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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Mar 13. 2020

해발 4,150미터 밤하늘 은하수

티티카카 호수에서 1박 2일

티티카카 호수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20여명 정도이다. 가이드는 삭이라는 이름의 원주민 아저씨이다. 영어, 스페인어, 현지어인 케츄아어를 능숙하게 한다. 이 호수는 남아메리카 최대의 담수호로 호수 안에 수많은 섬들이 있다. 볼리비아와 6:4비율로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첫 방문지는 우로스 섬으로 갈대로 지어졌다. 싸움이 잦았던 지역이라 갈대로 만든 배로 유랑생활을 시작했단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 갈대가 썩기 시작하자 그 위에 갈대를 쌓아 올리다 보니 작은 섬이 되었다. 정부에서 태양열을 지원하고, 화장실 용변을 거를 수 있는 기계를 제공해준다. 나이도 젊어 보이는데 아내를 셋이나 두고 있다는 남자가 가족들을 소개한다. 곳곳에 수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설명이 끝나자 갈대배를 태워주겠단다. 모두 좋아라 탔는데, 내릴 때는 1인당 10솔씩 안내면 못 내리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상업화되었다는 얘기가 상기되는 순간이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진짜 이 섬에 살고 있는 원주민이라고 가이드가 강조한다. 어떤 섬사람들은 낮에만 일하고 밤에는 퇴근을 한단다.


두 번째 방문지는 아만따니 섬이다. 이 섬에서 민박을 한단다. 집주인들이 선착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짝을 지어 여행자들을 데리고 간다. 푸노는 쿠스코보다 높은 해발 3,800미터 위치에 있다. 선착장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 오르막길이라 숨이 콱콱 막힌다. 설사병이 난 민서는 몇 걸음 겨우 떼고서는 화장실에 가고 싶단다. 다급하게 막무가내 모르는 집 화장실을 두 번이나 이용했다. 걷다, 화장실에 들렀다를 반복해서 겨우 우리가 묵을 민박집에 도착했다. 민서를 위해 코카 잎을 따서 차를 만들어주시는 아주머니 덕분에 코카는 민서의 친구가 되었다.   


점심식사 후 정상 위 달의 신전과 해의 선전, 일몰을 보러 간단다. 민서를 돌볼 사람이 필요하고, 나도 갑자기 너무 힘들다. 고산병 약을 꾸준히 복용해서 지금까지는 괜찮았는데 며칠간의 피로가 겹쳤나 보다. 둘이 침대에 쓰러져서 한 4시간이나 잤을까? 해가 거의 기울어 밖이 어두워지고 있다.

“지민아! 어디까지 올라갔다 왔니?”

“네. 해발 4,150미터까지 갔다 왔어요. 엄마랑 언니 보여 줄라고 동영상도 찍었어요.”

“우리 지민이 대단하네~ 안 힘들었어?”

“힘들었어요. 그래도 좋았어요. 그 프랑스에서 온 이모랑 같이 놀았어요.”


지민이는 같은 민박에 게 된 프랑스에서 온 여성과 친해졌다. 리스는 36살이고 혼자 3개월 동안 남미를 여행 중이다. 저녁을 먹은 후 마을회관에서 여행자들을 위한 전통공연이 있단다. 전통의상을 입고 주인아주머니를 따라 깜깜한 밤길을 올라가는데 춥고, 숨이 찬다.

“엄마. 저기 하늘 좀 봐요. 별이 정말 많아요.”

“그러네~ 홈스테드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많네? 정말 아름답다.”

