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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Feb 03. 2020

쇼핑 복이 터졌어요

식사 초대 & 3Germans -Community Homestead17

공동체 구성원 간 교류를 위해 메인 식사 초대라는 것이 있다. 이쯤 되니 나도 다른 집의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해진다. 제니할머니에게 Evening 하우스 식사에 초대해 주십사 요청했다. 다른 집과 달리 이 집은 저녁 식사 대신 점심식사를 메인으로 한단다. 제니할머니와 밥할아버지는 캠프힐 코페이크에서 40여 년을 생활하셨고, 여기에서 19년째 공동체 생활을 하고 계시다.


함께 사는 가족으로는 엘라라는 개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개와 고양이를 위해 문에  쪽문까지 설치하셨다. 그리고 독일에서 온 고등학생 봉사자 게이자와 조슈아가 여름 한철 함께 하고 있다. 오늘의 메뉴는 치킨 컬리플라워 볶음, 콩요리, 밥이다. 여기서는 제니할머니가 매일 점심식사를 준비하신단다. 오랜만에 남이 해 주는 맛난 밥을 먹으니 너무 행복하다.  


두 분은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 물으셨고, 공동체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낮잠 자는 시간, 소파에 누워 계시는 두 분을 깨울까 봐 아이들에게 나가자고 했더니 싫단다. 강아지, 고양이를 쓰다듬고 노느라 정신이 없다. 이 집은 개, 고양이 덕분에 소파가 온통 털 투성이다. 여기는 다른 집들과는 달리 무언가 역사가 있는 듯하고, 안정감이 크게 느껴진다.


나도 한 숨 자려다  독일 학생 조슈아가 보여 이 참에 말 한마디 건네 본다.

“조슈아~ 이곳에 왜 왔어요?”

“네~ 장애인에 대한 관심, 영어공부를 하고 싶어서 왔어요.”

“독일에서도 시골에 살았나요?”

“네~ 시골이긴 한데 농사는 짓지 않아요. 아빠가 건축가이시거든요.”

이제 본격적으로 대화가 시작되나 보다 했는데, 웬걸 조슈아가 밖으로 나가 버린다. 영어공부를 하러 왔다면서 어디 가는지~~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리지도 않고 친구들하고만 수다만 떨더니... 조금만 더 적극적이면 얼마나 좋으랴~ 그래도 고등학생인데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것 자체를 대견하게 바라봐야겠지? 홈스테드에서 제일 안정적인 이 집에 3명 중 2명을 배치시킨 이유가 상상이 간다.


공동체 식구들은 독일에서 온 3명의 고등학생들을 ‘3 Germans’라고 부르고 있다. 먼 나라 미국까지 왔는데 시골에만 처박혀서 풀 뽑고, 양파만 뽑다 가게 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나 보다. 그래서 장기 봉사자 해리와 톰이 3명의 고딩들을 위해 미니아폴리스 공항 옆에 있는 Mall of America 토요 나들이를 계획했다.   


토요일 오전 11시에 출발이라 점심시간이 애매하다. 각자 먹을 것을 준비해서 가기로 했다. 닉은 어제 남은 잡채를 챙기고, 조이는 샌드위치를 만든다. 나도 오이를 자르고 빵에 잼을 발라서 챙겨본다. 쇼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17명이나 되 봉고차를 2대나 몰고 가게 되었다. 1시간 거리에 있는 쇼핑몰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기 전에 각자 싸온 점심으로 간단히 요기를 해결했다. 3시간 정도 개인 시간을 보내고 만나기로 했다. 톰에 의하면 이 쇼핑몰은 원래 야구장이었다고 한다. 가운데에는 놀이공원이 생겼고, 스테디움이 있던 자리에 쇼핑몰이 들어섰다. 볼거리가 있어서 좋기는 한데,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정신이 좀 없기는 하다.


이번에 아이들 신발하고 잠바를 사줄까 한다. 한국에서 신고 온 신발이 흙 때문 지저분해지고 많이 낡았다. 미국이니까 브랜드 제품들이 더 싸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다. 쇼핑몰의 구조는 한국과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매장이 층별 혹은 코너별로 조성되어 있지 않아 많이 걸어야 했다. 혹시나 했는데 조이가 오늘도 함께 따라나섰다.

“조이~ 뭐 살 거예요?”

“그냥 윈도우쇼핑 하러 가요.”

“네~ 그럼 구경 잘하세요~”

“저~ Ray랑 같이 다니면 안 될까요?”

“네? 음... 그래요. 조이~~ 같이 가요.”


그렇게 해서 우리 셋이랑 조이, 스티븐까지 함께 다니게 되었다. 스티븐 내가 찾고 있는 브랜드를 추천해주겠다고 다. 그런데 길치인지 길을 자꾸 헤매고 있다. 걱정되는 순간, 한 15분이나 지났을까 조이가 걷는 것을 힘들어한다.

“Ray~ 나 앉고 싶어요.”

“그래요? 이따 만나기로 한 1층 레고 매장에 가 있을래요?”

한 10분 길을 헤매다가 겨우 레고 매장을 찾았다. 나는 쇼핑을 해야 하니 조이와 함께 있을 수가 없고, 하는 수 없이 스티븐이 함께 기다리기로 했다. 휴~~ 다행이다. '스티븐 고마워요.'


그런데 아무리 아웃도어 매장을 찾아봐도 내 눈에 익숙한 브랜드가 보이지 않는다. 3시간 동안 발품을 팔아 겨우 두 딸의 운동화, 티셔츠를 샀다. 다리가 아프지만 자기들 물건을 샀으니  힘들다고 불평을 못하는 두 아이들.. ㅋㅋ 그런데 이놈의 아이스크림이 문제다. 사람들이랑 만나기로 한 시간은 다 되었는데 아이스크림을 꼭 사 먹고 싶다고 하는 민서~ 괜히 나한테 화풀이다. 오랜만에 도시 구경 와서 기대했는데... 하는 수 없지 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등산용 잠바를 못 샀다고 아쉬워하니 스티븐이 집 근처에 아주 싼 가게가 있단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에 또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조이가 또 따라온다. 이번에는 그냥 둘 수 없을 것 같다. “조이~ 물건을 사지 않을 거면 집에서 청소를 하면서 보내는 것이 좋겠어요!” 차에서 내리는 조이의 뒷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제 스티븐에게 민폐를 끼친 것을 생각하면 어쩔 수가 없다. 미안해요~ 조이~


20여분 거리 Family Pathways라는 매장에 도착했다. 새 옷도 있지만, 중고물품도 같이 파는 곳이었다. 조금 실망스럽긴 하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마음만은 풍요로워진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아이들의 티셔츠, 바지를 골랐다. 앞으로 가야 할 남미 배낭여행 때문에 짐이 늘어나면 안 되니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스티븐의 엉뚱함에 화를 낼 수도 없고... 원래 사려고 했던 것을 못 샀으니 속상하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 하소연을 했다.

“윌~ 오늘 갔다 온 곳은 제가 기대했던 물건이 없었어요.”

“맞아요. Ray~ 내가 낚시용품 사려고 갔던 곳 근처에 아웃도어 매장이 있어요. 아까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요? 쇼핑 한번 더 가야겠네요~ 하하”

갑자기 쇼핑 복이 터졌다. 등산용 잠바를 꼭 사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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