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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Mar 18. 2020

이제 여름휴가를 온 것 같아

미국 LA, 샌프란시스코 여행

3시간 반 비행기 타고 LA에 도착했다. 너무 덥다. 35도가 넘는 이상기온이란다. 한인 민박집에 짐을 풀고 볼일을 보기 위해 한인타운에 나왔다.

“엄마~ 여기 한국이에요. 한국~ 다 한국말이에요. 저기 봐요. 한국 사람이잖아요.”

지민이가 신이 났다. 우리은행에서 현금 인출을 하려고 했는데 시차가 안 맞아 실패했다. 갤러리아 마트에 갔더니 한국이랑 똑같다. 푸드코트에서 배 불리 밥을 먹고, 지하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민박집에 가서 한 숨 자고, 저녁 7시에 밖으로 나왔다. 전철을 타고 할리우드로 향했다. 하이랜드 역에 도착하니 네온사인이 깜박거리고 사람들이 북적인다. 곳곳에서 음악을 연주하거나 분장을 하고 사진 촬영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재키챈 이름에서 사진을 찍고, 구경을 했다.


둘째 날 오전에 두 부부는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고 아이들은 그 틈을 타 자유시간을 즐겼다. 오후 1시에 민박집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출발했다. 720번 버스를 타고 1시간 20분을 갔다. 버스 운전사 아저씨는 얼마나 천하태평인지 중간에 화장실 가고 담배까지 피우느라 버스를 길가에 세운다. 드디어 탁 트인 바닷가가 보인다. 미국에 와서 해변은 처음이다. 비키니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줌마, 길을 가는데 자꾸 남편에게 말을 거는 홈리스~   


산타모니카 부둣가에 낚시질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가 사람들이 던져주는 바나나 먹고 않고 연주하는 사람 곁에 평화롭게 앉아있다. 밀려드는 파도를 향해 몸을 날리고 점프를 하면서 모두 신이 났다. 어찌나 즐거운지 우산 펴 들고 모래에 앉아 짐을 지키는 내 귀에까지 웃음소리가 들린다.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남편과 교대를 해서 나도 물속으로 첨벙했다. 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제대로 밀려드는 파도에 부딪쳤다. 이제야 여름휴가를 온 느낌이 난다. 파도타기는 역시 산타모니카 해변이다. 물에 들어오기를 잘 한 것 같다. 얼추 3시간 가까이 물에서 놀았다. 일몰이 시작되니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들이 몰린다. 여기에서 일몰도 역시 아름답다~


부둣가 한쪽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중앙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부스 곳곳에 홍보물을 무료로 나누어준다. 오가닉 초콜릿 바, 팝콘, 음료수.... 완전히 횡재했다. 밤이 되니 시원해지는 날씨, 음악을 듣기 위해 해변에 자리를 잡거나 공연을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이 보인다. 여름밤 산타모니카 해변낭만이 제대로 느껴진다. 여기서 콘서트가 자주 열린단다. 돈도 안 들이고 해수욕장에서 즐겁게 놀 수 있는 곳 같다. 강추~


셋째 날 아침, 숙박료 지불을 위해 우리은행을 다녀오겠다던 남편이 나간 지 2시간 만에 돌아왔다. 본인은 산책을 했다고 하는데, 발품을 엄청 많이 판 것 같다. 돈 좀 주고 택시 타고 다녀오면 될 텐데... 그게 그렇게 든 모양이다. 택시비를 제일 아까워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800불 찾아오라고 했더니 경비 아저씨가 영업시간 후에 오면 수수료 안 낸다고 한 번만 인출해서 500불만 찾아왔다. 다시 또 거기를 가야 한다고?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싸우게 될 것 같아 참았다. 날씨가 너무 더우니 오늘도 아이들 데리고 베니스 해변이나 다녀오라는 민박집 아저씨~ 그래도 LA 시내 구경은 하고 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숙소 앞에서 728번 버스를 타고 한인타운을 다시 가는데 웬걸~ 다 한국 어르신들이다. 지민이가 말하는 걸 보더니, “한국말 참 잘하네” 칭찬까지 하신다. 한인타운에서 점심을 먹고, 우리은행 가서 현금인출하고, Civic Center역에 있는 월드디즈니 콘서트홀, 그랜드 파크 구경을 했다. 정말이지 뜨거운 햇볕에 온 몸이 타는 것 같아. 그 동안 모자쓰고 긴 팔입고 노력했는데 어제 오늘 이틀만에 살이 타버렸다. 


그리피스 천문대까지 교통편이 없어서 한인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남편의 표정이 심드렁해진다. 5시에 도착해서 할리우드 간판, 시내 전경이 모두 보이게 사진을 찍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에디슨이 전기를 어떻게 발명했는지 보여준다. Samuel Oschin Planetarium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우주의 생성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보았다. 부자가 자신의 돈을 후세에 어떻게 남기는지 그리피스라는 분을 보면서 감동받았다. 해 질 녘 밖으로 나오니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색이 정말 아름답다. LA시내 야경이 너무 아름답게 보인다. 민박집 사장님 말 듣고 오후에 갔더니 정말 야경까지 제대로 천문대 구경을 한 것 같다. 