“우리가 3,800미터에 있으니까 그렇죠. 하늘이랑 가깝잖아요. 저기 은하수도 보이는 것 같아. 와~ 짱이야

마을회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 섬의 인구가 4,500명이니 꽤 큰 규모이다. 맥주도 팔고, 음악을 연주해서 팁도 받는다. 주인아주머니가 춤을 추자고 제안해서 모두 빙빙 돌기 춤도 추었다. 생각보다 허리가 유연 아주머니를 보고 모두 놀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리한 일정을 모두 소화한 지민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 내가 업었는데 100미터도 못 가서 포기하고 말았다. 지민이는 아빠의 등으로 갔다가 다시 걸어서 집까지 와야 했다. 고산지대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절실히 느껴진다. 쓰러지듯 잠을 잤더니 6시가 되기전에 눈이 떠진다. 이미 아침 해가 떠올라 양을 데리고 길을 나서는 주민들이 보인다. 물이 귀한 곳이라 따뜻한 물은커녕 찬물도 아껴 써야 해서 고양이 세수를 했다. 빨래를 못해서 3일째 같은 양말을 신고 있다. 다른 여행자들의 머리에도 까치집이 생겼다.


다음 방문지는 타킬라섬이다. 4개의 부족이 정부의 법 없이 자치 규율을 만들어서 살고 있다. 족장이 각 부족을 이끌고, 큰 검정 모자를 쓴다. 인구는 2,000여명 정도이다.
 “여기는 사람이 죽으면 묘지를 만들지 않아요. 자기 집에서 가장 가까운 벽 밑에 2미터 깊이 구멍을 파고 거기에 묻어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의 삶이 느껴진다. 곳곳에 실을 돌리거나 전통의상을 입은 남자들이 삼삼오오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다. Knitting man이 관광 아이템이라니 웃음이 나온다. 한낮의 날씨가 너무 좋고 따뜻하다. 호수의 색깔과 풍경도 아름답다. 가는 곳곳마다 사진에 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여전히 화장실을 오가는 민서 덕에 우리는 계속 뒤처진다. 아빠는 그런 딸에게 여행은 어떤 것인지, 힘들어도 왜 참아야 하는지 또 잔소리 중이다. 그만 좀 합시다!!


음식점 옥상 테라스에서 생선구이 점심을 먹었다. 호수가 아름답고 날씨도 좋아 몸이 한결 가뿐하다. 이곳 사람들은 밥이랑 감자튀김을 엄청 좋아하나 보다. 식사 메뉴에 빠지지 않는다. 탄수화물 과대 섭취가 그들의 거대한 복부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푸노로 돌아오는 길, 2시간 동안 배에서 시간을 보냈다. 구름과 맞닿아 있는 호수, 멀리 보이는 섬들 덕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에 오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 마추픽추와 맞먹을 정도로 우리 기억에 오래 남을 곳이다. 여행의 묘미는 역시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이다. 리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다. 엄격한 엄마 덕에 이 나이 되도록 여행을 못해서 마음먹고 나왔단다. 난 그녀의 체력, 먹성에 놀라울 뿐이다.


푸노 선착장에 마중 나온 여행사에서 우리를 파차호스텔로 데려다준다. 며칠 만에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다행히 민서의 설사가 멎었고, 얼굴이 갸름해졌다. 여기는 뜨거운 물이 너무 나온다. 근처에 온천이라도 있나? 오랜만에 중국음식점 치파(chifa)에서 뜨거운 국물을 곁들인 식사를 맛있게 먹었다. 푸노 시내의 저녁풍경이 흥미롭다. 마트 앞 길가에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춤을 추고, 구경을 한다. 길거리에 저울을 놓고 앉은 사람들이 많다. 몸 무게 재는 곳인가? 궁금한데 그걸 확인하지 못했다. 건조한 입술을 달래기 위해 립그루즈도 사고, 간식도 사고, 호스텔에 돌아와 종합감기약을 골고루 나눠 먹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택시를 타고 제일 가까운 줄리아카 공항으로 향했다. 가도 가도 직진인 도로를 지나며 들판에서 풀 뜯고 있는 양 구경을 엄청 많이 했다. 다시 리마로 돌아가 페루 일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전통시장에 가서 스카프랑 기념품을 샀다. 솔을 다 쓰느라 아이스크림을 사서 케네디공원에 다시 가서 고양이들이랑 나눠 먹었다.  

지민이가 마지막 인사를 한다.

“고양이들아. 나 갈게~ 잘 커라. 나도 잘 자랄께!

다음에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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