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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Jan 31. 2020

한국 음식에 반하다

한국, 가족, 복지관 소개 -Community Homestead 16


한국에 대 소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지 2주일만에 날짜가 잡혀서 이번 금요일 포트락 파티 때 하기로 했다. 

앞 집 사는 해리가 나에게 질문한다.
“Ray~~ 이번 금요일에 한국 소개를 한다고요? 나도 그날 음식 당번인데 함께 한국음식을 만들면 어떨까요, 이번 기회에 한번 배우고 싶어요.”

“음~ 그래요? 한번 생각해 볼게요.”
다음날 릭이 나에게 또 묻는다.
“금요일 오후에 피자를 만들래요? 아니면, 한국음식을 만들래요?”
“하하. 안 그래도 비빔밥을 하려고 하는데요. 한국에서 잔치 때 먹는 잡채도 만들어 볼게요.”

대규모 이벤트가 정해지니 마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음식 장만에 필요한 야채를 모으느라 며칠 동안 바빴다. 메뉴는 비빔밥, 잡채, 호박전, 야채전, 오이냉국, 오이 부추무침이다. 제철 야채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고,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메뉴로 구성했다. 구매해야 하는 재료는 내가 부담하기로 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넓은 방에서 자유롭게 지내면서 유기농 고기와 야채를 풍성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 준 공동체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다.


우선은 맛있는 한국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다음에 한국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 나의 가족과 직장을 소개하는 PPT를 준비하였다.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하다 보니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해 소개하는 좋은 동영상이 엄청 많았다. 어설프게 사진을 스크랩하는 것보다 임팩트 있는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 남편의 도움을 받아 가족사진도 준비했고, 직장 상사의 도움을 받아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복지관에 대한 소개도 넣었다. 장애자녀를 둔 엄마들과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카페에 대한 소개까지 하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후 2시경 그동안 모아놓은 음식 재료들을 챙겨서 커뮤니티센터 주방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10분 동안 햇살이 얼마나 뜨거운지 힘들다. 가는 길에 텃밭에 들러 싱싱한 부추를 잘라 챙겼다. 평소 교회에서 40~50인분 식사 준비를 할 때도 이렇게까지 안 하는데... 아무리 봐도 재료가 너무 많다. 갈수록 스케일이 커지는 듯하다. 한국 사람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좀 더 잘 알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까.   

야채를 다듬고, 씻고, 썰다 보니 시간이 너무 쏜살같이 흘러간다. 다행히 내 옆에는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는 든든한 지원군, 두 딸이 있다.
“엄마~ 배고파요.”
“어. 그래? 우리 점심때 빵 밖에 안 먹어서 엄마도 배가 고프네. 간식이라도 먹을까?”
“네. 뭐 해 줄 건데요?”
“야채전을 우리가 먼저 시식해 보자. 비빔밥에 넣을 고기도 많으니까 고기전도 해줄게.”
저녁 7시까지 기다려야 하니 배를 부르게 해 놓는 것이 좋을것 같다. 잔치를 준비하는 우리들만의 시식 타이밍이 있어서 흥이 더 생긴다.

5시 일이 끝나고 앞 집에 사는 해리와 샤이가 도와주러 왔다. 모든 야채의 손질, 전처리 과정이 끝나서 이제부터 무치고 볶으면 된다. 두 사람에게 오늘 메뉴에 대해 설명을 하고 비빔밥과 잡채에 들어갈 야채를 볶는다. 전용 주방이라 불 화력이 엄청 세서 야채 볶기가 수월하다.
“해리~ 사실은 내가 손이 좀 크거든요. 음식양이 좀 많은 것 같죠?”

앨리 남편한테 아시안 마켓에서 당면 1봉지만 사다 달라고 부탁했는데 40인분짜리를 3봉지나 사 왔다. 오늘 야채도 많길래 한 봉지 반을 썼더니 잡채 양이 엄청 많아졌다.

“Ray~~ 부족한 것보다는 낫죠~~ 이건 어디에 넣을까요?”

“그건 비밤밥에 넣을 거니까 별도의 그릇에 놓아주세요. 이건 잡채에 들어갈 거니까 큰 볼에 담아주고요.”

“맛있겠네요~”

“해리~ 이거 간 좀 봐줄래요? 어때요?”

“음. 좋아요. 식초가 조금 더 들어가도 좋겠는데요?”

한 명이 간을 보기 시작하면 주방 안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간을 보게 된다.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가 흥을 돋구워준다. 야채를 볶아 놓고, 오이무침, 샐러드, 미역 오이냉국까지 한다. 밥은 Jasmine Rice를 사서 버터와 소금을 넣었다. 솥이 두께가 있는 편이라 그런대로 밥이 잘 됐다.


잡채 면을 끓이고 있는데 "엄마!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도착하고 있어요." 제보가 들어온다. 마음이 급해지고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오늘은 평소 전체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조나단네 식구들도 왔다. 꼭 오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더니 다행히 와 주었다. 어느 정도 인원이 모이자 식사를 시작했다. 메뉴 앞에 종이 팻말로 이름을 쓰고 먹는 방법까지 설명해놨더니 효과가 있다. 사람들이 먹는 동안 시간이 오래 걸리는 호박전, 야채전을 부쳤다.

 우리 딸들은 사람들을 챙기느라 난리이다.
“엄마~ 사람들이 밥을 다 먹어가요. 전은 언제 돼요?”
“응. 민서야~ 이거 사람들한테 갖다 드리렴. 어른부터 챙겨라~”
“엄마. 제이가 아주 신났어요. 자기 젓가락을 가져와서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어요.”
“사람들 잘 먹니?”
“엄청 많이 먹어요. 비밤밥에 고기가 다 떨어졌어요.”
“그래? 고기가 많아서 좀 남겼는데... 사람들이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식사가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Ray~ 오늘 포트락 파티 정말 훌륭했어요. 6개월간 먹었던 식사 중에서 최고였어요. 여기서 10년 넘게 생활한 팀도 오늘이 최고였대요.”
 음식은 각 집으로 챙겨갈 수 있게 통에 담아 놓고, 주방 정리를 했다. 그래도 같이 사는 식구들이 주방에 들어와서 같이 정리를 도와주기 시작한다. 내 마음이 든든하다.
 
정리 후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재빨리 원피스로 갈아입고 입술만이라도 발라본다.  내용을 미리 영어로 써서 읽으니까 긴장이 덜하다. 30여분의 시간 동안 발표를 했다. 람들이 집중해서 봐준다. 내가 사회복지사 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이제야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Ray~ 오늘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고마워요.”
“캐서린~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감사는 우리가 해야죠. 저는 장애인들이랑 같이 하는 카페에 대해 관심이 좀 많아요."


오늘의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도와준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두 아이들이다. 마지막까지 민서는 카메라맨 역할을 해주고, 지민이는 내 옆에 앉아서 PPT 화면을 넘겨주었다. 호의를 베푸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며 신이 난 아이들^^ 이렇게 큰 일을 치르는데 두 딸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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