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에서 6시간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시티를 경유해서 과달라하라에 도착했다. 이곳은 한국의 부산 같은 도시로 멕시코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란다. 어렵게 연락이 된 진이와 남편이 공항에 마중 나와 있다. 진이는 마흔이 되어 산도적 같이 생긴 남편을 만나 3살 딸, 10개월 아들을 둔 아줌마가 되었다. 빨리 아줌마가 되어 서로 나눌 것이 많아지길 바랬는데, 이 머나먼 곳에 있다니~
차풀택백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진이네 덕에 된장찌개를 정말 배부르게 먹었다.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놀란 진이네~ 우리는 지금까지 묵었던 곳 중에서 제일 좋은 Consolato 호텔에 짐을 풀고 푹 잤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쿠키를 먹었지만 배가 고파서 주위를 어슬렁 거려 본다. 멕시코는 페소(1페소 90원)를 사용하고 있다. 타코 파는 포장마차가 꽤 많다. 호텔 앞 포장마차에서 한 번, 공원 앞에서 한 번 그렇게 두 군데에서 타코를 사 먹었다. 역시 멕시코는 타코의 나라, 배가 든든하다. 진이 남편이 새벽시장에서 우리 먹으라고 포도, 체리, 바나나, 선인장 열매를 잔뜩 사 왔다. 오후에 센트로 나들이를 갔다. 대성당과 박물관, 소깔로 주변을 구경하고, 전통시장으로 이동했다. 무엇이든지 잘 먹고 호기심 많은 우리를 위해 유명한 음식을 챙겨준다. 초콜릿 크로와상, 감자칩, 꽈배기, 자마이카 꽃 음료수, 사탕수수, 멕시코 세비체까지 끊임없이 먹기에 바쁘다.
둘째 날 오전에는 밀린 빨래를 하고, 뜨라께파케(TRAQUEPAQUE)로 나들이를 가게 됐다. 조명, 액세서리, 미술품 가게가 즐비한 거리이다. 개인 이름을 걸고 고급 작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가게들이 많다. 해와 달의 신을 믿었다는 고대 멕시코인! 그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곳곳에 세워져 있는 조형물들의 분위기도 독특하다. 멕시코에서 16년 산 사람도 처음 봤다는 막대 줄타기 전통 공연을 운 좋게 봤다. 저녁에는 진이가 다니는 교회 장로님의 초대로 유명한 타코집(TACOS PROVIDENCIA)에 갔다. 돼지고기, 볼살, 갈비, 소 혀 고기를 양파, 고수, 소스를 곁들여 싸 먹었다. 그중에서 소 혀가 제일 부드럽고 맛있었다는~^^
셋째 날은 일요일이라 진이네 교회에서 예배를 보았고, 맛난 점심 식사와 여러 분들의 격려를 받았다. 그리고 크레파스의 도시, 과나후아또로 출발했다. 생각보다 비싼 고속버스를 타고 4시간 이동했다. 내릴 때가 다 되었는데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진다. 터미널에서 택시를 잡다가 현지인에게 길을 물었는데 태워준단다. BMW 뒷자리에 5명 타는 해프닝을 벌였지만, 공짜로, 빨리, 배꼽 잡으며 센트로에 도착했다. 비 내리는 밤길을 돌아다녀 좀 더 저렴한 호스텔에 체크인했다. 노점 앞에 긴 줄 서있는 현지인들을 따라 지민이는 햄버거를 먹고, 민서는 피자를 먹었다.
과나후아또는 야경이 멋지다는데... 이를 어쩌나. 우산이 1개밖에 없고 추워서 아이들의 민원이 장난 아니다. 아쉬운 마음에 넷째 날, 해뜨기 전 새벽에 남편을 깨워 둘이 밖으로 구경을 나왔다. 다행히 비가 그치고 구름도 걷히고 있다.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서 사진을 찍어본다. 2,022미터인 고지대라 숨이 좀 가쁘다. 어둠이 걷히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침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빵을 사가는 사람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갓난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나오는 젊은 부부... 커피 한잔 마시며 산책 마무리를 하다 성당에 들어갔다. 한쪽 의자에 앉아 기도를 하니 경건한 마음이 든다.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 또 하루를 시작했다. 가는 곳마다 산등성이이다. 과나후아또 대학을 시작으로 성당으로 갔더니 때마침 관현악단이 연습을 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연주에 온 가족이 감동을 받아 한참을 앉아 감상했다. 19세기에 지어진 분수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곳곳에 세워져 있는 돈키호테 조형물 앞에서도 포즈를 취해본다. 아무리 좋은 곳을 본다 해도 아이들의 최애 관심사는 단연 비둘기, 새, 강아지, 고양이다. 치파(Chifa)가 땡긴다는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전통시장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심통 부리더니, 막상 제일 맛있게 먹는다. 50미터 골목을 마주하고 사랑하는 두 남녀가 키스를 했다는 골목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꼭대기 빠삘라 동상에 가기 위해 아이들을 아이스크림으로 유인했다. 더운 낮에 땀을 흘리며 굽이 굽이 계단길을 한참 올라가니 과나후아또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다행히 아이들이 “이 곳에 오길 잘했어요!”한다. 멕시코인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수를 먹고,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다섯째 날, 과달라하라에서 마지막 날이다. 오후 1시 넘어 우리를 데리러 온 진이네~ 차파라(CHAPALA) 호수에 다녀오잔다. 경기도보다 큰 면적의 호수이고, 물이 정말 맑아 물고기가 다 보인다. 아이스크림, 생선 튀김도 사 먹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시내에 돌아와서 기념 선물을 사느라 바쁘다. 파르마시 매장에 가서 프로폴리스 사탕, 프로폴리스, 자마이카 차를 샀다. 월마트에 가서 테킬라, 아이스크림, 맥주도 샀다. 저녁은 진이네 목사님께서 팜파스 식당에서 대접을 해주셨다. 고기 뷔페라 원 없이 스테이크, 곱창을 먹었다. 진이네가 다니는 교회 식구들 덕분에 호강하고 간다.
진이는 어떤 남자인지 얼굴 보러 왔다가 3일 만에 결혼을 했다.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한국에 있으니 외국에 사는 힘듦이 있었을 텐데... 여러 마음이 오고 간다. 사시사철이 있는 곳에서 지내다가 하루에 4계절이 다 있는 멕시코 날씨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단다. 마흔둘에 선교사의 꿈을 꾸고 있다는 진이의 남편, 시댁 식구들이 이민을 와서 의지가 된단다. 만화방을 다니며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가 이 머나먼 곳에서 살고 있다니 사람 인생은 모르는 거다. 한국보다 삶의 속도가 느려서 마음이 편하단다. 느지막이 엄마가 되었으니 아이들 키우는 재미도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차근차근 찾아나가기를 바란다.
여섯째 날 아침, 짐을 싸들고 공항에 가서 미국 LA로 가는 수속을 마치고 진이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