“싫어요. 엄마. 다 보고 가요.”

“민서야. 엄마도 모기가 물어서 너무 힘들어......”

“..............................”


민서가 하도 영화를 즐겁게 봐서 모기와 전쟁을 하는 수밖에 없다. 영화는 11시가 지나서 끝났고 10명 정도나 남았나보다. 집이 같은 방향인 렉스, 더스틴, 그리고 우리 집에 사는 조이를 챙겨본다. 밝은 곳에 있다가 어두운 곳에 오니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민서가 렉스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그 뒤를 더스틴이 따라간다. 나는 조이와 지민이의 손을 잡았다. 200미터 되는 들판에 들어서니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가니 옆 사람의 눈동자가 보이기 시작하고, 하늘에 있는 별이 보인다.  

“어머~ 저거 반딧불 아니니?”

“맞아요. 엄마~ 저기 하늘 좀 봐요. 별이 엄청 많아요.”

“그러게 말이야. 민서야~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렉스~ 저기 하늘에 별 좀 봐요. 아름답죠?”

“네~ 아름다워요.”

“영화 보는 내내 모기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밤하늘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네.. 저기.. 북두칠성 아니니?”

“맞아요. 저거 국자 모양이에요.”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으니 함께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서로 의지하게 된다. 다들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며 행복해한다. 왠지 서로 가까워지는 것 같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미국의 독립기념일 연휴를 마친다.


직장맘의 육아휴직 레시피 – 두 아이와 미국 세 달 살기

‘구독신청, 라이킷, 공유가 작가 Ray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해요!’



작가의 이전글 과수원의 열매가 익어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