“얘들아~ 오늘 해변에 한 번 더 가는 것이 나았을까?

 여기 천문대 온 것이 나았을까?”

“음... 여기 그리피스 천문대요~”


넷째 날,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했다. 공항 근처 민박집을 예약해서 체크인을 하고 나왔다. 여행의 마지막 장소이다. 여기서만큼은 남편과 티격태격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일정을 짤 때, 교통편을 알아볼 때, 식사 메뉴를 짤 때마다 부딪치는 우리~ 정말 다시는 남편이랑 배낭여행을 오지 말아야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는지...


민박집 조카가 우리를 파웰역에 내려주었다. 여행책자에서 알려준 대로 유니언스퀘어 4개 하트를 찾으려고 했는데 3개밖에 못 찾았다. 금문교로 이동해야 하는데 버스 찾다가 1시간이나 헤맸다. 열심히 버스를 찾아 헤매는 남편을 따라다니며 택시 탔으면 벌써 구경 끝났을 텐데~ 자꾸 입이 나오고 화가 치민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다.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멀리 알카트라즈 섬, 곳곳의 페리와 요트, 서핑하는 사람, 수영하는 물개까지 보인다. 모두 신이 나서 엄청 사진을 찍어댔다.


피어39를 가려고 했으나 교통편을 모르겠어서 다시 파웰역으로 되돌아가는 길에 차이나타운 근처에 내렸다.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대부분의 가게가 닫혀 있다. 유명하다 길거리 만두를 찾다가 시간을 너무 많이 써 버렸다. 민박집 셔틀을 타야 하니 빨리 출발하자는 남편 때문에 아무것도 못 먹었고 바트역에 왔다. 바트 표 구매가 생각보다 복잡한데 어떤 남자가 남편에게 접근해서 표를 싸게 주겠단다. 좋아라 하는 남편과 바트를 타고 셔틀 타는 곳에 도착했지만 약속 시간이 지난지라 택시를 타고 민박집까지 들어왔다.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셔틀도 못타니 어이 없다. 편의점에서 사온 레토르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민박집에서 준 와인 한잔에 통기타 노래서비스를 들으며 MT분위기 내며 마음이 좀 풀렸다. 


다섯째 날, 오늘 밤 12시 50분에 한국으로 떠나게 된다. 모든 짐을 싸서 민박집에 맡겨놓고 다시 시내 구경에 나섰다. 어제 싸게 산 티켓으로 바트를 타려고 했는데 계속 에러가 난다. 왕복티켓이라고 했는데, 사기를 맞은 것 같다. 그 남자 눈빛이 이상하더니, 마약하는 사람 같다. 풀이 죽은 남편을 보며 쌤통이다 싶다! 몽고메리역에 내려 F버스를 타고 Fisherman’s warf로 향했다. 길거리 공연이 규모도 크고 다양해서 눈이 호강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입이 고달프다. 계속 길을 물어야 한다. 부둣가로 가는 길 2.99짜리 Sanfrancisco모자가 남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모두 기념으로 하나씩 사잖다. 꼭 이런데 서만 손이 커지는 그. . .  지민이는 어제 유니언스퀘어에서 못 찾은 하트 1개를 Pier 39에서 찾아 신이 났다.


기억에 가장 남을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부둣가에 있는 물개들이다.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물개, 낮잠을 늘어지게 자는 물개, 자기 영역을 확보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물개... 소리도 요란하고, 몸짓도 요란하다. 그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 유명하다는 사워 브레드/크림 차우더, 오징어 튀김을 주문해서 점심식사를 했다. 다들 어찌나 맛나게 먹는지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역시, 여행은 먹는 재미라니까~! 그 덕분에 오후 내내 걸어서 러시안힐 룸바드 스트리트의 70도 경사진 지그재그 도로를 구경하고, 노브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차이나타운까지 갔다. 오징어 튀김, 굴찜, 소고기 볶음밥을 주문했는데 비싸고 맛도 기대에 못 미쳤다. 두 아이는 파웰역에 있는 윌그린마켓에 들러 친구들에게 줄 젤리를 잔뜩 사고 행복해한다.


민박집에서 짐을 찾아 우버택시를 불러 공항까지 안전하게 도착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일정을 못 맞남편은 혼자 다른 경로로 가야 한다. 헤어지려니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안녕~ 남편, 그동안 짐꾼으로 고생 많았어. 덕분에 안전하게 여행 잘했어. 잔소리 많이 한 거 미안해. 내가 당신 몸 생각해서 담배 잔소리를 제일 많이 한 거 알지? 그리고 우리 다음에는 같이 패키지여행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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